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하자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한국PD연합회·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참여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는 각각 입장을 내고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가 부적절한 인사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김홍일 후보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전문성이 없고 △BBK 주가조작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줘 ‘정치검사’ 비판을 자초했고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독립적 업무 수행이 우려되고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며 방통위의 언론장악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 2023년 12월6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사진=대통령실
▲ 2023년 12월6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사진=대통령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통신 이력은커녕 언론경력이 전무한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가 대통령과 친분을 앞세워 언론장악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라며 “전문성은 결여된 채 검찰 출신으로 대통령 친분이 우선되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향 회전문 인사’가 되풀이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김홍일 후보가) BBK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여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정치검사’ 비판을 자초했다”며 “대검 중앙수사부장 시절 부실 수사로 비판받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지휘했는데, 2011년 화천대유 김만배 씨에게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씨 관련한 수사 청탁을 받았다는 내용이 검찰 대장동 수사기록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고 보도됐다”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김홍일 후보자가 ‘방송’과 관련해 한 일이 있다면 그건 하나다. 5개월 동안 국민권익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전임 정부가 추천한 공영방송 이사들을 방통위가 부당하게 해임하도록 명분을 제공한 게 그것”이라며 “권익위는 최근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재차 방통위와 경찰청에 사건을 넘긴 상태”라고 했다. 

언론노조 역시 “권익위마저 방송장악 주구로 써먹던 자를 독립성·자율성·공정성이 생명인 방통위원장에 내리꽂겠다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탄압과 방송장악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광기”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총선 전에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선언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며 “지명을 철회하고,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 방송 공정성과 중립성을 수호할 수 있는 방송통신 전문가를 다시 인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PD연합회는 “각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한다면 ‘검찰공화국’의 종말을 앞당기는 일이 되고 말 것”이라며 “김홍일 전 검사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고,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멀쩡한 방송을 탄압한다면, 그 역시 탄핵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국회에선 여야의 공식 입장이 나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훌륭한 분임은 분명하나 방통위원장으로 적합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검사 출신 방통위원장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지겨운 ‘언론 장악’ 프레임만 가속화될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방통위가 더이상 정쟁의 장이 되지 않아야 한다. 아직 지명 전이니만큼 모쪼록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허은아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청문위원이기도 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법조인으로 경력이 화려했던 분이라고 해서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방통위원장의 업무를 중수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하듯 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6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이번만큼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적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법조인과 공직 시절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공평무사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법률적 전문성과 합리적 조직 운영 능력을 겸비해 대내외 신망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1986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 춘천지청 원주지청장, 서울고검, 수원지검 부장검사,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쳤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대선 후보의 도곡동 땅 및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BBK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수사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2009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엔 윤석열 대통령과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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