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세계일보와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2일 세계일보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이 헌법에 반하거나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경우가 아니고, 기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지 않으면 사건 자체를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조 전 장관 부부의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 2019년 9월6일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9년 9월6일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일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날인 2019년 9월6일치 지면에 <“펀드 관련자들 해외 도피 조국 아내 지시 따른 것”>이란 제목으로 단독 기사를 냈다. 온라인에는 전날인 9월5일 오후 보도됐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이 불거진 직후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실소유주 조모씨(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2차전지 업체 WFM 전 대표 우모씨,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부사장 이모씨 등에게 해외로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 세계일보 2019년 9월6일자 4면.
▲ 세계일보 2019년 9월6일자 4면.

세계일보는 이 보도에 ‘조씨 등과 친분이 있는 한 소식통’을 인용했는데, 해당 익명 소식통은 “조 후보자 측 펀드 투자 의혹이 본격화하기 전에 빠르게 출국했다. 정 교수가 해외로 나가 있으라고 해서 모두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2020년 8월 “정경심 교수는 코링크PE 관련자들에게 ‘해외에 나가 있으라’라고 말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세계일보와 기사를 쓴 소속 기자 2명(배민영·정필재)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위자료 5000만 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정 교수는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말한 사실도 없는데, 이를 진실한 사실로 전제한 후 조 전 장관이나 정 교수를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발언으로 정 교수 행위 동기나 배경까지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국회의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하루 전 보도됐다”며 “검찰을 총괄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공직인 법무부 장관에 사모펀드 관련 검찰 수사를 회피 또는 방해하게 하는 행위를 한 배우자를 둔 사람이 취임하려 한다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매우 큰 내용의 기사였기 때문에, 보도를 하기 전 이뤄져야 할 언론기관의 사실 확인 의무는 더 엄격해진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와 기자들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진실한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이고 확정적 표현을 사용했고 “세계일보 취재 결과 드러나”, “세계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등 문구를 사용해 충분히 취재에 따라 확인된 사실관계인 것으로 보도했다는 게 조 전 장관 측 주장이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부부의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하며 세계일보 기자 2명이 조 전 장관 부부에게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조 전 장관 부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 이에 세계일보 측이 항소했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8-3민사부(재판장 최승원)는 지난 6월 세계일보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세계일보 보도에 “적시 사실을 알게 된 경로나 배경이 무엇인지 등을 보다 구체적이고, 다각도로 조사했어야 할 것인데도 세계일보와 기자들이 그와 같은 조사를 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보도에 적시된 사실의 진실 여부는 당시 국무위원 후보자인 원고(조국)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자질 등을 검증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인데도 더 이상의 추가적 조사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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