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전년 대비 7~9% 인상안을 사측에 공식 제시키로 했다. 최근 조합원 대상 임금 설문조사와 지난달 25일 노조 대의원회의에서 나온 논의를 종합한 결과다. 

노조 대의원들은 △인력은 그대로인데 디지털 강화 등으로 업무 부담은 크게 늘어난 점 △회사가 ‘1등 매체’ 위상을 유지하며 꾸준히 이익을 내는데도 수년간 2%대 인상에 그쳐 타사와 임금 격차가 사실상 사라진 점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계속돼 가계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크게 저하된 내부 사기를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 확실한 연봉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 등에 공감했다. 

앞서 조선일보 노조가 지난달 18일까지 전체 조합원 188명(기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임금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42명 중 99.3%(141명)는 올해 임금이 작년 대비 최소 5% 이상 올라야 한다고 했다. ‘7% 이상’을 주장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75.4%(107명)에 달했다.

응답자 142명 중 105명(73.9%)은 현재 받고 있는 임금 수준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매우 불만족’은 43명(30.3%), ‘대체로 불만족’은 62명(43.7%)이었다. ‘보통’은 33명(23.2%), ‘대체로 만족’은 4명(2.8%)으로 나타났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지난달 26일자 조선노보를 보면, 한 대의원은 “고금리·고물가에 많은 조합원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런 위기감이 7~9%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10년차 전후 한 조합원은 “실질임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회사가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 인상은 반드시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기자들이 특히 우리 회사에 많고 그것이 타사 대비 월등한 퀄리티 결과물로 나타나는데, 월급 걱정 없이 일할 맛 나는 환경에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대의원은 “수년간 임금 협상이 연봉 인상보다는 복지 증대에 방점이 찍힌 게 사실”이라며 “복지도 좋지만 이제는 임금에 노사가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차장대우 조합원은 “후배들이 더 힘들겠지만, 선배들도 매년 동결에 가까운 인상률 때문에 힘들긴 마찬가지”라며 “평일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토요일에도 일하는데도 월급날 가족의 한숨을 들으면 심란하다”고 했다. 

또 다른 15년차 전후 조합원은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조선일보가 좋아서 일터로 삼은 인재들이 ‘1등 언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회사가 기운을 북돋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 대의원은 또 “지난해까지 매년 임금협상 과정을 보면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면서 “현대차 같은 노조는 아니지만, 우리 노조도 할 말은 확실하게 해서 협상을 협상답게 하고, 사측도 노조를 좀더 존중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노조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들은 노조가 최근 실시한 복지제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가장 만족하는 제도로 주택자금 대출(57.7%)을 꼽았다. 최대 3억 원을 연리 1.8%로 빌려주는 제도다. 다음으로는 개인연금 30만 원 매칭(23.9%), 콘도 등 숙박 지원(12%) 등이 뒤를 이었다. 

노조는 주택 대출과 관련해 “상환 부담이 너무 큰데 (최장 18년인) 상환 기간을 늘려주거나 이자를 0.1%P라도 더 낮춰주면 좋겠다”, “수입이 턱없이 부족한 육아휴직 기간만이라도 이자만 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등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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