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으로 202일 동안 구치소에 구금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와 김언경·김서중 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10일 정 교수와 전직 민언련 공동대표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하지 않은 말을 이들이 날조하여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월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월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정 교수는 2020년 4월9일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 “(이 전 기자가 취재원에게) ‘거짓이라도 좋으니 증언을 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같은 방송에서 김언경 전 대표는 “(이 전 기자가) ‘그냥 거짓이든 진실이든 약한 거든 센 거든 뭐든지 줘봐’라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 전 기자의 취재 윤리를 문제 삼았다.

김서중 전 대표는 2020년 7월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런데 녹취록에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특정 세력을 향한 의도적 취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MBC 보도로 알려진 이 의혹은 이 전 기자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치권 인사 비리를 캐기 위해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장관)과 공모하여 사기죄 등으로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김언경·김서중 공동대표 체제였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C 보도 직후인 2020년 4월 ‘검언유착’ 의혹 실체를 밝혀달라며 이 전 기자 등을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 전 기자는 그해 8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2021년 7월 1심은 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월 항소심 무죄 선고 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무죄로 확정됐다.

▲ 2020년 4월7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당시 이동재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 2020년 4월7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당시 이동재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언경 전 대표는 11일 통화에서 이 전 기자 고소에 관해 “(내가 TBS에 출연해서 한 발언은) 당시 MBC 보도에 관한 평론을 한 것”이라며 “당시 민언련이 검찰에 고발을 진행했고, 그에 관한 조사를 통해 (검언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를 전제하고 한 발언이기 때문에 이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채널A 사건을 다룬) 당시 방송은 공익성이 앞서는 주제라고 생각한다”며 명예훼손 혐의에 관해서도 부인했다. 

김서중 전 대표(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현재 고소장이 공개된 것도 아니라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다만 채널A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 등 문제와 관련해 한동훈 당시 검사장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제대로 열린 상태에서 (의혹의 사실 여부가) 확인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은 현재로선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오가는 논의가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정 교수는 보도를 통해 인지했을 뿐 구체적 고소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공식 입장을 내긴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 전 기자는 10일 “정준희씨는 최강욱, 유시민, 김어준 등과 동일한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3년 넘게 어떠한 사과도 반성도 없어 법적 대응에 나선다”며 “이 밖에 한양대 징계위원회 개최 요청 등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라며 “총선 직전 가짜뉴스를 유포해 국민을 선동한 뒤 공적 책무를 지는 공영방송에서 활동하며 국민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언경·김서중 전 민언련 대표 발언에 관해서도 “‘민주’와 ‘언론’을 내세우는 자들이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활동 중”이라고 했다.  

이 전 기자가 취재원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라는 취지로 협박했다는 주장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 비롯했다.

최 전 의원은 2020년 4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고 다음 정권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잡게 된다.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한마디만 해라”와 같은 협박 발언을 쏟았다고 게시글을 올렸다가 피소됐다.

서울고법은 지난 6월 이 전 기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최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최 전 의원의 300만 원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원고(이동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최 전 의원이 게시한 페이스북 글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지난 7월 이 전 기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TBS
▲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TBS

한편, 이 전 기자는 MBC 검언유착 보도 후 자신을 해고한 채널A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지난 6일 이 전 기자 항소를 기각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유지한 것이다. 1심은 지난해 12월 “형사 재판에선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이철 및 가족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플리바게닝(형량협상제도)이 가능한 것처럼 언급해 자신이 원하는 취재 정보를 획득하고자 한 것은 정당한 취재 윤리를 벗어난 행위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전 기자 강요미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도 “이동재 피고인은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인데도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이철 전 대표)를 압박하고, 그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며 “이런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언론인이 취재 윤리를 위반했대도 이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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