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정부까지 독재정권 미화에 팔 걷고 나섰다. 186명의 민중이 목숨 바친 사월혁명으로 쫓아낸 이승만에 마냥 찬가를 불러대는 저들을 보라. 사뭇 기세등등하다. 대통령 윤석열, 법무 한동훈, 보훈 박민식이 앞장섰다. 모두 검사 출신으로 유들유들하지만 그들이 주역은 아니다. 조중동 신방복합체, 특히 조선이다. 오래 전부터 악머구리 끓듯 이승만을 찬송했다.

기실 대통령실과 집권당은 내내 ‘조선 앵무새’였다. 윤석열이 3·1절 기념식장 그림들에 ‘이승만이 없다’고 홉뜨자 박민식은 잽쌌다. ‘이승만 탄생 기념식’에 가서 추어올리고 58주기(7월19일)에도 참석해 이승만의 “한평생은 누구도 쉽게 걸을 수 없고 아무도 감히 폄훼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참된 지도자의 시간”이라 찬양했다. 7월15일 한동훈은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 칭송했다.

▲ 윤석열 대통령가 김건희 여사가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가 김건희 여사가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궁금하다. 윤석열, 박민식, 한동훈은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박민식은 자신이 이승만뿐이 아니라 백선엽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다고 기자들 앞에서 자부했다. 대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기에 백선엽이 친일을 하지 않았다고 언죽번죽 주장할 수 있을까. 이승만으로 하여금 토지개혁에 나서게 한 힘은 어디서 왔는지 한동훈은 알고 있을까. 곡절 끝에 토지개혁을 실현한 초대 농림장관 조봉암은 결국 이승만의 심기를 좇은 검사들에게 사법살인 당했다. 한동훈이 ‘나쁜 놈들 잡는 게 검사’라고 노상 강조하지만, 실제 톺아보면 권력의 칼잡이로 나서서 민중적 정치인과 애먼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나쁜 놈들이 검찰에 정말 많았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니 공부라면 자신 있다고 혹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그들 검사 출신들의 천박한 역사 인식은 조선일보의 오랜 주장을 빼닮았다. 윤석열, 한동훈, 박민식이 정부 차원에서 이승만을 찬양하자 조선은 동상에 이어 기념관 건립까지 대서특필했다. 그 신문 고문 강천석은 흡족한 듯 이승만 칭송에 말뚝을 박았다. “대한민국을 만든 이승만 대통령의 두 말뚝” (7월29일 칼럼 제목)이 ‘자본주의’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란다. 논리는 단순하다. 장황하게 ‘북한 생지옥’을 묘사한 뒤 이승만이 아니었다면 남한도 그렇게 되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해방정국에서 이승만 아니면 김일성이라는 논리는 당시의 상황을 지나치게 결과론으로 소급한 해석이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민중들의 소망엔 모르쇠를 놓는 역사 인식이다.

해방 정국에는 이승만과 김일성만이 아니라 치열하게 일본 제국주의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남쪽에 가장 잘 알려진 김구와 여운형이 있었고,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지지를 받은 박헌영,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 김원봉이 정치에 나섰다. ‘이승만 아니면 김일성 논리’는 남과 북 모두 독재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으로 식민사관이 배어있다. 정전 70년을 맞아 쓴 소설 「원시별」에 그렸듯이, 친일세력 청산을 요구한 민중을 ‘빨갱이’로 몰아 골골샅샅에서 학살한 이승만은 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5월 총선에서 민심을 잃어 참패했다. 조병옥 낙선이 상징적이다.

미군정청 경무부장으로 제주도를 ‘빨갱이섬’이라 공언하며 쓸어버리라 명령했던 조병옥은 서울 성북에서 완패했다. 더구나 상대는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내걸고 사회당을 창당한 독립운동가 조소앙이다. 분단 정부를 세우는 제헌선거에 불참했던 그는 사회당 후보로 전국 최다득표를 하며 조병옥을 압도했다. 제헌의원으로 친일파를 두남둔 한민당의 거물 김준연도 낙선했다. 이승만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정권을 잃을 위기에 직면했다. 전쟁이 없었다면 한국 정치는 얼마든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경제 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경제 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그렇다. 이승만 아니면 김일성이라는 협박으로 독재자를 칭송하는 얕은 역사인식은 특정 신문 하나로 충분하다. 권력과 언론이 그 선동과 칭송으로 2023년을 살고 있는 민중들이 요구하는 민생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매우 검사스러운 자들에게 역사 앞에 겸손하길 촉구한다면, 그들을 과대평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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