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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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피고 : 한경닷컴, 조선일보
사건 : 정정보도청구·손해배상(한경닷컴, 조선일보 각 사건)
주문 : 피고들은 정정보도문을 게재한다. 한경닷컴은 공공운수노조에게 500만 원,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에게 100만 원을 지급한다. 조선일보는 공공운수노조에게 300만 원을 지급한다. 
선고일 : 2024년 1월26일
1심 재판부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 재판장 송승우, 판사 이슬아, 판사 한광수

쿠팡 본사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 조합원들이 ‘술판을 벌였다’고 보도한 한경닷컴(한국경제)과 조선일보에 대해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오보로 피해를 입은 노조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 26일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한경닷컴(한국경제)·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에서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경닷컴이 공공운수노조에 500만 원, 전국물류센터지부에 100만 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고, 조선일보가 공공운수노조에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한경닷컴(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경닷컴(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경닷컴(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경닷컴(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앞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22년 6월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에서 쿠팡물류센터 폭염대책을 마련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에 나섰다. 같은 달 30일 한경닷컴은 흐릿하게 찍힌 농성장 사진을 인용하며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 등도 ‘일부 노조원들이 농성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재판부는 “(기사에 게재된) 두 사진은 2022년 6월27일 촬영된 것인 바, 각 사진의 캔 속 내용물은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고 판단했다. 피고가 확보한 쿠팡 직원들이 2022년 6월26일 본사 정문에서 촬영한 사진(소주 페트병과 맥주 캔 이미지가 담긴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쿠팡 본사 건물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촬영된 것인 바, 술이 보인다는 사정만으론 이 사건 장소에서 이 사건 조합원이 술을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촬영시점이 밤이라는 점에서 “기사 제목 혹은 본문과 같이 대낮에 조합원의 음주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 6월27일 당시 농성장 사진.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 6월27일 당시 농성장 사진.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장소(쿠팡 본사 로비)에는 CCTV가 설치돼 있고 쿠팡 본사로부터 고용된 경호업체 직원들이 ‘바디캠’을 장착한 채 위 장소에 있었는데도 두 사진 외에는 조합원이 로비에서 음주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영상은 촬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경닷컴이 ‘쿠팡 노조원들이 본사 로비에 설치해놓은 소형 냉장고’라며 기사에 첨부한 냉장고 사진에 대해 “냉장고에 보관된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설령 술이 보관돼 있었다 해도 이를 조합원이 쟁의행위 중 로비에서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도 약 20분 뒤 ‘술판을 벌였다’는 내용을 수정했으므로 정정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선 “수정 게재만으로는 충분한 정정보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수정 전).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수정 전).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수정 전).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수정 전).

재판부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이유를 “보도가 적시한 허위사실로 인해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중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오해를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쟁의행위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게 됐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 목적의 보도에 포함된 허위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선 “보도는 내용상 신속성을 요하지 않음에도 별다른 사실 확인 없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보도가 단순한 음주사실적시에 그치지 않고 ‘술판 벌였다’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허위사실이 명백함에도 다른 다수 언론사들과 달리 피고가 허위성을 부인하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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