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귀국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 현장 영상 갈무리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귀국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 현장 영상 갈무리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출국 11일만에 귀국했다. 이 대사는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사가 곧 귀국한다며 실망을 안겨드린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말한 것과 기류가 다르다. 한 위원장은 이 대사가 수사를 받기 위해 즉각 귀국하라고 했던 것인데, 이 대사는 업무차 왔고 이참에 수사도 받겠다는 주장이다. 서로의 귀국 취지가 엇갈린다.

이종섭 대사는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공관장 회의 일정을 어제 전달받았나’, ‘사의표명하실 생각 있나’, ‘공수처 조사 일자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왔느냐’는 질의에 “저와 관련되어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수차례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기 때문에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중복해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사는 “제가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뒤 “체류하는 기간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귀국 목적을 수사가 아닌 업무로 분명히 구분했다.

이 대사는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마 다음주는 방산협력 관련한 업무로 일이 많을 거 같고, 다음주엔 한 호주 외교장관국방장관 2+2 회담 준비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말씀 드린 두가지 업무가 다 호주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채상병 수사에 개입하셨나’는 질의에 이 대사는 “수사 문제는 수시기관에서 다 말씀드리겠다”고 답했고, ‘대통령실 연락 받은 것 있느냐’, ‘공관장 회의 급조됐다는 의혹은 어떻게 보느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도둑 귀국에 국민 기만이라는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오전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이 대사 귀국을 도둑입국으로 규정한 뒤 “이 대사가 행사 때문에 들어왔는데 국민의 뜻을 존중해서 귀국한 것처럼 또 교언영색하고 있다. 견강부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종섭 대사는 행사 때문에 귀국한 것 그 자체로 마치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처럼 포장하려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이제 이종섭 도주 사태, 또 하나의 중대 사건에 대해서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세동 녹색정의당 부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 대사의 귀국을 두고 “재외공관장회의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입국했다”며 “대통령실은 임시귀국으로 이종섭 대사에 대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고 하는 속셈이지만, 이종섭 대사에 대한 해임과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체류 기간 중 조사 받기를 희망한다’는 이종섭 대사 언급에 이 부대변인은 “황당한 말”이라며 “본인 일정에 맞춰 조사를 준비해 놓으라니, 공수처 수사를 백화점 쇼핑 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넘치는 자신감의 비결은 든든한 ‘대통령 빽’이냐”고 반문했다.

이 부대변인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다 해결됐다고 한 말을 두고 “사건의 본질인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이 철저히 규명되기 전까지 해결은 있을 수 없다”며 “이 대사 즉각 해임과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군사법원 앞 박정훈 대령 면담 후 백브리핑에서 “누가 봐도 총선 일정에 맞춰 귀국 일정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매우 정치적인 행동”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실정 이후 잠시 여당 지지율이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 속에서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다 총선을 앞두고 잠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이날 오후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이라는 변명을 두고 “끝까지 잘못한 게 없다는 오만과 독선 그 자체”라며 “집권여당의 총선 악재 회피용으로 급조된 ‘억지 귀국’인데도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자 가짜뉴스, 허위사실 유포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도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을 방문해 심재철 안양 동안구(을) 후보, 최돈익 안양 만안구 후보, 최기식 의왕과천 후보, 송석준 이천시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도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을 방문해 심재철 안양 동안구(을) 후보, 최돈익 안양 만안구 후보, 최기식 의왕과천 후보, 송석준 이천시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앞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경기 초원어린이공원 거리인사에서 “최근에 있었던 여러분들이 실망하셨던 분들이 많으셨던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저희가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는 말씀드린다”며 “우리가 반드시 그분들이 뭘 잘못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러분의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더욱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20여 일 앞둔 총선을 앞에 두고 절실하게 민심에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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