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내년 1월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하자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1992년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한 이래 처음이다.

보훈부는 25일 ‘세계 속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 38명을 선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월의 독립운동가’로 꼽혔다.

보훈부는 선정 이유에 “이승만은 1919년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했고, 주미외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한인자유대회 개최와 한미협회 설립 등의 활동을 했다”고 했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활동한 이 전 대통령은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는 등 외교 중심의 독립운동가로 평가받지만, 1960년 3·15 부정선거와 이어진 4·19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독재자’란 오명을 지우지 못한 인물이다.

특히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 세력이 숭앙하는 인물로 보수·진보진영에서 180도 다른 평가가 나온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이 전 대통령 선정에 “대한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독립영웅, 그리고 피와 눈물로 쓰인 독립운동 역사를 조롱하는 만행”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 자금을 횡령해 사욕을 챙겼고, 해방 후엔 반민특위를 빨갱이로 몰아서 친일파 청산을 방해한 자”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더욱이 3·15 부정선거를 감행하는 등 국민 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다 4·19혁명으로 국민 손에 끌어내려진 독재자”라며 “또한 6·25 전쟁 기간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최종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의 범죄자를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다니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독립영웅 후손이 아니라 청산되지 않은 친일세력의 후계를 자처하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뉴라이트 역사관에 빠진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을 친일매국 사관으로 오염시키려고 하다니 기가 막힌다. 이승만 국부론을 띄우려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발판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을 당장 철회하라”며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려 해도 국민이 지켜보는 한, 진실은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민주당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로 언급한 사실관계 대부분은 전혀 역사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내린 모욕적인 평가 또한 복잡다단한 우리 현대사를 편향된 시각으로 섣부르게 재단하려는 오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변인은 “세계 각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미래를 위해 경쟁하는 지금, 수십 년 된 국부론 논쟁에 얽매여 뉴라이트 역사관과 친일매국사관을 들먹이는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느냐”며 “이런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과 퇴행이야말로 수많은 독립 영웅들을 모독하고 독립운동 역사를 조롱하는 만행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민주당은 더 치열하게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며 “아울러 역사에 대해 더 겸손한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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