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국회의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주을)이 대통령실 과잉 경호로 전북 지역 행사장에서 끌려 나간 사건을 전북 지역 언론에선 어떻게 다뤘을까.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뒤, 긍정적인 답변이 없어 재차 말하자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붙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했다”고 했지만 강 의원은 “악수하고 바로 손을 놨고 진로를 막을 공간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역 대표일간지인 전북일보는 19일 1면에서 <전북, 대전환 시작…“대한민국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 소식과 기념촬영 사진기사를 실었고,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직접 챙기며 전폭 지원”>이란 기사에서는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했다. 

▲ 19일자 전북일보 1면
▲ 19일자 전북일보 1면

전북일보는 2면 톱기사 <산업특례 위주 특별법…차별에 이별 고하는 마중물>에서 특별자치도 관련 소식을 담고 강 의원 과잉 제압 사건은 2면 하단 <강성희 의원 ‘강제 퇴장’ 소동>이란 기사에서 간단하게 다뤘다. 대통령실의 과잉 제압을 대통령실 입장에서 ‘소동’이라고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사설은 <전북자치도 성패 새만금 활성화에 달렸다>, <전주 마이스복합단지 개발사업 속도 내길> 등 두 가지 모두 개발 사업 관련 내용이었다. 

전북이 주인공인 행사에서 전북 지역민의 대표가 끌려 나간 사건에 이와 같은 소극적 모습은 다른 전북 언론에서도 비슷했다. 전라일보는 이날 1면과 2면에서는 출범식 관련 소식 등을 실었고 3면 하단에 대통령실 입장을 제목으로 뽑아 <“강성희 퇴장, 경호상 위해행위 판단”>이란 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 19일 전라일보 3면 기사
▲ 19일 전라일보 3면 기사

전북도민일보는 강 의원의 이름을 기사 제목에 넣지 않았다. 3면 <각계 인사 대거참석 ‘역사적 순간’ 함께>란 기사에서 ‘전북자치도 출범식 이모저모’란 부제를 달고 강 의원 과잉 제압 사건을 김관영 전북지사가 주민등록등본을 1호로 발급한 소식 등과 함께 전했다. 전민일보는 19일 오전 현재 온라인 기준으로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이날 전북 지역신문 중 강 의원 관련 사설을 낸 곳은 없었다. 경향신문이 같은 날 1면에 강 의원이 끌려나가는 사진을 실으며 <대통령에 직언하면 끌려 나가는 나라>라고 제목을 뽑고, 사설 <대통령 행사서 국정 비판한 진보당 의원 들어냈다니>에서 “명백한 과잉 경호이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라고 비판한 것과 대비된다. 

▲ 18일자 JTV전주방송 강성희 의원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 18일자 JTV전주방송 강성희 의원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지역방송 중에서는 민영방송사인 JTV(전주방송)에서 단신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 이날 JTV는 저녁 뉴스에서 윤 대통령 발언을 첫 소식으로 전하는 등 특별자치도 출범 소식을 4개 리포트로 전하고 김제시의 특장차 전문단지 조성 소식을 전한 뒤 <강성희 의원, 자치도 출범식 도중 강제 퇴장>이란 리포트에서 아나운서가 단신으로 강 의원 소식을 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다소 비판적인 논조로 제목을 정했다. KBS전북은 이날 리포트 제목을 <강성희 의원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대통령실 경호 논란>으로 했고, 노컷뉴스(전북)에선 기사 제목을 <입 막혀 끌려나간 국회의원, “의도된 행패”vs“인사 정도”>라고 정했다.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한 곳은 지역방송사인 전주MBC <사지 들려 끌려나간 ‘국회의원’…“대통령에 직언도 못하나”>와 지역 인터넷언론 전북의소리 <“국정기조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고 했더니 경호원들 달려들어 입 틀어막고 사지 들어서 끌어내”...강성희 의원 ‘전북특자도 행사장 강제퇴장 사태’ 파장 ‘일파만파’>였다. 

▲ 18일자 전주MBC 보도화면 갈무리
▲ 18일자 전주MBC 보도화면 갈무리

전북 지역언론의 소극적인 태도가 강 의원이 끌려나간 이날 행사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앞으로 중앙정부의 다양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날 ‘소동’으로 정부 지원이 순조롭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정서가 언론보도에도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페이스북에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게 많은 열악한 전북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이 겪은 수모를 보면서도 항변하지 못하고 대통령이 이번 일로 불편해하고 돌아갔을지 전전긍긍하는 기류가 많이 느껴진다”며 “공무원들은 특별자치도에 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고 전북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손 사무처장은 “지역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에서 끌려나가는 장면을 보며 지역민이 모욕감을 토로하는데 다수의 지역 신문이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것을 보며 놀랍기도 하다”며 “민주주의, 시민 대표성, 공적 폭력의 과잉 등 제도적·민주적 가치가 무시된 점보다 지역 발전(개발 사업과 새만금)이 지역 엘리트들의 우선순위라는 게 이번 사건을 다루는 보도에서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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