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징하다. 독립군의 상징인 홍범도를 제멋대로 능욕한 무리가 여론의 눈총을 피하려는 깜냥일까. 윤미향을 집요하게 사냥한다.

대통령실, 집권여당, 신방복합체와 그 아류들이 한 통속이다. 가령 ‘김정은의 유용한 바보들’을 조롱하는 조선 칼럼(9월9일자)에 이어 동아도 뒤늦게 “총련, 윤미향 참석행사서 ‘김정은 원수님’ ‘이남의 미더운 겨레’”라는 선정적 제목 아래 ‘단독기사’(9월11일자)를 내보냈다. 태영호까지 등장한다. 국회에서 윤미향과 민주당을 싸잡아 매도한 태영호에게 ‘쓰레기’라는 말이 터져 나온 사실을 두고 북한이 한 말과 같다며 섬뜩하다나.

물론 인간에게 ‘쓰레기’란 말은 결례다. 그런데 어떤가. 태영호가 홍범도 평가를 2년 만에 180도로 무례하게 바꾼 언행은 그의 인간됨에 연민마저 느끼게 하지 않던가.

차분히 짚어보자. 문제는 간토 대학살이다. 당시 일본인도 기록했듯이 학살 현장은 우리 동포들의 “머리를 푹 찌르고 눈에 죽창을 찔러 넣고” 장작불에 산채로 구워버리는 “지옥”이었다. 일본 정부는 대학살을 유도하고 방조했다. 그나마 재일동포들과 일본의 양심적 민중들이 연대해서 학살 50주년을 맞은 1973년 ‘조선인 추도비’를 세우고 해마다 기려왔다. 그 상징적인 곳, 일본의 대표적 시민사회 단체인 ‘평화포럼’이 후원하고 100여 단체가 공동주최하며 연대하는 곳에 윤미향이 참석했다.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9월2일 일본어판에 9월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무소속 윤미향(붉은원)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 연합뉴스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9월2일 일본어판에 9월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무소속 윤미향(붉은원)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조총련 주최’라고만 쓰고 맨 처음 색깔을 칠한 조선일보 기자는 “추모마저 두쪽 낸 윤미향”이라고 칼럼을 썼다. 기가 막히다. 대체 누가 두쪽 냈는가. 윤미향인가. 조선일보인가.

기자가 썼듯이 “재일교포들의 염원은 일본 정부가 조선인 학살을 공식 조사하는 일”이지만 1923년 당시 총리가 “조사 중”이라 말한 뒤 100년을 맞은 지금까지 발뺌이다.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의 양심적 민중과 연대가 절실한 까닭이다. 한국 정부가 무심했거나 되레 일본 정부와 밀착해있기에 더 그렇다. 처음 열린 민단 행사에 민주당과 국힘의 두 의원이 초청받아 참석했다면, 무소속 윤미향이 재일동포들과 일본 민중들이 공동주최하는 가장 상징적 행사에 참석한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정당과 언론이라면 오히려 역할 분담으로 이해해야 옳지 않은가.

하지만 조선일보는 윤미향이 “남조선 괴뢰” 외치는 행사에 참석했다는 선동적인 사설을 실었다. 윤미향이 “부끄러움이나 뉘우침은 전혀”없다고 개탄한다. 출생부터 친일인 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줄기차게 여론화해 온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를 마녀로 몰아 온갖 왜곡을 해놓고 되술래잡는 꼴이다. 지난 대선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이재명 후보에 홍수처럼 쏟아 부은 신방복합체가 ‘뉴스타파’의 약점 하나 잡고 폐간 운운하는 권력에 ‘주파수’ 맞추는 살풍경과 어금버금하다.

희극의 절정은 따로 있다. 조선일보 사설이 나온 그날 대통령 윤석열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 행위”라고 살천스레 부르댔다. 대통령실은 “우리 체제에서 함께할 수 있는 정치 세력으로 볼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드디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한동훈이 자랑한 ‘나쁜 놈 잡는 검사’들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9월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좋다. 얼마든지 수사하라. 다만 대선에서 0.7% 차이의 후보이자 제1야당 대표를 확실한 물증도 없이 끊임없이 소환해대는 권력의 충견이라 해도 대한민국 검사라면 민족적 진실은 최소한 인식하기 바란다. 윤미향은 학살에 시치미 뚝 떼고 있는 일본 정부에 맞서 그 나라의 뜻있는 민중들과 연대했고, 윤석열은 대학살 100주년에 그 거친 입 한번 벙긋도 않은 사실을. 되레 일본 원전 오염수를 염려하는 자국 국민을 한껏 조롱하며 ‘에헴’하고 있는 사실을. 국군의 기둥을 길러내는 사관학교에 외적과 맞서 싸운 독립군 뿌리를 잘라내고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대의 일본군 장교를 앉히려 획책하는 사실을.

그렇다. 지금은 윤석열과 윤미향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고 물을 때다. 대체 누가 반국가행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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