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전(前) 조선비즈 편집위원 A씨.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사건 :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주문 : 法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4월20일.
1심 재판부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재판장 박정대, 신철민, 김찬영.

조선비즈가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여온 자사 편집위원을 무단결근, 직무태만, 업무집행 방해 등 사유로 해고한 조처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지난 4월20일 조선비즈 전(前) 편집위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징계 사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 사유는 모두 인정된다”며 “해고의 징계 양정이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거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노위의) 재심 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고 했다. 소송비도 A씨가 부담하라 했다. A씨는 지난달 4일 항소했다.

1993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5년 8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비즈에 편집국 선임기자(부장급)로 입사했다. 조선비즈 산업1부 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7월 동료 및 소속 기자들과 잦은 불화와 반목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편집위원 발령을 받았다.

편집위원은 조선비즈 편집국이 아닌 별도 건물에 근무한다. 조선비즈 대표 및 본부장이 주재하는 부장단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며 편집국 간부들이 공유하는 중요 정보에 접근할 권한도 없다. 취재, 기사 작성과 출고, 출입처 등에 관해 독자적 권한이 없는 자리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조선비즈는 2017년 1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성희롱, 폭언, 해사행위,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조선비즈를 상대로 정직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조선비즈는 2021년 3월에는 무단결근, 직무태만, 분쟁을 야기해 업무집행 방해, 근무평정 극히 불량 등 사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그해 7월 서울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나 지노위는 9월 해고는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A씨는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그해 12월 A씨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내렸다. A씨는 중노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도 ‘해고는 정당하다’는 중노위 판정이 옳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10월부터 2021년 3월 해고 직전까지 조선비즈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그는 기자 업무 특성상 근무지가 어느 한 곳으로 제한되기 어렵고 회사가 별도 내근 지시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단결근’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직무태만 징계사유와 관련해서도 A씨는 회사가 2019년 1월경 ‘3년간의 업무 평정이 최하등급이므로 연봉을 삭감하겠다’(2018년도 9000만 원에서 6300만 원으로 30% 감액)고 통보한 뒤 근로의욕이 떨어졌고 전반적 업무 개선 요구나 다른 업무 지시가 내려올 걸 예상했으나 회사가 업무를 지시하지 않아 수행할 업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편집위원 전보 명령과 정직 처분에 관한 소송 중 조선비즈 직원과 전직 대표 등 10명을 명예훼손, 모해위증, 업무방해, 공동강요 등으로 고소했다. 조선비즈는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남발해 업무상 장해 또는 분쟁을 야기함으로써 당사의 업무집행을 방해했다”며 A씨 해고 사유로 삼았다. 반면 A씨 측은 “원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부득이한 면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A씨가 2016년 편집위원으로 전보된 후 ‘기획기사를 보내라’는 회사 지시에 따라 2016년 10월부터 2019년 4월10일까지 240여 건의 기사를 작성한 사실을 들어 “2019년 4월10일 이전에 무단 결근했다는 부분은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면서도 “2019년 4월10일 이후 무단 결근했다는 부분은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A씨)는 2019년 4월10일까지는 기자 본연의 업무인 기사 작성 업무를 사무실 내부 또는 외부에서 어느 정도는 수행했으므로, 그 업무 수행 정도에 따라 근무 태도가 불성실했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두고 무단결근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원고는 2019년 4월10일 이후부터 해고 무렵까지는 기사를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원고는 사무실 외에서라도 근로시간에 상응하여 사용자인 조선비즈를 위해 당초 근로계약의 목적으로 삼은 근로 행위를 계속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경우까지 출근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조선비즈 측은 2016년 10월 ‘매주 기획기사를 보내라’는 지시 외에 A씨에게 업무에 관한 구체적 개별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A씨도 조선비즈에 따로 업무 지시를 요청하거나 직무를 문의한 사실이 없었다. A씨 측은 “회사는 원고(A씨)에게 업무 개선 요구나 다른 업무 지시를 일절하지 않은 채 연락을 단절함으로써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며 “해고는 징계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매주 기획기사를 보내라’는 회사 지시에 관해 “(조선비즈는) 원고에게 향후 개별적 지시가 없어도 정기적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업무 지시를 했고 달리 지시한 바 없기 때문에 업무 지시 효력은 2019년 4월10일 이후까지 지속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A씨가 이 지시에 따라 2019년 4월까지 기사를 어느 정도 작성해왔고, 이 업무 지시가 철회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니 업무 지시 효력이 2019년 4월 이후로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조선비즈 동료 등 10명을 고소한 것도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고소·고발한 조선비즈 직원 등이 전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10명에 이르고 재정신청까지 했으므로 원고의 고소 행위로 인해 야기된 업무상 장해의 정도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고소 행위의 경우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의 비위 행위는 가볍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은 A씨가 고소한 사건들을 혐의없음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고, 이에 불복한 A씨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까지 했으나 2020년 10월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A씨가 성희롱, 폭언 등으로 전보명령 및 정직 처분을 받았단 사실을 언급하며 “원고는 징계 전력상 인정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직장 동료인 사건 관련자들을 고소한 바, 이로써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가 극도로 약화됐을 것으로 보이고 조선비즈 내 전반적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 명백한 점 등을 더해 보면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해고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은 근무평정 결과(극히 불량)에 대해서도 “전보명령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우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여왔다”며 “그 결과 극히 불량한 근무평정결과를 받게 됐는데, 이것만으로도 인사관리 규정상 해고 사유인 중대한 비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