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한겨레 칼럼을 담당하는 고연차 기자들이 8일 자 신문에서 김건희 여사를 비판했다. 정파를 떠나 보수·진보 오피니언 리더들이 ‘김건희 리스크’를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 건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언론사 칼럼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를 주제로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도덕 불감증에서 보수의 위기를 우려했고, 한겨레는 김 여사에 침묵하는 대통령실과 국가기관을 질타했다.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동아일보 대기자 “김건희 사과해야…관저 떠나라”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는 8일 <이 나라 보수는 ‘김건희 리스크’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김 여사를 비판했다.

이 대기자는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받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김의겸의 청담동 술자리 주장 같은 가짜뉴스거나, AI 딥페이크 영상이겠거니 했다.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며 “‘현직 퍼스트레이디가 친(親)적국(敵國) 활동 경력이 있는 인사를 만나 보석을 선물 받는데 이게 다 함정 몰카에 찍힌다~.’ 만약 필자가 영화제작자인데 그런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너무 작위적이고 현실성 없는 설정이라며 퇴짜를 놓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기자는 “이번 사건이 보여준 상상 초월의 세계는 세 종류”라며 “하나는 상상 초월의 저질스러운 공작 행태고, 둘째는 상상 초월의 허접한 사람 관리 및 경호 시스템이고, 셋째는 대통령 부인이 보여준 상상 초월의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기자는 “이 세 요소는 서로의 상상 초월성을 상쇄하지 않는다. 김 여사가 백을 받았든 안 받았든 몰카 공작의 저열함과 비도덕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함정 몰카라해서 김 여사 행동의 비도덕성이 감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8일 자 이기홍 대기자 칼럼.
▲ 동아일보 8일 자 이기홍 대기자 칼럼.

이 대기자는 “함정 몰카 주동자들에 대해선 엄정한 법적용과 사회적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다시는 미디어의 탈을 쓴 이런 저질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단죄가 필요하다”면서도 “좌파의 비도덕성에 대한 개탄과 김 여사의 행동에 대한 비판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 대기자는 “김 여사는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私家)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며 “물론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부부는 사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배우자는 공인이다. 더구나 ‘김건희 리스크’는 총선과 나라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기자는 야당의 예고된 공세를 우려한 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김 여사는 의혹의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위치를 자처하고,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해 확고한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며 “특검 공세에 대응할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명품백 파문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쉬쉬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전국의 공직자 배우자들에게 어떻게 김영란법 준수를 요구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권익위는 왜 존재하는 기관인가. 신속히 진상 조사에 착수해 금품을 준 쪽과 김 여사 쪽 모두의 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조사하는 것이 직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겨레 논설위원 “김건희가 불소추 특권 누리는 대통령 같다”

강희철 한겨레 논설위원도 이날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인가> 칼럼에서 “값비싼 명품백을 받은 대통령 부인의 행위는 법 위반인가 아닌가”라며 “초등 산수 같은 이 문제가 동영상 공개 열흘이 지나도록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는 건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은 “대통령실은 지금껏 함구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영란법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여사에 대한 신고 여부를 묻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별명이 ‘조선제일검’이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얼버무렸다. 김 여사 말고 대통령실 다른 공직자의 부인이 같은 행위를 했어도 이럴까”라고 반문했다.

강 위원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은 기본이다. 권익위가 직권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걸핏하면 시행령을 고쳐 ‘등’의 범위를 마구 확대하는 정부이니, ‘업무조사에 필요한 실태조사 등’(김영란법)에 근거하면 못 나설 이유가 없다”고 꼬집은 뒤 “검경 수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김 여사가 임기 중 불소추 특권을 누리는 대통령 같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은 “대통령도, 김 여사도 지금은 힘이 세다. 이번엔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끝내 아무 일도 없을 수는 없다”며 “이번 백 수수의 공소시효는 5년,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4개월 뒤인 2027년 9월까지 수사와 처분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 검찰이 그때까지 고의로 방치하면 직무유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8일 자 강희철 논설위원 칼럼.
▲ 한겨레 8일 자 강희철 논설위원 칼럼.

강 위원은 칼럼 말미 윤 대통령의 옛 동료들의 걱정과 우려 목소리를 담았다. 강 위원이 전한 옛 동료들은 “ㄱ 전 검사장을 비롯해 그간 여사 문제를 거론한 사람은 단 한명도 예외 없이 대통령에게 손절을 당했다. 누가 감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나”, “대통령이 이혼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여사 문제는 정리 못할 것이다”, “저런 일이 이번 한 번뿐일까. 백도 심각하지만, 금융위원 인사 청탁 통화를 들었다는 전언이 더 쇼킹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가 공개한 몰카 영상엔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영상은 통일 운동을 해온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촬영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브랜드 ‘디올’의 파우치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구매해 최 목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가 함정을 파고 몰카를 기획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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