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3일 ‘편파·허위 보도’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했다며 대구MBC 프로그램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대구MBC 기자는 “대구시 반론까지 담은 보도로 문제 될 것 없다”며 “홍 시장은 고소로 비판 보도를 압박하는데,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제왕적 권력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이날 고발장을 통해 “대구시가 추진 중인 TK 신공항이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하고 국비 지원을 위한 시행령까지 마련됐는데도 대구MBC는 ‘활주로 길이 문제로 미주나 유럽 노선 취항이 불가능하며 건설 과정에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등 편파·허위 내용을 방송해 시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공항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 지난 7일 자 대구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지난 7일 자 대구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홍준표 “대구MBC 편파 보도, TK신공항 사업에 지장”

홍 시장이 문제 삼은 보도는 TK 신공항을 비판적으로 다룬 지난 4월30일 자 대구MBC ‘시사톡톡’이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는 이 방송에서 “첫 삽도 뜨기 전에 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기 참 송구하다. 걸음마도 하기 전에 싹수가 노랗다고 말하는 것 같다”면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TK 신공항을 통하면 대구시민이 미주와 유럽으로 단박에 갈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직접 취재해 보니 그렇게 하는 건 지금으로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MBC는 방송에서 △대구시 약속과 달리 특별법에는 ‘3.8km 활주로’ 관련 내용이 빠져 중장거리 운행이 불가능해졌고 △공항 등급을 의미하는 ‘중추공항’ 문구도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공항의 진짜 주인은 이용객들인데 이용객으로선 크게 나아질 것 없는 사업”이라며 “건설업자만 엄청나게 배를 불릴 수 있는 건데 4대강 공사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보도 직후인 5월1일 홍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시정에 대한 왜곡·폄하 보도에는 취재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종헌 대구시 특보는 5월9일 대구MBC 보도국장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대구시가 신공항 특별법 통과 직후 기자브리핑을 통해 TK 신공항 활주로 길이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 특보가 기자들을 직접 만나 설명까지 했는데도 대구MBC가 편파·허위 내용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 대구MBC ‘시사톡톡’은 지난 4월30일 ‘뉴스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가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MBC뉴스 유튜브 갈무리
▲ 대구MBC ‘시사톡톡’은 지난 4월30일 ‘뉴스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가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MBC뉴스 유튜브 갈무리

대구MBC 기자 “홍준표, 제왕적 권력 모습 보여주고 있어”

그러나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이 특보 고소 건에 “대구MBC 방송 내용은 미래를 가정하는 내용으로 사실 적시라기보다 의견 표현에 불과하고, 공공 이익에 관한 것으로 비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구시는 “충분한 수사나 법리 검토를 거치지 않은 잘못된 수사 결과”라며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받기 위해 이의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는 13일 통화에서 대구시가 비판 보도를 이유로 기자에게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 “정상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홍 시장이 비판 보도에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활주로 길이 등 ‘시사톡톡’이 지적한 내용은 다툼의 소지가 없다. 대구시를 찾아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반론까지 반영한 보도”라며 “결국 홍 시장 뜻은 대구MBC가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것인데, 본인은 군주요, 기자들은 신하라는 제왕적 권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기사는 잘못되지 않았다. 부당한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구MBC는 지난 7일 자 리포트 <대구시 홍보할 때는 언론 활용…비판받으면 고소?>를 통해 홍 시장을 비판했다. 대구MBC는 경찰의 무혐의 결론에도 대구시가 취재 거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홍 시장은 언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홍보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며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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