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씨 사망 당일 유서 내용을 공개한 TV조선이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V조선을 인용한 보도는 그대로 남아 있다.

TV조선 보도본부 관계자는 5일 텐아시아 등 언론에 보도 삭제 이유에 관해 “소속사 측의 요청이 있었는 데다 불행한 사건과 관련한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 측면”이라며 “고소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더 이상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27일 TV조선 보도 갈무리
▲ 지난해 12월27일 TV조선 보도 갈무리

앞서 TV조선 ‘뉴스9’은 고인이 사망한 지난해 12월27일 <[단독] “이것 밖에 방법이 없어”… ‘거짓말 조사’ 자청> 리포트를 통해 유서를 공개했다. TV조선은 이선균씨가 집을 나서기 전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겼다며 아내와 소속사 대표에게 남긴 글을 보도했다.

유가족이 유서 공개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TV조선이 일방적으로 공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소속사는 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일 이선균씨 소속사는 입장문을 통해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다”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된 모든 기사와 온라인상에 게재된 모든 게시물에 대해 수정과 삭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TV조선을 인용한 보도 다수는 6일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았다. 파이낸셜뉴스, 더팩트, 서울경제, 이데일리 OSEN, 조이뉴스24, 등이 TV조선을 인용해 유서 내용을 전하는 기사를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29일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유서 내용을 전하는 기사가 150건이 넘었다.

민언련은 “더 큰 문제는 TV조선의 보도 이후 이를 문제의식 없이 받아쓴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는 점”이라며 “불확실한 입수 경로를 가진 기사 내용을 전하는데 서슴없었다. 윤리강령도 저널리즘의 원칙도 무시된 자극적이며 경쟁적인 언론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언론은 유서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권고기준은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의 미화를 방지하려면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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