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 주미(駐美) 한국 대사관 앞에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시민단체들이 모여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미 의회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건립 추진에 탄력이 붙고 현실로 가시화되자 이에 반발해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헌법 부정’ ‘국격 훼손’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1일 김경협 민주당 의원, 민족문제연구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몽양아카데미, 미주동포 전국협회, 미주 희망연대, 반민특위·국회프락치 기억연대, 열린사회 희망연대, 워싱턴 시민학교, 워싱턴 희망나비, 제주4·3 범국민위원회,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6·10만세운동유족회는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승만 동상을 주미 한국대사관 앞에 세우려면 우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권의 비호와 배경을 등에 업고 강행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 자리는 전 세계 170여개 나라 대사관이 모여있는 외교 현장의 자리로써 상징을 갖고 자신들 나라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의 동상을 대사관 앞에 세우고 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인도 대사관 앞에는 간디 동상,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앞에는 만델라 동상,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는 케말 아타튀르크 동상 등 각 나라에서 이견 없이 인정받고 있는 ‘독립영웅’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 1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 1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헌법 부정, 국격 훼손, 주미 한국대사관 앞 이승만 동상 건립 반대 기자회견" 모습. ⓒ이재진 기자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외 공관 앞에 하필 현행 헌법에도 ‘불의’(不義)라고 적시된 독재자의 동상을 세워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크나큰 지원을 해주었던 미주지역 동포들을 생각할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핵한 이승만의 동상을 주미 한국대사관 앞에 세운다면 이는 미주지역 독립운동에 대한 폄훼와 조롱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우리 헌법 전문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 불의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 선거를 가리킨다”며 “이승만 대통령 기념 동상을 세우는 것은 4·19 혁명에 참여한 학생 시민들이 불의에 항거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을 부정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한다. 그들이 역사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백경진 제주 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이승만은 제주 4·3 학살 책임자이자 원흉”이라며 “초토화 작전과 계엄령으로 제주를 불바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이승만 동상 건립은 제주 대학살 3만명 피해자와 10만여명 유족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미국 LA 거주 중인 도산 안창호 외손자 필린 안 커디는 영상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승만 기념사업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윤 대통령과 국가보훈부 장관 같은 리더들이 무슨 이유로 이승만을 기념하며, 또 그보다 먼저 그들이 어떻게 역사를 배워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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