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출연했던 배우 이선균씨.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출연했던 배우 이선균씨.

‘극장식 수사’는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 한 사람의 ‘유죄’를 확정 짓는다. 그렇게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고, 2023년 말에는 배우 이선균씨가 세상을 떠났다. “현 정부의 마약 범죄 강경 대응이라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인권을 저버린 것”(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라는 비판 속 피의사실공표죄가 다시금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선균씨 사망 하루 전에도 그의 피의사실은 여과 없이 언론에 중계됐다.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영방송 KBS가 보도했다. 형법 126조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를 금지하지만 지난 70년간 피의사실공표죄로 기소된 사례는 없다. 사실상 피의사실을 흘린 곳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수사 절차법’ 제정을 비롯해 법원의 피의사실공표 금지명령 제도 도입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피의사실을 쓰는 기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지난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이기주 MBC 기자는 한 토론회에서 “검찰발 피의사실로 보이는 기사는 아무리 사회적 파장이 크더라도 기자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속보‧단독’에 굶주려 있는 오늘날 언론계에선 공허한 주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계 내에서 피의사실 보도를 가치 있는 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문제적 기사’를 줄일 수 있는 작지만 가장 유의미한 변화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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