1968년 12월7일 동아일보 1면에 ‘사고’가 실렸다. 

“본사간행 ‘신동아’지 1968년 10월호에 게재한 논문 ‘북괴와 중소분열’(조순승 기고)에 관하여 동 영어원문 중 일부의 오역으로 말미암아 본의 아니게 일반사회 독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하여 충심으로 사과의 뜻을 표합니다.”

▲ 1968년 12월7일 동아일보 1면 사고
▲ 1968년 12월7일 동아일보 1면 사고

‘동아일보사사’를 보면 이날 동아일보의 사고에 대해 “굴욕적 타협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신동아 필화사건’으로 동아일보 기자들은 물론 경영진까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자 동아일보가 항복을 선언한 셈이다. 필화는 발표한 글을 문제 삼아 제재하는 일을 말한다.  

신동아는 1968년 12월호에서 ‘차관 도입’을 보도했다. 200자 원고지 250매 분량의 심층 기사에는 박정희 정권이 외국에서 들여온 차관 중 일부를 정치 자금으로 사용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자 중앙정보부는 동아일보 기자들을 연행하고 기사 원고를 가져갔다. 11월29일 동아일보가 이 사실을 신문에 내면서 ‘반격’을 시도하자 박정희 정권은 탄압 강도를 높였다. 

10월호에 실린 미국 미주리대 교수 조순승의 논문 ‘북괴와 중소분열’ 관련 내용을 일부 문제 삼았다. ‘신동아 필화사건’ 대상이 되는 12월호뿐 아니라 과거 기사까지 ‘탈탈 털겠다’는 뜻이었다.

12월2일 중앙정보부는 서울지검 이규명 검사가 청구하고 서울형사지법 유태흥 부장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신동아 1968년 10월호 ‘북괴와 중소분열’ 영문 원고와 번역문을 비롯해 신동아부 월요회의록, 송고장, 서신, 영수증 등을 가져갔다. 

중앙정보부는 12월1일 신동아 주간 홍승면, 신동아부장 손세일을 연행해 조사한 뒤 12월6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12월3일 오후에는 발행인 겸 부사장인 김상만, 편집인 겸 주필 천관우를 연행했다. 처음엔 두 사람에게 임의 동행을 요구했지만 김상만, 천관우 두 사람이 이를 거부하자 서울지법에서 이들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받았다. 

동아일보가 1면 사고에서 중앙정보부가 문제 삼았던 신동아 10월호에 대해 사과문을 내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12월9일 구속 중이던 신동아 주간 홍승면과 신동아 부장 손세일이 석방됐다. 

그동안 동아일보 사장 고재욱과 문화공보부 장관 홍종철 사이에 대화가 있었고 정권 측에선 관련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대신 동아일보는 천관우·홍승면·손세일을 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12월9일 석방된 홍승면과 손세일은 해임됐고, 12월10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이사회에서 이사 겸 주필 천관우의 사표를 수리했다. 신동아 12월호 ‘차관’ 기사를 쓴 정치부 기자 김진배는 출판국 출판부로 이동했다. 동아일보는 12월11일 1면 ‘본사사령’에서 “이사·주필 천관우, 신동아 주간 겸 논설위원 홍승면, 신동아부장 손세일 의원해임”이라고 보도했다. 

▲ 1968년 12월11일 동아일보 1면 '본사사령' 
▲ 1968년 12월11일 동아일보 1면 '본사사령' 

훗날 손세일 증언에 따르면 동아일보가 권력 압력에 굴복한 배경에는 동아일보 계열사인 삼양사와 경방(주)에 대한 세무조사 압력을 우려하는 동시에 동아일보 전 직원에 대한 병역 조사 실시 등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다.

다만 동아일보를 떠나야 했던 세 언론인은 나중에 복직했다. 홍승면은 1969년 2월 편집국장을 맡아 수석논설위원(1972년 4월), 출판국장 겸 이사(1973년 8월), 이사 겸 논설주간, 주필 등을 역임하다 1975년 2월 퇴사했다. 손세일은 기획부장으로 1969년 4월 복귀해 1980년 4월까지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천관우는 3선 개헌 이후인 1970년 2월 복귀해 상근이사로 동아일보 사사를 편찬했다. 

한편 2007년 12월7일은 ‘삼성중공업 태안바다 기름유출 사고’ 발생 날이다. 이날 오전 7시30분경 충남 태안군 만리포 인근에서 항해 중이던 홍콩선적 ‘허베이 스프리트’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이 충돌하면서 기름이 바다에 유출됐다. 

※ 참고문헌 
자유언론실천재단, ‘신동아 필화 사건’
신동아, ‘신동아’ 90년 ‘대경륜’의 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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