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KBS 사장 후보자로 지명한 박민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는 1급 현역병 판정을 받았으나 여러차례 재신체검사를 거쳐 4년만에 병역 면제(소집면제) 판정을 받았다. 사유는 허리 디스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 후보자를 KBS 사장 후보로 지명한 이유로 불공정 편파방송 논란을 받는 KBS를 균형있는 방송으로 만들고, 방만경영 요소를 일소할 적임자라고 썼다.

18일 국회에 제출된 ‘한국방송공사 사장후보자 박민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된 병역사항신고서와 병적증명서를 보면, 박 후보자는 1985년 10월21일 1급 현역병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988년 9월13일에 7급 재검(재신체검사대상-병역처분변경원) 대상으로 판정받아 3개월 뒤인 같은해 12월15일 4급 보충역의 판정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1989년 3월6일엔 소집후 귀가(재신체검사 대상) 판정을 받았고, 2개월 후인 1989년 5월8일 다시 7급 재신체검사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결국 박 후보자는 같은달인 1989년 5월31일 면제(소집면제) 판정을 받았다. 면제 사유는 질병으로 병명은 수핵탈출증(허리 디스크)였다. 신체 등급이 가장 건강한1급에서 이렇게 여러차례 재검과 4급 판정을 번갈아 받다 4년 만에 면제 판정을 받은 경위가 좀 더 분명히 해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민 후보 검증과 관련해 야권 이사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허리 디스크로 군 면제를 받고, 2021년 문화일보 편집국장 임기를 마친 직후 무급 휴직 3개월간 민간기업 비상임 자문역을 맡으며 1500만원을 받은 사실 등에 대한 소명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야권 이사들은 “여권 이사들이 도덕성 검증 책무를 외면하고 표결 강행을 통해 박 제청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검증 소홀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히 쟁점이 될 것이며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권 이사들은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해 6월29일 관훈클럽 총무시절 원희룡 국토부장관 초청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해 6월29일 관훈클럽 총무시절 원희룡 국토부장관 초청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된 박 후보자의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박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 두 자녀의 재산으로 모두 7억1510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재산으로 박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 푸르지오 아파트(6억8100만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전세권(임차권-6억원), 예금(6312만원), 주식(8849만원)-문화일보(8469만원)·디지털타임스(379만원), 차량 제네시스 2022년식 G80 2.5T(배기량 2457cc)-4429만원, 2012년식 올뉴모닝(배기량 998cc 공유 1/2)-147만원을 신고했다. 채무로는 당산동 아파트에 8억원의 임대 채무가 있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 재산의 경우 예금(6614만원)과 채무 삼성화재(2997만원)를 신고했고, 자녀의 경우 장녀 예금(145만원)과 차녀 예금(446만원) 재산을 기재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부모의 재산 고지는 거부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18일 오후 <박민 KBS 사장 후보 현역→면제…세금 체납 이력도> 기사에서 박 후보자의 세금 체납 이력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박 후보자가 제출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해당 부동산은 지난 2005년 11월 영등포구 세무관리과로부터 압류 설정됐다”며 “지방세 등의 세금 체납을 이유로 압류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 압류는 이듬해 8월30일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한겨레에 병역 면제와 관련해 “청문회 과정에서 설명하겠다”고 답했고, 세금 체납 이력을 두고는 “(오래 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 확인해보겠다”고 했다고도 이 신문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출한 박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의 사유를 보면, 박 후보자는 서울대 정치학과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전국부장과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을 거쳐 2019년 4월부터 2년간 편집국장으로 재직한 뒤 2023년 9월까지 논설위원으로 근무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시절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법조 중견 기자들의 모임인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문화일보 편집국장으로 재직해 이 기간과 겹치기도 한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1년 간 관훈클럽 총무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방송사 재직 이력은 전혀 없다.

▲KBS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KBS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윤 대통령은 박 후보자에 대해 “언론계 입문 이후 32년 동안 기자로서 외길을 걸으며 언론사의 핵심 직책인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정치부장, 사회부장, 전국부장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내외부에서 검증받았다”며 “편집국장으로 회사 주요 현안 등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언론사 경영과 조직 관리 경험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박 후보자가 노조위원장 이력과 관훈클럽 법조언론인클럽 이력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후보자가 문화일보 노조위원장을 역임해 언론사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충실한 경력을 쌓아온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 선출하는 관훈클럽과 법조언론인클럽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다양한 요구와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고, 활기찬 조직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썼다.

윤 대통령은 박 후보자에 대해 “언론사 핵심 직책을 두루 수행하면서 언론계 내부는 물론 정관계와 법조, 재계 등의 취재원들과 폭넓은 관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확보한 언론계 내외부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주요 언론단체의 선출직 대표로 활동하며 창의적 구상과 추진력, 조정 능력 등을 바탕으로 해당 단체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90여 명과 함께 한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90여 명과 함께 한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박 후보자는 방송이나 KBS 관련 이력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두고 “불공정 편파 방송 논란에 따른 국민 신뢰 상실이라는 위기에 처한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 나가고, 공영방송으로서 균형감을 갖춘 KBS의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썼다.

윤 대통령은 또한 박 후보자에 대해 “KBS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방만 경영 요소를 일소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소신과 개혁 마인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능력과 성과에 따른 인사와 조직 운영을 통해 보도와 시사, 예능과 드라마 등 전 부문에 걸쳐 경쟁력을 상실한 KBS의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등 한국방송공사 사장 적임자로 판단되므로 인사청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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