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평화보다 자국 안보를 최우선하는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은 물론 자국이익에 필요할 경우 베트남전 확전, 이라크 침공에서 보듯 가짜 뉴스를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우방국 권력기관 도감청 사실까지 밝혀진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무오류, 절대 선’이라는 식의 초강력 신뢰와 안보의존으로 올인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법으로 지구촌을 상대로 유무형의 제재, 통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의 경우 9·11 테러 이후 시행된 도청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한시법으로, 미국 정부는 외국에서 영장 없이도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법은 2008년 제정된 지금까지 논란속에 시행되고 있으며 미 정부는 계속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매일 아침 30분씩 백악관에서 ‘대통령 일일 브리핑(daily briefing)’이라는 정보를 보고받는데 이 정보보고의 60% 이상은 미국 정보기관이 해외 인사들의 전화, 이메일 등 전자신호를 도청해 수집한 정보다. 미국 특수부대는 이들 정보를 활용해 알카에 지도자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CBS노컷뉴스 2023년 4월17일).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우방국을 동원해 중국에 대해 경제, 안보 등에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땅을 강탈했던 미국의 반인륜적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등의 우방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 투자, 교역 등에 실질적인 통제력을 행사하는 막가파식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미국은 우방국을 상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식의 무뢰배 짓을 일삼고 있고 그것이 미국 법체계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한반도 안보문제를 전적으로 의뢰하고 그에 종속되는 형태의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한반도 군사문제는 남북한과 미국 등 주변국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고차 방정식과 같은 대처가 필요하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한국도 주권국가로서 그렇게 대처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은 체질적으로 미국익 추구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그것이 미국식 법치라고 주장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국도 그에 맞는 대응방식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이익에 맞춰져 있는 한반도 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올인 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매도하는 식은 곤란하다. 그것은 한미 근현대사를 통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미국이 주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대북 정책을 강행한다면 한국은 과거 박정희 정권 이래 역대 정권이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주변국과 다양한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로 남북한 평화통일이라는 목표에 접근해 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남북한 평화통일은 한반도, 동북아에 기여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백악관이 부인한 대통령실의 ‘핵 공유’ 설명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국내외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와 직결되는 것은 물론 주변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이래 지속되는 최대 이슈인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미의 공동대책 핵심사항 하나가 확장억제 강화로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구체화 되었다. 미국의 전략핵무기로 미 본토 수호 수준의 핵우산을 한국이 보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4월28일(현지시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워싱턴 선언에서 구체화 된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대해 “이는 나토식 핵공유보다 확장억제에 더 실효성을 갖췄다. (한미가) 1대1로 맺은 것이라 나토의 다자화 약정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가장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NCG 발언에 담긴 의미가 단순치 않아 새김질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NCG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실이 내놓은 NCG 의미 설명을 미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증폭됐다. 백악관은 지난 4월27일(현지시각)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설명했는데 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사실상의 핵공유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3년 4월28일).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은 NCG 구성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사실상의 핵공유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면서 전날 한미 정상회담 뒤 나온 대통령실의 설명을 부인했다.

그는 “NCG는 정기적 협의 기구로, 핵과 전략 기획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중대한 비상사태 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한국에 추가적 이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NCG는 핵 위협 등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미국의 비상 계획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틀이지 핵공유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한편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NCG를 추켜세우는데 동참했다. 그는 지난 5월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불려도 될 정도로 의미가 크다. 이번 선언은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핵을 포함한 상호방위 개념으로의 업그레이드”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매일경제신문 기고문에서 이같이 평가하며 “NCG는 분야별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며, 그 결과는 계획 수립·연습 및 훈련 실시·전략자산의 운용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아니라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 체계로의 진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6월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공식 출범시키고 밝힌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국의 확장억제는 NCG를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이 함께 협의해 결정하고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로 나아갈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미사일 위협도 억제하고 대응할 능력 구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북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며, 한미 양국은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미 양측은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 실행방안을 강화하고 NCG를 중심으로 핵과 관련 다양한 도상훈련 시뮬레이션을 조율하고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3년 7월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공식 출범한 다음 날인 지난 7월19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이 발사는 한미간 핵협의그룹이 확장억제 강화에 나선 데 대한 반발로 탄도비행거리로 볼 때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이 입항한 한국 부산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순항미사일은 속도는 느리지만 저고도로 비행해 탄도미사일보다도 레이더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이 순항미사일의 구체적인 종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나토 핵공유 협정도 미국 전술핵에 대한 소유권, 결정권, 거부권은 없어

한국 정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는 NCG에 대해 미 전문가들의 견해는 온도차가 크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관련 성명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 조치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자유아시아방송(RFA) 2023년 4월25일).

그러나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지난 4월25일 “미국의 확장억제정책과 이를 한국에 적용하는데 있어서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의 고도화되는 위협과 도발에 상응해 이미 이뤄지고 있는 강력한 훈련과 전략자산배치에 추가적으로 한국과의 확장억제 대화 및 관여(engagement)를 향상, 확대 혹은 격상시키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한국이 이 새로운 틀(framework)을 ‘한미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과 같은 것으로 부르기를 원한다면 미국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핵공유 협정(nuclear sharing arrangement) 채택이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재배치는 미국이 생각하는 방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나토 핵공유는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유럽의 나토 동맹국 영토에 배치하고, 나토 동맹국들이 ‘핵기획그룹’을 통해 핵계획에 참여하며, 핵무기를 목표지점에 공격하는 수단으로 유럽 동맹국들의 공군기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나토 동맹국에게 미국 전술핵에 대한 소유권, 결정권, 거부권은 없다.

미국은 자국 핵무기 전략이나 작전에 다른 나라가 깊이 참여하거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나토와의 핵공유협정도 그 틀 속에 맞춰져 있다. 한국과의 워싱턴 선언은 미국 전략의 핵심을 변경치 않는 것는 것으로 다만 심리적 차원에서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 7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회의장에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7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회의장에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워싱턴 선언과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25)’

워싱턴 선언에 대해 전쟁 억지책이라는 측면을 평가할 수는 있다. 북한에 대해 감히 전쟁을 일으킬 맘을 먹지 말라는 식의 심리전 차원에서 그렇다는 점이다. 그렇다 해도 윤 정부가 국민들에게 방미 성과의 하나라는 외교안보에 대해서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식으로 부풀리거나 착각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국내법으로 적국에 대한 심리전과 같은 방식을 자국민을 향해 사용치 말라고 금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워싱턴 선언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현재 강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는 양보가 없는 국가라는 점을 살필 때 더욱 그러하다. 만약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자국의 핵 피해를 각오하고 대응작전을 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런 점은 미국 내 관련법을 살피면 이미 해답이 나와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치 않으면 해외에서의 군사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법을 오래전에 만들었다. 군사관계는 군인들의 생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해외 군사행동은 바로 이런 점을 우선시해서 취해진다.

미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하면서 상황을 살펴서 미군 병사가 불필요하게 희생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언제든 동맹에서 이탈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의 제도로부터 보장받고 있다. 한미동맹체제의 경우 주한미군은 현재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있다 해도 그들의 최고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의 통제하에 있다. 미국은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에 이양될 경우에도 이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의 위상을 결정하는 규정은 미 대통령 행정 명령인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 (PDD–25)’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동맹 체제라 해도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군사적 업무나 작전에만 투입될 뿐 그 외 모든 것은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체제를 유지한다. 주한미군은 현재 전작권을 행사하는 입장이지만 역시 PDD-25의 지배를 받는다. 현재 한국군도 한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으면서 미군처럼 정당한 미군 지휘관의 통제에만 복종하는 체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살필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절차에 따라 행동한다. 이 조항은 한반도 무력공격 발생 시 미국은 자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개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이승만은 한국전 재발 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명문화하자고 했으나 관철되지 못하고 미국은 자국 군대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에게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넘겨준 것과 같아 이승만의 자동개입 요구보다 미국이 더 큰 것을 챙긴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외교관계란 국가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측면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승만의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한 소아병적 단견은 한민족에게 국제적 수치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 작전이 확대되면서 미군이 유엔 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자 미국 의회에서는 미국이 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상실하거나 미국 정부의 의지 관철이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미 의회에서는 미군을 유엔군 사령관의 지휘하에 두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대신 미 행정부는 미군이 다국적군에 소속될 경우 미군이 위험에 처하거나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경우를 우려해 이런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면 미군이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을 경우 그것은 규정된 시간과 규정된 업무에 국한하도록 한 것이다.

미군이 외국군 지휘관의 작전통제를 받을 경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판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 5월 내린 대통령 결정지침 25호(PDD-25)에 잘 명시되어 있다. PDD-25에 의해 작전통제권이 미 대통령의 군통수권의 하부 개념이 되면서, 미 대통령이 군수통수권자로서 해외에 파병된 미군 지휘관이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라 하는 것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군 지휘관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대통령이 궁극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미 대통령의 군통수권의 범위에는 명령계통을 통해 실시된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도 포함된다.

한국군에 전작권이 전환되면 발족될 미래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이 되는 한국군 장성은 미군에 대해 작전통제를 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은 PDD-25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즉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외국군 지휘관은 해당 미군의 편성 조직을 변경하는 등 미군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http://www.ibiblio.org/jwsnyder/wisdom/pdd25.html).

그 결과 미국은 미군이 참여하는 작전을 관장하는 정책 기구에 적극 참여해서 외국군 사령관의 권한을 제한하고 합의된 군 임무에 대해 명확한 지침 등을 규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지침의 목적은 포스트 냉전시대의 현실에 걸맞은 평화 증진과 평화 보장을 유엔 등 다국적군의 평화 작전을 통해 추구하기 위해 미국이 결정할 종합적인 틀을 제시하는 데 있다(https://fas.org/irp/offdocs/pdd25.htm).

한편 미국의 PDD-25에 대해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지난 2020년 전작권 전환과 관련지어 그 일부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스웨덴 안보정책개발연구소(ISDP)와 주한미군전우회(KDVA)가 전시작전권 전환을 주제로 연 화상회의에서 ‘전작권이 전환돼도 양국 정부에 보고하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소통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 체계에서도 미군이 한국군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공평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6일).

브룩스 전 사령관은 또 미국의 경우, 미군이 타국에게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이른바 ‘퍼싱 원칙’에 따른 오해도 매우 부정확한 견해라며, 현재의 연합사나 전작권 전환 뒤 구성될 미래연합사 모두 한국군이 미군 명령체계의 하부기관으로서 운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과는 빈번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한국의 합참의장과는 거의 매일 협의를 진행했고, 사안에 따라서는 한국의 국방장관, 국가안보회의 실장과도 정기적인 소통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은 한미연합 체제에서 미국의 PDD-25의 적용을 받으며 미래의 한미연합사도 마찬가지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PDD-25의 일부만을 설명한 것에 그쳤는데 PDD-25에 따라 주한미군이 미국의 안보이익을 최우선 하며 외국군 사령관의 통제에 불복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 등을 언급치 않은 것이다.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 권한을 정당화하는 두 개 근거

미국 정부가 선제타격이 포함된 전쟁을 거론할 때는 미국 헌법 수정조항 2조와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 두 개를 법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미국의 조치를 합법화하려는 그런 조치라 할 수 있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2조의 원문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로 되어 있다. 이 조문에는 선제타격이라는 말이 없지만 유권해석을 할 때 가능하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이지만 미국 관리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미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대한 것으로 이 권한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용되게 되어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도 이 권한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조치이다. AUMF는 2001년 9.11과 같은 테러를 계획, 주도, 지원, 실행한 개인이나 그룹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군사력을 사용할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에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구실로 활용되어 2016년까지 14개국이나 공해상에서 37건에 개입하는데 AUMF가 적용되었다(Matthew Weed (February 16, 2018).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port” (PDF).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trieved June 19, 2019).

AUMF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 때 처음 활용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군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면서 이란과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것과 같은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AUMF가 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때 그 근거로 이용되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한국군 평시작전권 가운데 6개 핵심 부분은 연합사령관이 행사

미국 대통령의 대북 선제 타격권과 관련해서 한국 대통령은 그런 권한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7월 초 계룡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우리 군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승겸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보직 신고를 받으면서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한 가운데 북한 도발 시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연합뉴스 2022년 7월6일).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나 취임을 전후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 도발 시 원점과 지휘부 타격 등의 발언을 하다가 최근에는 그 강도와 수위가 ‘신속 단호 응징’으로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대북 군 관련 발언 수위조절은 미국 정부가 의회를 통해 완곡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현행 한국군의 작전지휘권과 관련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의회 산하기관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022년 3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출’ 제목 보고서에서 윤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문제 등에서 미국과 더욱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한편 선제타격 등에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는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통해 선제타격과 미사일방어 강화 등 한국의 국방과 억지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며 “미국은 과거 남북 군사 충돌이 있으면 종종 한국에 군사 대응은 자제하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이는 윤 당선인 (이런) 공약과 상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 2022년 3월18일).

한국군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북에 대해 자체 판단으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할 수 없고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을 통해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다. 한국군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이지만 어떤 면에서 종이호랑이라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고 국가 안보주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사실을 군이나 정치권, 언론이 정확히 밝히기보다 한국군이 마치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는 착각을 하기 쉬운 정보를 주로 유통시키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선제타격과 같은 초강경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군이 대북 군사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근거인 평시 및 전시 작전통제권의 경우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갖고 있고, 대북 군사행동의 규모 등을 제약하는 정전협정은 유엔사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작전통제권의 경우 1994년 12월1일 한미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군사위원회 및 한미연합군사령부 관련 약정의 개정에 관한 교환각서>에 따라 한국이 일부 범위의 정전 시기 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했다.

그러나 한국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100% 환수한 것이 아니고 ‘연합 위기관리’ 등 6개 영역은 ‘연합위임권한’(Combined Delegated Authority, CODA)이라는 이름으로 환수 범위에서 제외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미국에게서 평시작전권을 반환받으면서 그 가운데 6개 핵심부분은 계속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은 현행 정전체제에서 한국군의 평시작전권의 핵심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 규정을 보면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조기경보를 위한 정보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교리 발전 △연합합동훈련과 연습 계획·실시 등이다. 현재와 같은 정전 상황에서 국군 주요전투부대의 연합 위기관리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다(브레이크뉴스 2020년 8월8일).

윤 대통령이 ‘북한 도발 시, 원점 타격’하라고 국군에 지시한다 해도, 이는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의 작전통제권한 범위에 속하는 문제다. 한국 대통령이 헌법상의 군 통수권을 온전하게 행사하려면 정전시기 및 전시 작전 통제권을 모두 환수해야 가능하게 되어 있다.

만에 하나 한미연합사령관인 유엔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언급하는 식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 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정치라 하겠다.

윤 대통령이 북에 대한 날선 발언을 한 것에 대해 CNN은 “전직 검사이자 정치에 입문한 윤 대통령이 대화와 평화적 화해를 추진했던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대북 강경 입장과 남한의 군사력 강화 의지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뉴데일리 2022년 5월23일). 이 기사에는 한미군사관계에 어두운 한국 대통령을 비아냥거리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대북 초강경 발언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달래준다는 심리적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익히 파악하고 있는 쪽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국군이 그런 능력이 있느냐?’는 식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윤 대통령 집권이후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한미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군이 세계 6위라는데 군사주권조차 확립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지구촌 상식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 4월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미국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4월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미국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선언’은 미 헌법, 일반법의 하위 개념 – 평화 관리 노력해야

윤 대통령 등이 워싱턴 선언,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모습은 미국의 확산억제 정책이 나오는 미국의 국내법을 살피면 가슴 답답해진다. 미국 법체계에서 ‘선언’은 미 헌법이나 일반법령 등에 비해 하위개념이라는 점을 살필 때 그 실효성은 대단히 제한적이라 하겠다.

이런 점을 살피면 한국이 아무리 한미 정상의 확산억제에 대한 설명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해도 미국이 향후 발생할지 모를 한반도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좌우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핵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헌법과 일반법, 대통령령 등으로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 국익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우선하도록 해놓았다.

최근 한미 정상이 합의한 확산억제 조치가 한반도 핵전쟁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 일부 인정될 수 있지만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이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한점 오차없이 일치할지도 의문이다. 미국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할 경우 한국 정부가 현재 희망하는 것과 같은 대응을 해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문이다.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신냉전시대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취하고 있는 대북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노림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실전의 경우에 입각해 부지런히 여러 가지를 챙기는 모습은 아쉬운 점이 크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전쟁이 나면 한반도 전역이 그 피해를 피해가기 힘들다. 자칫 한민족 공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윤 정부는 과거 박정희 이래 취해온 남북교류협력 노력이 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황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 집권이후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면서 전쟁을 방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 대북 협상은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수 있는 동기 부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조하는 것은, 이 조약이 정전협정이 맺어진 직후 만들어진 것으로 평화협정 전환에 역행하는 조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이승만의 북진통일 논리가 부활하는 느낌도 준다. 윤 대통령 정부가 올인하는 튼튼한 안보 속의 평화 정책의 그늘이 너무 짙은 것 같아 걱정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