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 진상을 밝힐 뉴스타파 진상조사위원회가 본격적 닻을 올렸다. 지난 13일 상견례 격 첫 회의를 연 조사위는 19일 오전 두 번째 회의를 연다.

앞서 뉴스타파는 공지를 통해 “조사위는 김만배·신학림 간 금전거래 경위와 성격, 녹취파일 입수 및 보도 결정 경위, 녹취 내용에 대한 검증·확인 취재의 적정성, 녹취 일부가 발췌·편집돼 방송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조사위는 언론학자 4명과 법학자 1명 등 외부인사 5인으로 구성됐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조사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뉴스타파 자문위원회가 추천한 인사다.

뉴스타파 사측이 추천한 조사위원 2명은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 진행자로 활동했던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노측이 추천한 조사위원 2명은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학장, 제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다. 심 교수는 올해 초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씨와 석진환 전 한겨레 신문총괄의 돈 거래 사건을 조사했던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한 조사위원은 “뉴스타파 구성원들도 자사 보도 경위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밝혀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검찰 수사는 사법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고, 이와 별도로 조사위는 보도 및 언론 윤리 차원에서 보도 과정과 경위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뉴스타파가 지난달 5일 조사위 구성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한 달이 지나서야 닻을 올린 셈이다. 돈 거래 조사 대상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진보 언론운동계 원로이고, 정권 차원의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뉴스타파가 조사위원 섭외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대선 사흘 전인 3월6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의 대화 육성을 단독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두 사람 발언 가운데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음성을 12분짜리 리포트로 내보냈다. 보도 골자는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가 김씨의 법조 로비를 통해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신 두 사람 사이 거액 1억6500만 원이 오갔다는 점 △뉴스타파 보도에서 수사 무마 주체를 윤석열로 부각하는 편집이 확인된 점 △대장동 일당이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이 지적되며 ‘부실 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특히 검찰이 지난달 1일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학림 전 위원장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김·신 두 사람 사이 거액이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뉴스타파 보도는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 14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까지 진입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며 정권의 ‘언론 탄압’이란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검찰은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에 대해선 지난해 JTBC 재직 당시 대선개입을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했다고 의심하며 수사를 펼치고 있다.

언론계는 이번 조사위가 내놓을 결과에 주목한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자 기자협회보를 통해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파일 검증에 의문을 던졌다. 그는 “무리한 검찰 수사나 정치권 등의 황당한 공세에 대응하는 것과는 별도로, 당시 한국 언론이 ‘녹취록’을 제대로 다뤘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뉴스타파의 자체 진상조사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MBC PD와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녹취파일을 검증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뉴스타파가 필요한 주의를 다했는가에 대해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히며 “뉴스타파는 이 점에 사과했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게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싸우면서도 우리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2012년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섰던 해직 언론인들이 주축으로 창간한 매체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독자 후원만으로 비영리 독립언론이라는 기치를 지켜왔다. 김만배 돈 거래 의혹으로 취재 윤리가 흔들리고 정권 탄압을 받는 위기 속에 조사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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