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명이 일하는 전국 83만여개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 27일부터 5명 이상 일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그러자 빵집과 카페 등 영세사업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예외인 5인 미만 인원에 맞춰 사람을 해고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전하며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언론이 없는 사실을 전제로 한 유도성 질문으로 영세상인들에게 불안을 안기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주문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도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법에도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언론이 굉장히 악의적이다. 영세상인이 잘 몰랐어요라고 하면 법적인 책임을 잘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언론 보도를 보면 빵집이나 카페 사장들도 처벌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5인 미만 사업장도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받고, 업무상 과실 치사가 된다. 언론 보도 논리대로라고 하면 제대로 감독했다면 범죄자가 엄청나게 나왔어야 한다. 웃긴 얘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카페나 빵집이나 설렁탕 집에서 사람이 죽을 일이 뭐가 있나. 일례로 5인 미만 사업장인데 가마솥이 있다면 화상 위험에 조심해야 하고 철저히 감독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언론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말하고 있다. 심각하다. 강에 얼음이 50센티 두께로 얼어있는데 이거 깨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주장했다. 영세상인으로까지 확대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부와 집권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벌법 시행 이후 검찰 수사를 보면 굉장히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처벌법 혐의 적용 기소율은 5%도 안된다.”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처벌에 1년 이상 징역으로 하한형을 규정한 것도 과도하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검찰이 기소를 하더라도 이런 법 규정 때문에 2년 이상의 구형을 하지 않는다. 하한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법 집행 억제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처벌시 ‘중대재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고의가 존재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를 지켰다면 처벌할 수 없다. 인과관계 입증도 쉽지 않아 1년 이상 징역 하한형은 ‘과실범 처벌’ 규정으로 과하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 5~49인 사업장 적용 확대 유예 주장이 끊이지 않은 이유를 뭐라고 보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형평의 문제가 발생한다. 엄정 집행하지 못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50인 미만 적용 확대 금지를 유지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진행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언론은 영세사업장을 찾아 처벌법에 떨고 있다는 식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처벌법 문제 때문에 사람을 자를 것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질문하는 것을 보면 현재 의무적으로 돼 있는 걸 알지 못하고 질문을 한다. 악의적이다. 의도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법에도 없는 얘기를 한다. 전담 조직이라든가 관리자를 둔다던가 하는 의무 내용은 카페나 빵집 등 50인 미만 사업장엔 해당 사항이 없다.”

-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 실시에 대해서도 혼란이 많다고 지적한다.

“유해 위험 확인 절차를 만들라고 하는데 산업안전보건법상(기존 시행) 위험성 평가를 하게 되면 했다고 간주하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이미 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 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면 이행(간주)하는 걸로 봐야 하는데 뭘 더 해야 하느냐.”

▲지난 2022년 1월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사진은 사고 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월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사진은 사고 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구비하도록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비용 부담이라고 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질식할 위험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이에 대해 대비해야 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안전벨트를 설치한다던지, 에이형 사다리가 아니라 더욱 안전한 사다리를 준비한다던지 등 이런 것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건 하라는 것이다. 억만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 안전 보건에 관해 종사자들의 의견 청취를 규정한 것도 언론은 영세사업장 의무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종사자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다. 우리나라는 종사자를 업신여겨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위험을 체감하는 것은 노동자다. 종사자들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개선 필요성이 있으면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왜 어렵다는 건지 모르겠다.”

-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이 83만 곳이어서 적용 확대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도 언론 보도의 공통점이다.

“관리책임자를 둬야 하고 위험성 평가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사업장에 대한 건데, 노동부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안전관리공단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줘야 한다. 83만 사업장을 어떻게 일일히 방문하느냐고 하는데 노동부가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홍보를 하면 된다. 체크리스트에 따라 위험성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위험성 평가가 어려운면 관리공단이 지역별로 사장들한테 교육을 시키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한국노총이 안전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해봤더니 비용도 얼마 안 나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걸릴 이유도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꺼내놓고 얘기를 했는데도 (처벌법 시행) 3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은 3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소요된 예산은 평균 3100만 원이었고,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3개월 이내로 나왔다.

▲ 권영국 변호사
▲ 권영국 변호사. 사진=권영국 변호사 제공

- 50인 미만 적용 유예 주장은 결국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가.

“대기업 자본가, 재벌이 처벌법을 막고 있는 것이다. 재벌들이 마치 중소사업자를 위한 것처럼 법 시행에 반대하는데 대형 마트 휴일 의무 폐지만 봐라. 폐지되면 골목상권 다 파괴시키고 이윤을 독점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지고 마치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영세상인을 위한 것처럼 걱정을 하고 있다. 자본 총수 및 대표이사가 처벌법상 감옥에 갈 수 있는 책임으로 돌아오는 걸 막기 위해 이렇게 반대하는 걸로 본다. 결국은 내가 감히 근로자가 죽었다고 해서 감옥을 가야 하나, 여기에 대한 저항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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