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피고인 : A 기자.
검사 : 최근영(기소), 김태엽(공판).
주문 : 法 “피고인은 무죄”
재판부 :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
선고일 : 2023년 11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 유튜버에게 추석 선물을 보낸 사건을 기사화했다가 해당 유튜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기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중앙 일간지 소속 A 기자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에게 추석 선물을 보냈는데, 김 대표가 실은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걸리면 죽는다”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김 대표는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결정을 촉구하며 당시 윤석열 지검장 집 앞에서 “차량 번호 다 알고 있다”, “자살특공대로서 죽여버리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했다. 김 대표는 그해 5월 검찰에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 끝에 석방됐고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 유튜버 김상진씨가 2019년 5월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집 앞에서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날 김씨를 피의자로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김씨는 정치 탄압이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연합뉴스
▲ 유튜버 김상진씨가 2019년 5월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집 앞에서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날 김씨를 피의자로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김씨는 정치 탄압이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연합뉴스

A 기자 기사는 김 대표가 페이스북 실시간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서 추석 선물을 받았다고 공개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다만 A 기자는 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주도했다고 썼는데,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주도하거나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며 A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4월 A 기자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도 검사 구형을 받아들여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 기자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달 22일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A 기자)이 게시 내용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거나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기자 기사 가운데 허위로 특정된 부분은 ‘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대목. 김 대표는 법정에서 문재인 사저 앞 집회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고, 전 판사도 “김 대표가 (문재인 사저 앞) 집회에 관여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 판사는 A 기자가 김 대표 측에 문재인 사저 앞 집회 관여 여부를 문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취재 활동을 거치지 않고 다른 언론사 보도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다면서도 “피고인이 거짓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 판사는 “피고인(A 기자)이 게시한 기사 내용은 김 대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추석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과 김 대표의 과거 행동에 대한 것으로, 그 전체적 맥락은 윤 대통령의 추석 선물 대상자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비판, 구체적으로는 김 대표의 과거 행동에 비춰 선물 대상자에 포함된 것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라 보인다”면서 “이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것이라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3월 해군사관학교 제77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3월 해군사관학교 제77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전 판사는 “기사의 내용, 맥락과 그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인(A 기자)이 기사를 작성하고 게시한 주된 동기와 목적은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김 대표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A 기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지난달 30일 확정됐다.

A 기자는 14일 통화에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비방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내 기사에 비방 목적이 없다는 건 분명하다”며 “기사 취지가 공익에 부합하는데도 검찰이 기사 작성 전후 맥락은 전혀 살피지 않고 기계적으로 약식기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A 기자는 “검찰 단계에서 변호인을 선임했었는데, 검사로부터 연락은 전혀 없었다”며 “의견서를 낼 시간도 주지 않고 곧바로 기소했다. 이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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