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 의원들에 하위 10~20% 평가와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에 한겨레 선임기자와 단수공천을 받은 당내 의원도 비판했다. “사법리스크보다 위험한 이재명발 공천 파동”이자 “이대로 가면 총선 참패”라는 진단이다. 특히 하위 10%에 박용진 의원이 포함된 것은 의아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24일자 토요판 12~13면 <사법리스크보다 위험한 ‘이재명발 공천 파동’>(25일 온라인 기사 제목 <‘이재명 지원유세? 표 떨어져’…사법리스크보다 위험한 공천 파동>)에서 이번 민주당 공천 문제를 이재명 대표발 공천 파동으로 규정했다. 성 선임기자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22년 8월6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한라대학교 대강당에서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그런 당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말한 사례를 들었다. 당 대표에 이재명 대표가 당선되고 박용진 의원이 패했다. 성 선임기자는 “이 대표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면 박 의원이 공천을 걱정하지 않아야 마땅하나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아 공천 탈락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성 선임기자는 “참 이상한 일”이라며 “박 의원이 도대체 어떻게 하위 10%에 들어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대표 열성 지지층과 ‘수박 논쟁’을 벌이고 이 대표에 쓴소리를 하는 등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이다. 이밖에 김영주 국회부의장도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고 탈당했고, 지난 22일 서울 동작을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어 공천에서 배제된 이수진 의원이 탈당했다. 노웅래 의원은 서울 마포갑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어 공천에서 배제되자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다.

이를 두고 성 선임기자는 “당내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공천 결과는 물론이고, 공천 과정도, 사후 관리도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가히 ‘이재명발 공천 파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규정했다. 성 선임기자는 경선을 앞둔 한 현역 의원은 “공천만 확정되면 이재명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 다 떼고 지원 유세를 온다고 해도 거절할 생각”이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겨레 2024년 2월24일자 12면
▲한겨레 2024년 2월24일자 12면

이 대표가 공천 문제 비판에 지난 22일 백브리핑에서 “약간의 진통, 환골탈태”, “툭하면 사퇴요구하는데, 1년 내내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조정식 사무총장도 “총선 공천 관련 사실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당직자 여러분께서도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입단속에 나선 점도 그는 우려했다. 성 선임 기자는 “이런 안이한 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공천 파동의 위력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총선 리스크’는 ‘사법 리스크’나 ‘테러 리스크’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위험하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이대로 가면 총선 참패는 불 보듯 뻔하다”며 “총선 이후에도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계속 쥐려고 고집을 부릴까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 선임기자는 전했다.

단수 공천이 확정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최근에 발표됐던 하위 20%(10~20%) 의원 명단 관련 일반적인 국민들이 느끼실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3법 통과 등 성과가 있는 박용진 의원의 경우 양질의 국회의원 아닌가라는 평가와 달리 하위 10%로 평가했다는 점을 들어 이 의원은 “그 괴리감과 의아함 때문에 시스템 문제가 있든지, 시스템 외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민주당이 의원들의 하위 10~20% 평가 결과를 통보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이해 어려울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한판승부 영상 갈무리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민주당이 의원들의 하위 10~20% 평가 결과를 통보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이해 어려울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한판승부 영상 갈무리

이 의원은 특히 두 가지 문제점을 들었다. 그는 우선 하위 10~20% 의원들에게 채점표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각 항목별로 몇 점을 맞았는지 알려줘야 스스로가 납득하거나 평가해 보거나 성찰해 볼 수 있으며 둘째로 이미 지난해 12월에 (의원) 평가가 마무리됐는데, 그 때 알려준 뒤 본인 거취에 숙고해보라고 했다면 이 정도 반발은 없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황실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의원평가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민주당의 의원평가는 의원 상호평가, 당직자평가, 지역주민과 당원평가 등 다른 사람들에 의한 평가에서 점수 차이가 나는 구조”라며 “결국, 민주당의 의원평가와 경선에는 당원과 주민, 동료의원 등 아래로부터의 평가가 주로 작동하고 지도부의 입김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의 진통 역시 당원과 지지자 중심의 당인 민주당의 전통대로 곧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도 이번 총선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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