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 전직 기자 A씨.
검사 : 박종선(기소), 오종혁(공판).
사건 : 공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주문 : 法 “피고인을 징역 1년6개월에 처한다.”
선고일 : 2023년 6월14일.
1심 : 제주지법 형사3단독 강란주 판사.

사생활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건설업체 사장을 협박해 1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낸 전직 기자가 법정 구속됐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강란주 판사는 지난 14일 공갈 및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기자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명예훼손 혐의에 관해선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을 참작해 공소 기각했다. A씨는 1심에 불복해 지난 16일 항소했다.

공소 사실을 보면, 경영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2년 3월 피해자이자 건설업자인 B씨(60세)와 제주특별자치도 도청 및 지역 관공서 정보 제공 등을 골자로 한 경영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 사생활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건설업체 사장을 협박해 1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낸 전직 기자가 법정 구속됐다. 사진=PIXABAY
▲ 사생활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건설업체 사장을 협박해 1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낸 전직 기자가 법정 구속됐다. 사진=PIXABAY

A씨 5억 안 주면 사생활 비리 폭로하겠다”

A씨는 2020년 1월 제주도 내 사업을 정리키로 한 B씨로부터 계약을 종료코자 한다는 말을 듣고 B씨의 여성 편력 등 사생활과 공무원 뇌물 공여 등의 비리를 담은 문건(문건 이름 ‘B회장처럼 살아가기’)을 공개하겠다며 5억 원을 요구했다. A씨는 “당신의 비리를 항목별로 알고 있다. 5억 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B씨가 금전 요구에 불응할 경우 사생활과 비리를 공개할 것처럼 위협했다.

A씨의 협박에 겁을 먹은 B씨는 2020년 3월에서 5월까지 A씨가 운영하는 회사 계좌로 3회에 걸쳐 1억5600만 원을 송금했다.

A씨 측은 이와 같은 공갈 혐의에 “두 사람 사이 합의에 따라 금원을 지급 받았을 뿐”이라며 “‘B회장처럼 살아가기’ 문건을 제시한 건 2015년경인 바 그 이후인 2019년까지 B씨를 위한 업무를 했고 피해자와 골프를 하기도 했다. B씨가 두려움을 느껴 금원을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란주 판사는 “피고인(A씨)의 피해자(B씨)에 대한 언행과 태도는 사회통념상 피해자로 하여금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족하다”고 했다. 강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1억5600만 원을 지급한 것은 2020년 1월경 피고인이 한 발언 이후의 일”이라며 “피고인 협박으로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가 문건 공개를 막고 원활한 주주총회 진행을 위해 지급한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갈취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 A씨가 2021년 1월29일 작성한 더팩트 보도. 보도에 등장하는 제보자는 A씨 본인이었다. 사진=더팩트 기사 화면 갈무리.
▲ A씨가 2021년 1월29일 작성한 더팩트 보도. 보도에 등장하는 제보자는 A씨 본인이었다. 사진=더팩트 기사 화면 갈무리.

제보인 양 ‘대가성 골프채’ 보도…알고 보니 “A씨가 준 것”

A씨는 2020년 9월23일부터는 인터넷 신문사인 더팩트 제주특별자치도 취재본부장으로 근무했다. A씨는 제주도 공무원 ‘D씨’와 B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 ‘C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관련 공소 사실을 보면, D씨는 제주도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C사가 시공한 ‘추자도 해수담수화 증설 고도정수처리 시설공사’를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현직 기자이던 2021년 1월 초 D씨에게 전화를 걸어 ‘B씨와 연락하고 지내는지 여부’ 및 ‘자신이 D씨에게 준 골프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자신이 준 골프채는 B씨가 준 것이었다며 “내일 아침 10시쯤 기자와 함께 사무실을 방문하겠다”, “B씨와 D씨에 대해 기사화하겠으니 B씨와 대응하라”고 압박했다.

실제 A씨는 2021년 1월29일 더팩트에 <제주도청 공무원, ‘공사 관련 대가성 골프채 받았다’ 의혹 불거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A씨는 기사에서 “추자도 해수담수화 증설 고도정수처리 시설공사 사업과 관련해 당시 담당 공무원(D씨)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수차례 접대와 골프채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A씨가 작성한 이 기사는 이어 “제보자 M씨에 따르면, 당시 D씨에게 전달된 골프채는 추자도 해당 사업 준공이 늦어지자 C사의 B 회장 지시로 제주 시내 모 골프숍에서 골프채 세트를 구입해 전달했고 이후 D씨는 C사 직원과 도내 모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이라며 ‘제보자 M씨’를 인용하고 있는데, 공소 사실을 보면 제보자 M씨는 A씨 자신이었다. 검찰은 A씨가 2012년 12월 말 D씨에게 실제 골프채를 교부했다고 봤다. 공무원 D씨에게 골프채를 전달한 당사자 A씨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가짜 제보자를 인용해 보도함으로써 매체를 사유화한 셈이다. 

이후에도 관련 더팩트 보도는 2021년 2월16일자 <제주도청 감찰팀, 공사 관련 골프 접대 받은 의혹 공무원 내사>, 3월2일자 <제주도 공무원, 공사 편의 대가로 받은 골프채와 비용 되돌려줘>, 4월7일자 <제주도, 공무원 골프채 비리 의혹 경찰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다만 김 판사는 A씨가 제주도 공무원 D씨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 피해자들이 공소 제기 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을 경우 내리는 판결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 뜻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