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한 가운데,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되는 대목이 지난해 대선 직전 원(原)보도에선 편집됐던 것이 확인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 측은 “전체 보도 취지에선 큰 결함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 1억6500만 원이 오간 것으로 확인돼 보도 신빙성이 의심 받는 상황 속에서, 뉴스타파는 지난 7일 오후 ‘김만배·신학림 72분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은 2021년 9월15일 김씨를 만나 대장동 사업 등 이야기를 녹취하며 청취했고, 지난해 대선 5일 전인 2022년 3월4일 뉴스타파에 음성 녹취를 제보했다. 이틀의 검증 기간을 거친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밤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 녹음 파일을 편집하여 12분짜리 리포트로 내보냈다.

▲ 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는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가 김씨의 법조 로비로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연장선이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보도한 내용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대목은 윤석열 주임검사가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설명한 대목으로 다음과 같다.

신학림(이하 신) : 누가? 박○○ 검사가?
김만배(이하 김) :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 “응. 박○○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 “(박영수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7일 공개된 녹취 전문을 보면, 이 대목은 편집된 내용으로 김씨가 말한 “통했지”와 “그냥 봐줬지” 사이 28초 분량의 대화가 생략돼 있다. 지난해 보도에서는 윤 검사가 조씨를 봐줬다는 의미로 해석됐으나 녹취 전문을 보면 “봐줬지” 주어는 부하검사인 박 검사였다. 해당 대목 녹취 전문은 다음과 같다.

: 그 누가? 아까 그 박○○라고 하는 검사가? 누가?
: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 “응. 박○○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그런데”
: 그럼, 아니 잠깐만. 조우형이… 그러니까 박영수가…
: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나.”
: 이게 박영수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이하고 통했던 거야?
: “(박영수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 아니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 “통했지.”

《신 : 박영수 변호사가, 그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서 박○○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김 :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신 : 아니, 검사도 못 만나고 온 거야?
김 :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신 :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김 : “박○○를 만났는데. 박○○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부회장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 시키고 이랬지, 응?”

(편집자주 : 괄호《 》사이 내용이 지난해 보도에선 편집됐다.)

▲ 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뉴스타파 녹취 전문을 보면 “그냥 봐줬지” 주어는 윤 검사가 아닌 박 검사인 것이다. 또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이후 <김만배 음성 공개 파문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그냥 봐줬지”>(오마이뉴스 2022년 3월7일자)라는 인용 기사에 수천 개 댓글(네이버 기준)이 달리고 커뮤니티에 수차례 공유되는 등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대출 브로커 조씨가 대면했다는 의혹도 대선 직전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했다.

하지만 전문을 보면, 김씨는 처음에는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라며 윤 대통령과 조씨의 대면이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도, ‘검사 누구를 만났느냐’는 신 전 위원장 질문엔 “(조씨가) 박○○를 만났는데”라고 답하는 등 상충되는 답변을 했다. 지난해 보도에선 편집됐던 내용이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잘못 편집된 녹취라든지, 이런 건 있을 수 있지만 오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 기자는 녹취록 편집에 관해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인정한다”면서도 “지금 돌아보면 후회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보도의 전체 취지에선 큰 결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기자는 “뉴스타파 보도 취지는 윤석열 검사가 과장으로 있던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씨 사건을 덮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커피 이야기는 조씨가 검찰에 들어갔을 때 편안한 분위기에서 있다가 왔다는 걸 상징하는 한 단면일 뿐이지 커피를 누가 타줬냐는 핵심이 아니다”라고 했다.

▲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다. 사진=김종배 시선집중 보도 화면.
▲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다. 사진=김종배 시선집중 보도 화면.

보도 당사자인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도 핵심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봐주기 수사가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박 검사가 이 사건을 봐줬으면 문제가 없느냐. 박 검사는 독립기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 기자는 “검사동일체라는 걸 감안하면 (박 검사) 바로 위에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가 있다. 박 검사가 봐줬으면 윤석열 주임검사는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검찰과 언론은 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만배씨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훼손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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