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변화된 시청환경으로 기존 콘텐츠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인 ‘시청률’에 회의적 시선이 커지고 있다. 조사기관별로 들쭉날쭉한 시청률 문제와 함께 근본적으로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피플미터 방식 조사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지 오래다. 특히 콘텐츠가 쏟아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평가할 수 있을지가 업계 관심사다. 

[관련 기사: 30년된 TV시청률 집계에 언제까지 프로그램 운명 맡기나]

한국광고PR실학회(회장 홍문기)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청환경의 변화와 콘텐츠 가치 재발견을 위한 펀덱스(FUNdex) 개발’ 특별 기획 세미나를 열었다.

▲7월29일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청환경의 변화와 콘텐츠 가치 재발견을 위한 펀덱스(FUNdex) 개발’ 특별 기획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7월29일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청환경의 변화와 콘텐츠 가치 재발견을 위한 펀덱스(FUNdex) 개발’ 특별 기획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이상우 웨이브 서비스 본부장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최근 인기를 얻는 콘텐츠 ‘시청률’과 시청시간의 괴리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SBS ‘미운 우리 새끼’ 특정 회차 시청률은 14.9%였다. SBS ‘런닝맨’ 경우는 3.8%였다. 그러나 OTT 웨이브에서 ‘미운 우리 새끼’ 시청시간은 32만3천시간이었으며, ‘런닝맨’ 시청시간은 103만8천시간이었다. 시청률과 시청 시간이 비례하지 않는 사례다.

다른 예도 있다. KBS2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는 시청률 전체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특정 회차 시청률은 23.8%였다. ENA와 SBS PLUS에서 방송되는 ‘나는 SOLO’는 지상파 채널이 아니었기도 했기에 시청률은 2.4%가 나왔다. 그러나 웨이브를 통한 시청시간을 비교해보면 ‘현재는 아름다워’는 23만3천시간, ‘나는 SOLO’는 22만2천시간이었다. 시청률은 10배 차이가 났지만 웨이브를 통한 시청 시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미운우리새끼'의 시청률은 '런닝맨'보다 높았지만, 웨이브를 통한 시청시간은 '런닝맨'이 3배 이상이었다. 사진출처=이상우 웨이브 서비스본부장 발표 자료.  
▲'미운우리새끼'의 시청률은 '런닝맨'보다 높았지만, 웨이브를 통한 시청시간은 '런닝맨'이 3배 이상이었다. 사진출처=이상우 웨이브 서비스본부장 발표 자료.  

이상우 본부장은 이 같은 수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애 프로그램 등) 자극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콘텐츠의 경우 모바일로 시청하는 걸 선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시즌 통채로 공급하던 OTT, 쪼개서 공급하는 이유는 

또한 이상우 본부장은 ‘빈지 뷰잉’(binge viewing, 몰아보기)에 대해서도 달라진 콘텐츠 시장의 모습을 짚었다. 이 본부장은 “이 전에는 넷플릭스 등이 인기 시리즈 한 시즌을 통째로 풀어 ‘빈지 뷰잉’ 경향을 만들어냈는데 최근에는 대작을 한번에 푸는 것보다 파트를 나눠서 푸는 모양새”라며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구독형 OTT의 약점이 되고 시청자들이 ‘빈지 뷰잉’을 한 후 OTT를 해제하고 다른 OTT를 구독, 특정 콘텐츠를 보고 다시 해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TT 입장에서 신규 가입을 유치할 때는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오픈하는 것이 좋지만, 구독을 ‘유지’ 시키기 위해서는 지상파처럼 콘텐츠를 나눠서 공급하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OTT들 역시 지상파들이 기존에 했던 것처럼 콘텐츠를 나누어 공급하는 경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4를 두 파트로 나누어 공개했다. OTT 플랫폼이 '몰아보기' 경향을 의식해 인기 시리즈를 한번에 풀어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공급 형태가 구독 '유지'에는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되면서 콘텐츠를 나누어 공급하고 있다. 사진출처=이상우 웨이브 본부장 발표 자료. 
▲최근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4를 두 파트로 나누어 공개했다. OTT 플랫폼이 '몰아보기' 경향을 의식해 인기 시리즈를 한번에 풀어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공급 형태가 구독 '유지'에는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되면서 콘텐츠를 나누어 공급하고 있다. 사진출처=이상우 웨이브 본부장 발표 자료. 

다만 이상우 본부장이 발표한 OTT내 콘텐츠 시청시간은 시청률처럼 모두에게 공개되는 자료가 아니다. OTT마다 시청 시간 순위를 공개하긴 하지만, 정확한 시청 시간은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모두가 매번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지수가 아니다.

회차별 경쟁력 아닌 콘텐츠 자체 평가 지표 필요성 높아져

이날 세미나에서 시청률처럼 콘텐츠의 평가를 위한 지표로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만든 ‘펀덱스’(FUNdex)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TV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고 K-콘텐츠 화제성 조사 등에도 참여했었다. 그는 올해 방송 콘텐츠 통합 가치 평가 지표인 ‘펀덱스’를 제시했다.

원 대표는 시청률의 한계에 대해 “회차별 경쟁력이 아닌, 드라마 한편의 종합평가 데이터가 요구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OTT나 IPTV를 통해 콘텐츠를 선택할 소비자에게는 드라마의 회차별 성적표가 아닌, 드라마 종영 후 작품에 대한 종합적 평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평균 880분을 투자해야 하는 드라마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별점이 아닌 다양한 경쟁력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작품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펀덱스’는 가구 시청자 수, 2049 시청자 수, 온라인 TV 화제성, 출연자 화제성, 언론 주목량, 클립조회량 등을 종합한 지표다. 원 대표는 이승우 웨이브 본부장이 발표한 국내OTT 시청정보나 국외OTT시청정보는 비공개 자료이기 때문에 지표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IPTV시청정보 역시 비공개 자료이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반응도는 정확도가 낮고, N스크린 시청행태 조사 역시 결과 발표가 불규칙해 지표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지표의 한계를 밝혔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방영된 TV드라마 368편을 ‘펀덱스’ 기준으로 정렬하면 펀덱스가 가장 높은 드라마는 JTBC의 ‘SKY캐슬’이었다. 뒤이은 콘텐츠는 JTBC ‘부부의 세계’였으며 3위는 SBS ‘펜트하우스’였고 그 뒤로 JTBC의 ‘이태원 클라쓰’, SBS ‘펜트하우스2’, tvN ‘빈센조’, tvN ‘사랑의 불시착’,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KBS2 ‘동백꽃 필 무렵’,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순이었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가 제시하는 '펀덱스' 지표로 콘텐츠를 정렬한 결과. 사진출처=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가 제시하는 '펀덱스' 지표로 콘텐츠를 정렬한 결과. 사진출처=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근 화제성이 높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는데, 시청률의 경우 ‘SKY캐슬’의 상승세보다 높고 ‘펜트하우스’보다는 낮은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4주차 ‘우영우’는 화제성, 언론 주목도, 클립 조회수, 출연자 화제성 등에서는 두 드라마보다 높은 추이를 그렸다. ‘우영우’의 후반 성적에 따라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펀덱스’ 지표가 두 드라마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우영우' 드라마와 'SKY캐슬', '펜트하우스'의 시청률 추이 그래프. 사진출처=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우영우' 드라마와 'SKY캐슬', '펜트하우스'의 시청률 추이 그래프. 사진출처=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우영우' 드라마와 'SKY캐슬', '펜트하우스'의 화제성, 가구시청자수, 2049시청자수, 클립조회수, 언론주목도, 출연자 화제성 추이 그래프. 사진출처=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우영우' 드라마와 'SKY캐슬', '펜트하우스'의 화제성, 가구시청자수, 2049시청자수, 클립조회수, 언론주목도, 출연자 화제성 추이 그래프. 사진출처=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원순우 대표는 “방송사, IPTV, OTT, CP 등 각자가 제시하는 산발적인 지수개발은 소비자는 물론 방송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콘텐츠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 대표는 OTT 오리지널 제공 시리즈의 경우 출시 방식이 각각 다르고, 시청시간 등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 보도량을 지표에 넣을 때, 긍정 기사와 부정 기사가 모두 합쳐져 ‘주목도’로 잡히는 한계에 대해 원 대표는 “처음에는 긍정 기사와 부정 기사를 나누는 작업을 했지만, 부정적인 기사로라도 주목을 끄는 콘텐츠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때문에 언론 주목을 끈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목도’에 들어가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이같은 특이 요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주목도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