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WP)가 직원 240명을 줄인다. 20명 해고를 포함해 직원 50명을 감축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다시 꺼낸 인력 감축안이다. 240명 감원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WP를 인수한 2013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축이라는 평가다. 

패티 스톤사이퍼(Patty Stonesifer) WP 최고경영자 대행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직원들에게 이같은 인력 감축안을 밝히며 자발적 희망퇴직 방식 등으로 감원이 진행될 것이라 했다. 감원은 뉴스룸과 사업 부문 양쪽에서 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11일자 WP 보도를 보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부문으로 지역 이슈를 다루는 메트로 부서가 꼽힌다. 89명의 직원을 4분의 1로 줄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도 편집팀을 간소화하고 뉴스레터 숫자를 줄이며, 오디오 및 영상 부서엔 더 집중된 전략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샐리 버즈비 WP 편집국장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하면 실속있는 자원으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지 구상해달라고 구성원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 워싱턴 노스웨스트에 위치한 워싱턴포스트 본사. 사진=워싱턴포스트
▲ 워싱턴 노스웨스트에 위치한 워싱턴포스트 본사. 사진=워싱턴포스트

WP 직원은 총 2600여 명. 이 가운데 보도 부문인 뉴스룸 직원은 1000여 명이다. 버즈비 국장에 따르면, 인력 감축이 이뤄지면 뉴스룸 직원은 2021년 말 규모인 940명이 될 전망이다. 희망퇴직 조건은 WP가 전폭적 구조조정을 거쳤던 2000년대보다는 개선됐다. 최소 15년 이상 근무한 최고급 인력의 경우 2년간의 급여와 건강보험 1년 보장 혜택을 받는다.

베이조스 인수 이래 WP는 확장일로를 걸어왔다. 뉴스룸 직원은 58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다. 테크와 탐사 부서는 대폭 확장됐다. 기후와 건강, 웰빙 보도에 집중하는 새 부서가 탄생했다. 베이조스가 낙점해 2014년 WP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에 임명된 프레드 라이언 역할이 컸다.

하지만 WP의 성장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회사 확장은 전체 미디어업계 성장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빨랐다는 평가다. 지난 8월 라이언 후임으로 CEO 대행을 맡은 스톤사이퍼는 아마존 이사회 멤버이자 베이조스의 오랜 친구. 스톤사이퍼는 한시로 ‘경영 정상화’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국 미디어업계는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은 올해 직원의 10%를 해고했다. 미 최대 지역신문 소유주 가넷(Gannett)도 몇 차례 직원들을 해고했으며, 복스 미디어(Vox Media)도 지난 1월 직원 1900명 가운데 7%를 해고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도 올 여름 팟캐스트 부문 일자리 200개를 줄였다.

2020년 말 300만 명에 달했던 WP의 온라인 구독자는 현재 250만 명으로 떨어졌다. 2021년과 비교하면 15% 감소한 규모다. 전체 온라인 독자 수 역시 2021년에 비해 28% 감소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WP는 약 1억 달러(1338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WP 독자 수가 크게 늘었지만 2020년 이후 독자들의 정치 관심이 줄어 구독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스톤사이퍼의 진단이다.

WP 노조는 사주 베이조스를 겨냥한 비판 성명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 소유한 WP가 일관성 없는 사업 계획과 무책임한 확장 결과를 왜 직원들에게 강요키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이 경영진의 잘못된 사업 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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