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구성원들이 경영실패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파기 발언 등을 이유로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인건비 삭감 없인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노조)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경기도 고양시 EBS 건물 1층에서 경영진 사퇴 요구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에 따르면, EBS 노사는 올해 총 4차의 임단협 실무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합의되지 않았다. 사측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절감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256억 적자를 기록한 EBS는 올해 300억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제작비는 올해 30억이 삭감됐고, 내년엔 70억이 삭감될 예정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일산 EBS 1층에서 경영진 퇴진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일산 EBS 1층에서 경영진 퇴진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조에 △인건비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시행 △연차수당 폐지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주 4.5일제에 대한 구체적 운영계획과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대상 확대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임단협 중 사측 교섭위원장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진행된 3차, 4차 임단협 실무소위원회에서 사측 교섭위원장은 “11월30일까지 사측 교섭안을 거부하면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사측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 “그 이후의 파업이나 사장 퇴진 운동은 노조에서 알아서 하라”라고 말했다. 해당 교섭위원장은 전직 EBS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관련해 노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은 단협 파기를 무기로 노조를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인건비 절감을 들먹이며 파업을 종용했다. EBS 구성원과 노조에 대한 명백한 협박과 조롱으로 간주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며 “EBS 경영 위기의 원흉인 경영진은 오랜 기간 노사의 상생 노력으로 이루어놓은 단협을 짓밟고 마치 조직원들의 탓인 양 임금을 비롯한 모든 복지 및 근무 여건을 훼손하는 교섭안과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들이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유열 EBS 사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으로 발생한 경영 악화를 EBS 구성원들에게 돌리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부사장 시절부터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과 편성 개입으로 EBS의 재정은 최악의 상황이 됐고, EBS 콘텐츠는 경쟁력을 잃어 갔다”며 “사장 임기 내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구성원들의 숨통을 조여왔지만 무능한 경영능력으로 재정 적자만 키워왔다. 사장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경영적 결정이 EBS를 위함이 아닌 사장 본인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었음이 이번 교섭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일산 EBS 1층에서 경영진 퇴진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일산 EBS 1층에서 경영진 퇴진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노조는 사측에 △단협 파기 및 파업 종용 발언에 대해 사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문제 발언을 한 교섭위원을 포함해 사측 교섭위원을 전원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내달 1일까지 두 가지가 이행되지 않으면, 김유열 사장이 상황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EBS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사측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공식적 방향 제시도 없다. 비용절감으로 재정 상황을 타파하려는 생각밖에 없다”며 “노조는 회사 상황이 어려우니 고통분담에 참여할 수 있고 대신 다른 단협 조항에서 보강해야할 것들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인건비를 절감해서 균형재정을 맞추고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1차 목표다. 내년에 상황이 좋아지면 다 원복시켜주겠다고 해 부속조항으로 넣자고 하니 거부했다. 교육방송이 공적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을 유도하는 게 사장 역할인데, 그런 협상 노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측 교섭위원장인 홍정배 EBS 정책센터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올해 300억 적자가 나면 남는 잉여금은 70억이다. 회사에서 획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금액이 점점 줄어들고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 EBS가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2월부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노조가 조금만 고통분담을 같이 해달라는 논의를 해오고 있었다. 연차 수당 문제로는 올해 5월부터 8번의 공사발전위원회를 열었다. 간부들은 먼저 희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에서 문제삼은 발언에 대해 홍 센터장은 “해당 발언을 한 건 맞다. 단협 파기와 무단협 이야기를 계속 했던 건 이렇게라도 해서 풀리면 좋겠다는 배수진을 치는 차원이었다. 절박한 심정에 무단협까지도 겸토하고 있지만 그렇게 가지 않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며 “파업 얘기를 한건, 퇴진 운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EBS에도 노동자에게도 도움이 안되니 임단협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비용감축은 할만큼 다 하고 인건비가 남은 거다. 그래서 같이 고통분담을 하자는 논의를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측은 먼저 상황이 나아지면 원복시켜주겠다고 제안했고, 노조에서 원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약속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며 “5월부터 8번의 공사발전위원회를 진행하며 노조가 사장이 경영 악화에 대해 사과하면 연차 수당 폐지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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