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사건’에 대한 언론계 반응은 복잡미묘하다. 우선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책값으로 받았다는 금전거래에 대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가성이 입증되면 법적 처벌이 불가피한데 이와 별개로 저널리즘 윤리 차원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 많다.

▲ 9월1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신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 연합뉴스
▲ 9월1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신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 연합뉴스

금전거래 때문에 녹취 보도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을 넘어 윤석열 정부와 여권이 각종 언론 규제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거나 정반대로 그 원칙이 훼손돼 언론자유의 문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몇가지 가정(假定)의 질문을 던져 사건의 본질을 짚어보자.

첫째, 금전거래를 사전에 인지했다면 뉴스타파는 녹취록 보도를 했을까라는 질문이다. 녹취 보도를 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녹음파일이 만들어진 직후에 신학림 선배가 돈을 받았다. 그게 아무리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하더라도 받았다고 그러면 제가 보도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보도 당사자도 취재원과의 금전거래는 보도 정당성에 치명적임을 시인한 것이다.

2021년 뉴욕타임스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후배들의 멘토를 자처했다는 미담 보도를 내놨다. 그런데 해당 보도를 한 기자가 마이클과 책을 공동집필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게 드러나 문제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보도 이후 공동 집필 계획을 알았다. 알았다면 기사 작성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해충돌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해당 기자를 취재 일선에서 배제했다.

취재원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있고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면 철저히 분리시키는 게 언론 윤리의 기본이다. 신 전 위원장이 정상적인 금전거래라고 주장하려면 녹취록을 뉴스타파에 제보하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김만배 발언이 뉴스 가치가 있어 제보했다면 금전거래는 원점으로 돌려야했다. 취재원과의 금전거래와 취재원 발언을 바탕으로 한 보도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얘기다.

▲ 뉴스타파가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둘째, 금전거래가 없었다면 뉴스타파 보도에 문제는 없었을까라는 질문이다. 완벽한 취재도 완벽한 기사도 없음을 우린 알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장동 의혹의 자금줄이 된 저축은행대출 건에 대해 주임검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만배와 신학림 녹취록엔 의심할만한 내용이 나온다. 뉴스타파 보도 경위를 살펴보더라도 편집진의 결정과 판단에 대한 근거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권은 가짜뉴스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녹취록의 허위성 입증, 반론 취재의 노력, 선거 개입 의도성 등을 따지면 법적 처벌이 ‘조각’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말하면 녹취록 보도 내용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담고 있지만 금전거래 문제가 개입되면서 그 의심을 의심해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셋째, 뉴스타파 보도를 타깃으로 한 전방위적인 언론 규제책을 어떻게 봐야할까라는 질문이다.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엄히 다스려야 한다며 폐간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뉴스타파가 오보를 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특히 서울시는 신문법 22조 2항을 들어 위반행위가 확인될 경우 발행정지명령 또는 법원에 등록취소 심판 청구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했거나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해 위반 경우, 음란한 내용 등 사회 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경우 등인데 해당 조항을 적용해 실제 조치에 들어가면 전 세계적인 토픽감이 될 게 뻔하다.

▲ 뉴스타파 사옥.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 뉴스타파 사옥.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뉴스타파의 보도가 오보로 판명나더라도 이 같은 조치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폐간에 준하는 조치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요건 등에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 규제책이 최종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실상 언론 겁주는 수단인 셈이다. 이번 사건이 뉴스타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언론의 자유 문제라는 것을 직시해야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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