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임금 인상은 또 인플레이션을 부른다”는 사설을 썼는데, 조선일보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사측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에서 임금을 각각 6%, 4.7%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조선일보 노동조합 역시 비슷한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기자들 “고물가 고통” 임금인상 요구]

▲조선일보 신문.
▲조선일보 신문.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6월30일 발행한 노보에서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그간의 본지(조선일보) 사설 내용과도 일치한다”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설에 따르면 조선일보 직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임금 인상에 반대하면서 내부에서는 임금인상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내로남불’이라는 외부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6월8일 “대기업 임금 13% 인상, 임금發 인플레이션도 경고등”이라는 사설에서 “지금의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바람에 임금 상승 압박이 높아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쓴 바 있다.

▲6월8일 조선일보 사설.
▲6월8일 조선일보 사설.

노보에 따르면 이같은 ‘내로남불’ 지적에 조선일보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물가 시대에는 물가 상승률이 낮으니 임금도 그에 맞춰 소폭 올리고, 고물가 시대에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또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하는 거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조선일보 노동조합 A 조합원은 “당장 기름값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생활인이자 월급쟁이 처지”, B 조합원은 “이제 대기업은 고사하고 중견 기업 수준이 된 우리 월급 명세서를 바라보다가 본지 사설을 읽으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2023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저연차 조합원은 “통장에 찍히는 월급액 첫 자리가 최저임금 월급과 같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작년 영업이익은 재작년 375억원에서 30억원으로 감소했다. 노동조합은 “이는 복리후생을 대폭 늘린 결과로, 재무제표상 2020년 17억원이던 복리후생비는 2021년 142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조선일보가 올해 국내 기업 최고 수준인 3억원의 사내 부동산 대출 제도를 신설한 것도 조합원들이 경제적 이득을 본 것이라 짚었다.

“인상 기준 잘나가는 대기업과 비교하는 것 비현실적” vs
“1등 신문 기자들의 최소한의 자부심 지키기 위한 임금 인상”

노보에 따르면 또 다른 조합원들은 임금인상 요구가 무리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월급 인상 기준이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이라는 점은 다소 비현실적이고 △사양길에 접어든 신문 산업에 종사하며 이와 상반되는 대기업 수준 월급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대기업 수준의 월급 인상을 요구하려면 대기업 수준의 철저한 업무평가와 이에 따른 세분화된 보상체계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등 신문 기자들의 최소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을 보전할 만큼 돼야 한다”, “물가를 따라잡지 못해 실질 임금 삭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이같은 다양한 반응을 전달하면서 하반기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앞두고 조합원들에 대한 임금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한편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중동이 직원들 월급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6%, 동아일보는 4.7% 인상하기로 했는데 조선일보도 곧 뒤따를 것 같다”며 “최저임금 산정에도 조중동의 임금인상 틀을 적용해야 한다”고 썼는데 이와 관련한 반응도 조선일보 노보에 실렸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노보를 통해 “(박 전 위원장의 언급은) 지난주 본지 노보를 인용한 것이었지만 이를 접한 조합원들은 ‘뭘 근거로 조선일보도 뒤따른다는 것이냐’며 박 전 위원장의 허술한 정치적 수사에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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