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직전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를 보도했던 뉴스타파는 이달 초 두 사람이 거액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3주가 지난 현재도 뉴스타파는 진상조사위를 꾸리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 1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자사 간부의 억대 금전거래 사실이 보도되자 외부위원을 포함해 13명의 진상조사위원을 구성하고 5일 만에 첫 회의를 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 뉴스타파가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뉴스타파 최고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는 25일과 26일 진상조사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진상조사위 핵심인 외부 조사위원 섭외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심인보 뉴스타파 콘텐츠총괄팀 총괄에디터는 25일 통화에서 “아직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겨레의 경우 진상조사만 하면 됐지만 우리는 현재 검찰 조사도 받고 있다. 한겨레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대장동 일당’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대화 육성을 단독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두 사람 발언 가운데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음성을 12분짜리 리포트로 내보냈다.

뉴스타파 보도 골자는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가 김씨의 법조 로비를 통해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신 두 사람 사이 거액 1억6500만 원이 오갔다는 점 △뉴스타파 보도에서 수사 무마 주체를 윤석열로 부각하는 편집이 확인된 점 △대장동 일당이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이 지적되며 ‘부실 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이 지난 1일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학림 전 위원장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두 사람 사이 1억6500만 원이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뉴스타파는 지난 5일 “취재원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한 사실은 저널리즘 윤리상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뉴스타파는 해당 보도 경위와 과정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 외부 조사위원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조사 진행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보고서 등 적절한 형태로 후원회원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지난 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지난 14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뉴스타파 내외부 인사로 구성될 진상조사위는 여러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대상인 김·신 두 사람이 진상조사위 조사에 제대로 응할지 의문인 데다가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취재진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등 정권 차원의 압박 공세가 전방위적이라는 데서 흔들림 없는 조사가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저널리즘 신뢰 회복을 위해 진상조사위의 공정하고 중립적 운영과 진상규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이번 진상조사위 과정은 일반 독자 알 권리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보도에 있어 저널리즘이나 취재 윤리 관점에서 놓친 것들, 나아가 취약했던 보도·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과정으로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인보 총괄에디터는 “뉴스타파는 앞서 이번 보도 경위를 밝혔지만, 외부의 공신력 있는 인사가 진상조사위에 참여해 당시 뉴스타파 의사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고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는 데 의미가 있다.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의 금전거래와 사적 관계를 미리 인지하지 못한 것이 단순 실수라고 할 수 있는지, 과연 우리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가 등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