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MBC 장악’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무리한 공영방송 이사 해임에 또 한 번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이 1일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김기중 이사의 해임처분 효력은 해임처분취소소송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이 같은 결정은 9월11일 권태선 이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9월18일 방통위는 “MBC 특별감사 업무에 참여해 MBC 감사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독립성을 침해했고, MBC 사장 선임과정에 대한 부실한 검증 및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해 방문진과 MBC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등 방문진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 이사를 해임했다. 또 김 이사가 “MBC의 경영성과 등을 적절하게 관리·감독해야 함에도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과 MBC 및 관계사의 경영손실, 공모사업 운영의 객관성 결여를 방치하는 등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해임 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하였거나, 그 심의‧의결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함을 알 수 있는바, 이처럼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해 신청인이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방문진 이사인 신청인은 관찰자로서 (MBC 특별감사에) 파견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신청인이 MBC 특별감사에서 감사 업무의 독립성, 공정성 등을 해칠 만한 행위를 했다고 볼 사정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피신청인(방통위)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의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이 MBC의 공정성, 공공성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역할에 부응하지 못해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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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기중 이사 해임 전날이던 9월17일 강중묵 권태선 김석환 박선아 윤능호 등 방문진 이사 5인은 공동성명을 내고 “만약 방통위가 김기중 이사 해임 절차를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집행정지와 이사 복귀 과정을 밟게 될 것임은 명확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이제라도 방통위법 제1조에서 명시하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보장이라는 법률상 책무를 이해하고 더 이상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 사회에 불신과 혼동을 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해임 절차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해임을 강행했고, 방문진 다수 이사들의 예상대로 김 이사는 복귀하게 되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방문진 이사회 구도는 6대3 야권 우위가 되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결정에 즉각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해임이 얼마나 억지였고 부당한 것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밝힌 뒤 “김기중 이사 해임은 이동관과 이상인 단 2명의 방통위원만이 독단적으로 의결한 것”이라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MBC본부는 “특히 권태선 이사장 해임처분 집행정지가 서울행정법원에서 인용된 이후(9월11일) 일주일 만에 해임을 강행한 것으로, 권 이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덜 무거운 해임 사유임에도 김 이사의 해임을 밀어붙인 것은, 방통위가 법원의 결정마저 대놓고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해 방송 장악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동관은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 방문진의 업무를 방해하고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