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직전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내보내며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가 ‘부실 보도’ 비판을 사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선후보 한쪽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보도를 하면서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가 1년6개월여 만에 다시 거론된 까닭은 최근 검찰 수사에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오전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모해 허위 인터뷰를 내보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9월 이뤄진 인터뷰를 대선 직전 보도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200만 원을 송금했고, 신 전 위원장이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뉴스타파를 통해 김씨 육성을 보도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와 신 전 위원장 인터뷰는 2021년 9월15일에 이뤄졌고, 그로부터 5일 뒤 김씨는 신 전 위원장에게 거액을 송금했다. 신 전 위원장이 김씨와 나눈 대화 녹취를 뉴스타파에 제보한 것은 이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해 3월4일이다. 제20대 대선을 5일 앞둔 시점으로 보도는 이틀 뒤 공개됐다. 신 전 위원장은 김씨가 송금한 1억6200만 원에 “김씨에게 내 책을 팔고 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신 전 위원장의 돈 거래 내역을 인지하지 못했고, 인터뷰 내용의 사실관계는 자체 검증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다시 회자되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 녹취에는 천화동인 6호(화천대유 관계사)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브로커 조씨가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고 처벌을 피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자신이 조씨에게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소개해줬다고 밝힌 김씨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이 “네가 조우형이야”라며 조씨를 실제 알아봤고, 박아무개 검사가 커피를 타주고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조씨를 보내줬으며, 그러고 나선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씨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나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 없다”며 김씨 인터뷰와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직후 이를 뒷받침하는 조씨의 검찰 조서를 공개했다. 노동·복지 전문기자인 이정호 전 뉴스타파 객원기자는 4일 통화에서 “뉴스타파 보도 핵심은 브로커 조우형씨가 검찰에 갔을 때 윤석열과 대면했다는 것인데 현재는 이 팩트 기둥이 무너진 상태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조씨와 윤석열이 대면했는지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스타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뉴스타파는 사건 당사자인 조씨와 당시 담당 검사였던 박아무개 변호사(뉴스타파 보도에 등장하는 박아무개 검사), 그리고 조씨 변호인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며 “조씨와 박 변호사는 뉴스타파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박영수 전 특검은 김만배씨 진술을 부인하는 대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녹취 내용과 관련해 여러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타파 해명에 SBS 보도본부장 출신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씨 인터뷰 내용의 핵심 부분은 조금씩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뉴스타파는 자신들은 두 사람 사이 돈거래는 몰랐으며 나름 확인을 해서 보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핵심 부분, 즉 윤석열 당시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식의 김씨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에 뭔가 합당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스스로 자사 보도에 냉정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타파는 오는 7일 ‘주간 뉴스타파’ 코너를 통해 추가 보도할 계획이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기사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보도를 준비 중”이라며 “현재 검찰이나 보수언론이 제기하는 프레임의 근거가 부실하다는 내용과 함께 그동안 보도 경과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미디어오늘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미디어오늘

김만배·신학림 돈거래… 언론노조 “언론윤리 위반”

김만배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 1억6500만 원을 두고도 논란이 한창이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자택 인근에서 검찰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가 건넨 1억6500만 원을 “정당한 책 거래”라고 해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2021년 9월15일 김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자신이 2020년 발간한 세 권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책 이야기가 나왔고, 김씨가 1억5000만 원에 사겠다고 하여 부가세를 포함한 1억6500만 원에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억6500만 원 가운데 300만 원은 2021년 9월 신 전 위원장이 김씨에게 책을 넘길 때 계약금 성격으로 현금으로 받았고 나머지 1억6200만 원은 며칠 뒤 계좌로 송금받았다고 한다. 신 전 위원장은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만배가 2021년 (계약금 300만 원을 지급한 후) 추석 연휴 기간(9월20일) 책을 들여다보고 그 내용이 어마무시하다고 생각해 부가세까지 내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씨에게 받은 돈으로 자기 채무와 자녀들 학자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혼맥을 다룬 비슷한 책이 시중에 1만8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 데다가 책은 면세라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청탁 대가로 돈이 오갔다고 보고 있다.

신 전 위원장과 김씨 사이 돈거래는 저널리즘 윤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김준일 수석에디터는 5일 통화에서 “신학림 전 위원장이 본인 저서에 자부심이 크고 그 가치도 매우 높다고 자평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유통가치를 매겨 돈거래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에디터는 “김만배씨가 그런 거액을 지불할 때 뭔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했다”며 “인터뷰 저의를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돈거래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두 사람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뉴스타파 보도 목적과 순수성이 의심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타파도 1일 입장문에서 “신학림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저작물을 김만배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김만배 녹음 파일을 보도하기로 결정한 과정에 두 사람의 금전 거래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두 사람 돈거래와 선을 그었다. 한 뉴스타파 취재진은 사견을 전제로 “두 사람 돈거래를 인지했다면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인이라면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그들이 살았던 오늘’ 저자인 산하(필명) 작가는 글쓰기 플랫폼 얼룩소에 “신학림 본인이야 스스로의 노력과 정성을 제일 잘 알기에 1억이든 10억이든 부를 수 있다.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책 한 권에 5000만 원도 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정가’(定價)이며 그 정도 값어치를 하는 데 동의하라고 요구해 온다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라고 썼다. 산하 작가는 “신학림이 김만배를 만나 인터뷰를 할 때는 대장동 사태가 막 수면에 떠오르고, 그 중심에 김만배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 사건의 내막을 알고자 그를 만나고 인터뷰를 딴 뒤였다”며 “김만배는 대장동 한복판에 우뚝 선 문제적 인물이었고,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지목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책을 팔고 권당 5000만 원을 받은 것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일’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지난 4일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김만배 사이 금전 거래는 유무죄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취재원 및 취재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 정보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에 관한 정보에 의거해 보도한 매체들은 김만배 주장에 대한 교차 확인 시도 등 정보 검증 과정에 있어 소홀함이 없었는지 엄중하게 살펴보고 독자와 국민에게 관련 사실을 소상히 알려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언론으로서 설명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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