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가 35주년을 맞아 5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미디어 플랫폼 다양화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OTT가 ‘대세’가 된 방송 산업에서 기존 방송사들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최지원 제36대 한국PD연합회장은 세미나 축사로 “PD들은 제작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 PD연합회는 회원님들과 함께 방송계 안팎의 소용돌이를 의연히 헤쳐나갈 것”이라며 “최근 방송 환경은 OTT와 유튜브 보편화로 요약될 듯하다. 이러한 변화는 PD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쉽지 않지만 열정과 창의력으로 함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5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플랫폼 다양화와 대응전략' 세미나. 사진=정민경 기자. 
▲5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플랫폼 다양화와 대응전략' 세미나.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발제를 맡은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현재 OTT의 팽창과 지상파의 생존 전략을 발표했다. 유 소장은 “방송과 케이블TV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소비와 현재 시청자가 생각하는 TV의 기능을 따라잡는데 대체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닐슨이나 TNMS와 같은 기관은 샘플을 중심으로 시청자를 분석해 시청률 지표를 내고 있다. 시청자에 대한 제한된 데이터는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지상파TV의 매출은 2008년 3조 397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020년 3조 3665억원일만큼 성장이 멈춰있다. 코로나19상황에서 지상파의 매출이 잠깐 오르긴했으나 일시적인것으로 봤다. 매출과 함께 지상파의 TV프로그램 직접 제작비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상파TV 2010년 직접 제작비는 9404억원이었는데 2020년의 직접 제작비는 8875억원이다. 유 소장은 “제작비 규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니지만, 넷플릭스 등의 사례를 보면 제작비를 많이 투자할수록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상파 TV의 매출 현황. 자료 출처=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지상파 TV의 매출 현황. 자료 출처=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지상파 TV의 프로그램 직접 제작비 감소 현황. 자료 출처=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지상파 TV의 프로그램 직접 제작비 감소 현황. 자료 출처=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유 소장은 “지상파의 매출 감소와 함께 시청 시간 감소, 프라임타임 시청률 감소, 가구 시청률 감소, 채널 광고 비중 감소, TV이탈 가속화, 광고 감소가 계속 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의 모바일 관심도 낮음 △제작자의 엑소더스 △고객맞춤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상파는 OTT 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까.

유 소장은 “카메라 시장의 두 브랜드 중 후지필름은 지금까지 생존했고 코닥은 파산했다. 후지필름은 특허를 가지고 살아남았다”며 “지상파에게 ‘특허’는 저작권, 즉 IP”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IP를 가지고 드라마, 웹툰, 게임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IP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유 소장은 또 지상파가 함께 만든 OTT인 ‘웨이브’를 통해 다양한 시청자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소장은 “웨이브 시청 시간을 보면 1983년작 중 ‘전원일기’의 시청시간이 여전히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청 데이터는 시청률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다른 OTT의 시청자 데이터는 대외비가 많아 시청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 웨이브를 통한 시청데이터를 통해 시청자를 분석하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 리메이크와 판권 판매도 중요하다. KBS드라마 ‘굿닥터’는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해 시즌6까지 확정됐다. MBC ‘복면 가왕’의 사례도 50여국에서 판권을 사 리메이크가 되고 있다. 이같은 리메이크와 판권 판매로 방송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KBS 굿닥터의 리메이크 사례와 MBC 복면가왕의 판권 판매 현황. 자료출처=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KBS 굿닥터의 리메이크 사례와 MBC 복면가왕의 판권 판매 현황. 자료출처=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유 소장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부분은 BBC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BBC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OTT와의 협업도 강조하는 한편 FAST에 대한 대응도 강조했다. FAST란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약어로, 앱 또는 셋톱박스를 통해 TV에 실시간 방송과 각종 테마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을 적용한 콘텐츠 플랫폼이다. 구독료 대신 광고 수입으로 운영하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캠캐스트, 아마존, 폭스, 삼성전자, LG 전자가 이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제 OTT사업자뿐 아니라 TV를 만드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도 자체 TV에 채널을 운영하면서 OTT와 같은 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외에도 유 소장은 △숏폼에 대한 대응 △메타버스와 NFT 대응 △신인 육성 방식 변화 등을 통해 지상파가 앞으로의 방송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BBC는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자료출처=유건식 소장. 
▲BBC는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자료출처=유건식 소장. 

“지상파 채널에게 유튜브는 또 다른 ‘보완재’”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기슭 SBS 교양디지털스튜디오 CP는 새로운 플랫폼인 유튜브를 교양 프로그램의 보완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슭 CP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꼬꼬무’, ‘동물농장’ 등의 TV프로그램을 유튜브판으로 변형해 유통하는 책임자다. 김 CP는 “SBS 교양은 가장 유튜브 친화스러울 것 같은 콘텐츠로 동물 콘텐츠를 선택했다”며 오히려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를 통해 새로운 시청층을 발굴하게 된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김 CP는 “교양의 영역에서 유튜브는 오히려 보완재”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제일 먼저 뜨거운 반응을 체감했다. 유튜브 알고리즘 덕으로 TV보다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대에서 퍼져나갔고 이후 TV 2049시청률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이편도 유튜브를 통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와 관련해 김 CP는 “‘정인이 사건’ 방송을 앞두고, 또 본방송 직후에도 담당 PD와 상의한 후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토크, 비하인드 인터뷰, 캠페인 영상 등을 다양하게 올렸다”며 “100만이 넘는 구독자와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쌍방향 소통을 했고, 이미 구글의 방침에 따라 광고가 제한됐고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그래픽도 덜어내는 등 수익을 염두하기 보다 공익적 이슈를 빠르게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