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천시장 화재현장에서 만난지 엿새만에 한 위원장을 초청해 2시간37분간 가진 오찬 회동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의문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 명품 디올백 문제나 대국민 입장 발표, 김경율 비대위원 문제, 이태원참사 특별법 문제 등 최대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그럼 무슨 의미가 있는 오찬이냐’는 질문에 주로 민생 얘기를 나눈 오찬이라고만 거듭 답했고, ‘화기애애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냥 평소 당정협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은 구중궁궐 밀실정치라며 무슨 얘기를 했길래 그렇게 꽁꽁 숨기느냐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장에서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집무실로 옮겨 37분 동안 차담을 더 나눴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각각 전했다.

이 수석과 윤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등 다양한 민생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최근 잇따르는 정치인 테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고 윤 원내대표와 이 수석은 전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찬에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관련, 국민 걱정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느냐’는 질의에 “예 오늘은 민생 문제 관련해서만 얘기했다”고 답했고, ‘대통령이 신년을 맞이해서 의혹에 대한 입장이나 기자들 접촉 아니면 언론간담회 계획을 설명 논의한 것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오늘 주로 민생문제만 얘기했기 때문에 다른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

이밖에도 ‘총선 관련해서 말씀 나눈 것은 없었나’, ‘이태원특별법 논의도 없었나’라는 질의에 윤 원내대표는 “없었다”면서 “오늘은 선거 관련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민생문제, 그리고 민생 관련된 국회 상황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김경율 비대위원 관련 얘기도 없었느냔 질의에도 없었다고 답했다.

한 기자가 ‘당 차원에서 민심을 전달하셔야 할 텐데,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 언제 어떻게 전달할지, 김건희 여사 관련해서도 그렇고 현안들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윤 원내대표는 “어떤 현안이든 수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자리를 만들어서 뭘 할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있었는데, 당정관계 관련 말씀도 없었느냐’는 질의에도 윤 원내대표는 “예 없었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나눈 대화 가운데 더 소개해줄 내용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했다.

이어 다른 기자가 ‘그럼 오늘 만난 의미는 어떤 것이라고 봐야 하느냐’, ‘일반적으로 제기된 당정갈등은 봉합이 됐다고 봐야 하느냐’고 묻자 윤 원내대표는 “어쨌든 민생문제를 위해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만남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볼 수 있느냐’, ‘한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직접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는 어땠나)’라는 질의에 윤 원내대표는 “그 얘기는 뭐, 그냥 뭐 평상시 하던 당정 협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오찬시간이 평소보다 긴 3시간 가까이 했는데, 어떤 얘기를 가장 오래 했느냐는 질문에 윤 원내대표는 “민생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은 대통령실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말 못하는 2시간 40분 회동, 무엇을 숨기는 것이냐”며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워 청와대를 나온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을 구중궁궐로 만든 것도 부족해서 밀실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등 민생현안을 두고 2시간40분이나 대화를 나눴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며 “대체 2시간4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무슨 얘기를 나눴기에 꽁꽁 숨기려고 하느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용산으로 불러 군기라도 잡았느냐”고 반문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자신의 오찬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현장영상 갈무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자신의 오찬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현장영상 갈무리

권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내용이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국민 걱정 해소도 아니고, 국민이 기다리는 ‘신년기자회견’도 아니라면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길게 한 것이냐”며 “총선 공천 문제라도 상의한 것이냐. 국민에게 밝히지 않는 밀담의 내용이 대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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