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씨가 지난해 12월27일 사망한 뒤 경찰의 피의사실공표와 이를 받아쓴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경찰 수사에서 이씨의 마약 투약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마약을 했다는 일방적 주장과 이씨 사생활에 대해 언론을 통해 전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지난해 12월29일 <피의사실공표 등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 고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며>란 논평을 내고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목을 끌만한 사람이 관련된 경우 혐의사실과 수사상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극장식 수사’가 잦아졌고, 더불어 그 폐해가 커졌다”며 “현 정부의 마약 범죄 강경 대응이라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인권을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26조와 법무부가 지난 2019년 12월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해 혐의사실과 수사상황 등을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를 무력화하도록 훈령을 개정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문제(피의사실공표)를 해소하려면 누가 수사하든 누구에게든 반드시 적용하는 수사절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BS는 지난해 11월24일, JTBC는 지난해 12월26일 경찰이 수사 중인 유흥업소 실장의 주장을 단독보도했다. 이씨가 마약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인데 마약 투약 검사에서 이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민변 사법센터는 지난해 4월 제정한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에서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피의자나 변호인 요청이 있는 경우 심야조사를 할 수 있으며 실제 조사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인용하며 “경찰은 고인 사건과 관련하여 상당한 이유나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야조사 및 장시간 조사를 강행했다”며 “심야·장시간 조사의 허용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고인에 대한 수사는 위법·부당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지난해 12월30일 추모글을 발표해 “범죄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 되었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됐다”며 “이에 감독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 배우 이선균 사망 방법을 노출한 기사 제목들. 사진=민언련 제공
▲ 배우 이선균 사망 방법을 노출한 기사 제목들. 사진=민언련 제공

한편 지난해 12월29일 같은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경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썼다’ 이선균 죽음에 사회적 흉기된 언론>을 내고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은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TV조선 보도를 시작으로 24시간 동안 2600건이 넘는 기사가 네이버에 올라왔는데 OSEN 70건, 스포츠조선은 60건, 위키트리 50건 등 비슷한 내용에도 언론들은 반복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무분별하게 쏟아진 기사에는 사망 도구를 언급한 제목이 많았다고도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자살보도 윤리강령’에는 “언론은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도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언련은 “언론은 사망 소식을 전할 때, 보도 말미에 모방 자살을 막기 위해 자살 예방 전문가 상담 전화 안내 문구를 남긴다. 이씨 사망 소식을 전한 보도도 마찬가지인데 기사에서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알리고 기사 하단엔 자살 방지 상담 전화문구를 남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KBS와 JTBC의 경찰발 보도도 문제 삼으며 “경찰의 무책임한 피의 사실 흘리기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는 이 씨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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