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에 일부 현역 의원들이 탈당 불사, 불공정 공천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탈당하면 당선되도 돌아올 수 없다, 시스템 공천을 부정하는 분은 재배치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충돌양상이 나타났다.

울산남구갑 현역이자 3선(19~21대)의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국민추천지역구로 지정되자 6일 밤 페이스북에 “오늘 국민의힘이 저를 버렸다”라며 “저는 절대 좌절하지 않겠다. 더욱더 단단하게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이 의원은 “당을 개혁하고 정의가 살아 숨쉬고 공정이 평가받는 당이 될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중진의원의 역할을 자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병 선거구의 초선 유경준 의원은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우선 추천(전략공천)되자 6일 기자들과 만나 “당황스러웠다”며 “초선 의원이고 국회나 지역 활동을 여름대로 4년간 열심히 해 공천 배제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공천 배제 사유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했다”며 “시스템공천이 아니라 불공정한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에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애초 공관위가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유 의원은 “타 지역으로 배치하려면 초반에 했어야지 다 끝나는 마당에 어디 갈 수 있는 지역도 한정돼 있지 않느냐”며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자신의 공천배제에 반발해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MBN 현장영상 갈무리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자신의 공천배제에 반발해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MBN 현장영상 갈무리

특히 쌍특검 재표결 이후 무더기 컷오프 했다는 분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유 의원은 “기자들이 그렇게 쓰는 건데 그런 부분들도 오비이락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두고 유 의원은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지만 이의신청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본다. 근데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안병길 페이스북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안병길 페이스북

부산 서구동구의 안병길 의원도 자신을 배제한 3자 경선 선거구로 지정되자 6일 입장문을 내어 “납득할 수 없는 공천배제 결정을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배제 사유를 두고 “전처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인 파장 우려로 공천을 배제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사생활 문제가 사실이었다면 소명 요청을 했겠으나 공관위가 한번도 공식 소명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전처의 투서로 인해 심사가 보류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의로 소명서를 상세하게 작성하여 제출하기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안 의원은 “문제는 없지만 가족 간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인 파장이 우려되어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논리는 어디에 있는 공천기준이냐”며 “이의신청은 하지 않겠다. 한동훈 위원장이 비대위에서 결론을 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원외인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서초을 지역구였던 재선(20~21대) 박성중 의원이 우선추천(전략공천) 방식으로 재배치된 부천시을에 출마한 서영석 예비후보는 6일 입장문을 내어 “현역의원 떠 먹여주는 턱받이 공천을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석 국민의힘 부천시을 예비후보가 지난 6일 공관위가 박성중 의원을 이 선거구에 우선추천하자 이의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서영석 제공
▲서영석 국민의힘 부천시을 예비후보가 지난 6일 공관위가 박성중 의원을 이 선거구에 우선추천하자 이의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서영석 제공

서 후보는 “눈보라 비바람을 맞아가면서, 꿋꿋이 이곳 험지 부천시을을 지켜왔는데, 이번 결정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틀 전만 해도 서초에서 선거운동하던 사람이 컷오프 된 당일, (부천시을로) 우선 추천한 것이야말로, 공관위가 부천시을 동료 시민을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서 예비후보는 박성중 의원과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을 치르게 해달라며 경선 요구마저 묵살한다면 비굴하게 타협하기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어부지리 꼼수공천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정치 인생 마지막 여정으로 삼겠다고 예고했다.

고양갑 선거구에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우선추천되자 이 지역구에 출마한 김진권 예비후보(변호사)는 지난 5일 “연고도 없고 경쟁력이 담보되지도 않은 후보를 우선공천한 것은 국민의힘이 공언한 시스템 공천에 어긋난 것”이라며 “한 후보는 다른 지역에서 경선 컷오프됐고 선거사무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장일 국민의힘 노원구갑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경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장일 페이스북
▲장일 국민의힘 노원구갑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경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장일 페이스북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두차례 분신시도를 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장일 노원구갑 예비후보는 7일 새벽 영장이 기각됐다. 장 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교도소 담장위에서 일단 내려왔다”며 “남은 생 이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썼다.

이 같은 반발에 공관위와 한동훈 비대위는 이들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탈당시 복귀 불가, 시스템 공천 부정하는 자 재배치 불가 등 되레 강경한 입장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7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 문답에서 “시스템 공천, 공정한 공천이라는 데 의미있는 이의를 제기한 것은 없어 보인다”며 “언론이 볼 때 민주당과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채익 의원의 무소속 출마 언급을 두고 한 위원장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무소속 출마는 선택이지만, 과거처럼 당 입장에 반발해서 나갔다가 설령 당선된다 해도 복당한다? 이런 생각이라면 그런 일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정책적으로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유경준 의원 재배치를 철회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한 위원장은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부정하는 분을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며 “당이 포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보지만 포용은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특검 재표결에 맞춰서 현역 탈락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에 한 위원장은 “그게 아니다”라며 “그 시기를 정한 것은 민주당이다. 우리는 일정대로 진행됐고, 민주당이 특검 재표결에 자신이 있었으면 미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자기들 이탈표 많이 나올까봐 신경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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