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은 흔히 국가보안법 철폐·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 주장과 흡사하다며 친북반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친북반미가 동전의 양면인양 한데 묶어 통용시켜 한국 사회에서 반미는 허용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유포시키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앞세우는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이나 철수 주장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식의 단순 논리를 적용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왔다. 한국에서 슈퍼갑의 위상을 보장받는 주한미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국보법으로 처벌한 사례가 많아 국내 정당, 언론, 학계 등이 침묵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 국보법 위반 사건의 경우 일기장, 술집에서의 대화, 소지한 인쇄물이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악용되었고 심지어 고문에 의한 자백도 법적 증거로 채택되어 가짜 간첩 사건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남북문제나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해 북한. 미국을 거론할 경우 국보법이라는 안경을 쓴 공안당국의 주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공안당국이 친북반미 사건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기소할 경우 설령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가려진다 해도 최소 수년이 걸리게 된다. 일단 국보법 위반으로 피소되면 엄청난 심적, 사회적 충격에 시달려야 한다. 법원 판결도 어디까지가 사상의 자유인지,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지, 이적동조인지를 따져 유무죄가 갈리게 되는데 그 기준이 혼란스럽다.

▲ 국가보안법 갈무리.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 국가보안법 갈무리.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친북반미 사건에 대한 판결 유무죄 근거가 사안마다 달라

국보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북한 지역과 주민 전체가 국보법 적용 대상이다. 남한 주민이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은 방북, 북한 주민을 접촉할 경우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의 혐의가 적용되고 북한의 주장과 흡사하면 찬양·고무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면서 전체 사회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같은 불행한 결과와 함께 불통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친북반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의 경우 유무죄가 가려지는 근거가 사안마다 차이가 있다. 고무줄 국보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수년간 내려진 재판부의 친북반미 사건에 대한 판결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① 의정부지법 형사4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자주 통일 주장, 반미 선동, 천안함 폭침 부정 등 일부 게시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연합뉴스 2018년 12월19일).

검찰은 A씨가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정부를 비판하면서 미국의 식민지라며 주한미국 철수를 비롯해 반미투쟁을 선동하는 등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북한의 군사력을 찬양하는 내용의 이적 표현물 51건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2건에 대해 “북한의 정책을 추종·찬양하는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북한의 이념을 찬양·동조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차단한 북한 사이트를 우회 접속해 정보를 접한 뒤 글을 썼다”며 “다만 피고인이 인터넷에 글을 게시했을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은 점, 이적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② 대법원 2부는 반미 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모씨에게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찬양·고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연합뉴스 2014년 9월29일).

1·2심은 한 대표가 북한 등지에서 공작원과 접촉해 지령을 수령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국내에서 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만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런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한 씨는 친미세력을 몰아내고 그 대신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미명 아래 친북·연공 정권을 수립한 뒤 이를 북한정권과 결합하고자 하는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한 씨의 행위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쟁의 일환으로 이뤄진 행위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 씨는 2004∼2006년 중국 베이징과 선양, 북한 개성에서 북한 통일선전부 소속 공작원들을 만나 지령을 받고 귀국한 뒤 반미 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2010년 8월 구속기소됐다.

③ 서울서부지법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황모(61) 씨에 대해 “단순히 북한의 정치·경제 등 사회 전반에 대하여 직·간접적 경험 또는 학문적 분석을 통한 의견을 개진한다거나, 반미자주, 한미동맹 철폐, 주한미군 철수, 연합·연방제 통일 등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헤럴드경제 2016년 11월14일).

④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3)씨에 대해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중단 촉구 집회 등 일련의 반미집회 참가에 대해선 “국가의 존립·안전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에 관한 국보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세계일보 2014년 1월27일).

재판부는 “키 리졸브 훈련 중단, 대북제재 중단 등이 주장된 집회”이지만 “당시 사회적 배경, 참가자들의 다양성에 비춰 북한의 대남선전활동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한 집회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는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 김모씨에게 항소심에서 “범민련 남측본부가 한미군사훈련 반대집회 일정과 형식, 투쟁 방식을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공지했고, 범민련 간부인 김씨도 사회를 보면서 집회를 주최했다”며 “단순 참가가 아니라 사회자로 집회 내용에 적극 호응했으므로 국보법상 이적동조를 유죄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시위에 참가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국보법 7조 위반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아시아경제 2014년 9월27일).

국보법 하의 한반도 군사위기 사태에 대한 분석, 어떻게 해?

현재의 한반도 군사적 위기 상황이나 한미, 북미 관계 등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하는 것은 대중매체의 보도나 전문가들이 내놓는 메시지에서 그 틀과 내용이 제시된다. 한미와 북한이 서로 상대를 자극하는 식의 군사행동이나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에 대해 어떤 틀과 내용으로 분석, 전망하는 것이 정답인가?

한반도 상황은 남북분단으로 비롯되었다는 점, 북한 정권은 국보법에 의해 붕괴시켜야 할 반국가단체라는 점에서 국내 대중매체의 보도, 전문가의 논평 등은 그 범위가 제한적이다. 국보법을 의식하는 한 북한은 주적이라는 관점에서 현 한반도 군사상황을  설명하고 전망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객관적이라기보다 북한 궤멸이라는 목표의 달성에 기여하는 범위를 넘기 어렵다.

국보법의 조항 가운데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지탄받던 일부 조항이 위헌 심판 대상이 되어 헌법재판소에서 심의중이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 국보법을 의식하는 자기검열의 과정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헌재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판하는 대상은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반국가단체 조항, 제7조 이적행위 제5항 이적표현물조항이다.

한반도 분단 상황, 군사적 대치 등에 대한 글과 말을 지속적으로 공표하려 할 경우 위의 3개 조항이 현실적인 강제력을 지닌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헌재가 가까운 장래에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얼마 전부터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간첩단 사건에 대한 피의 사실이 공표되고 있다는 점. 과거 헌재가 여러 차례 관련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사실이 있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단키는 어렵다.

만에 하나 헌재가 위의 3개 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을 할 경우 우리 사회에는 지각변동이라 할 만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한반도 분단, 군사적 갈등 등에 대한 말과 글의 범위와 깊이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의 일이다. 현재는 법망에 걸리지 않으려면 국보법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북한은 총체적인 악, 불한당, 평화 파괴자로 전제해서 논리를 전개할 수밖에 없다.

▲ 2021년 4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21년 4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핵전쟁 위기 상황 속의 국보법과 헌법 1조 2항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와 한미의 초강경 대처로 한반도 핵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을 포함한 미국의 남한에 대한 핵우산 제공 등이 포함된 한반도 핵문제는 정전협정이후 미국의 전술핵무기 남한 도입으로 협정 위반을 공식화한 후 수십 년간 우여곡절을 겪어 오늘날의 사태로 비화되었다.

오늘날 한반도 사태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미국이라는 점, 오늘날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전략 추진 과정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악용되고 있고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적극지지 동참한다는 점 등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그 윤곽이 드러나고 해법 모색도 가능하다.

하지만 친북반미라는 사회적 통제 분위기 속에서 국내 거대 여야 정당은 물론 진보적 정당이나 학계, 언론 등이 그에 대한 언급을 외면하고 있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법 모색이 요원한 실정이다. 이런 비정상을 일반화 시킨 가장 큰 원인은 국보법이다.

국보법은 북한 지역 전부, 주민 전체를 반국가단체 지역과 그 단체원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북한은 숨소리조차 반국가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북한이 이러이러한 것은 잘못이지만 저러저러한 것은 잘한 것 아니냐 한다든지, 옛 소설에 보면 적장이라 해도 칭송받을 일이 있으면 그렇게 대접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식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고무 찬양의 잣대로 유무죄가 가려져야 할 처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판단을 중단하든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국보법은 북한에 대해 보고 듣고 행동하지 말며 상상도 하지 말라는 법으로 그것은 이 법의 제2·3·4·5 조 “반국가단체” / 제6조(잠입·탈출) 제7조(찬양·고무, 선전, 동조) / 제8조(회합·통신 / 제9조(편의제공) / 제10조(불고지죄) 등에 규정되어 있다.

국보법은 헌법 1조 2항,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위배된다. 국보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6조, 제7조, 제 8조, 제10조가 특히 그렇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지만 국민의 생사를 결판낼 상황에 대한 국민 주권은 보안법에 의해 완전히 봉쇄돼 있다.

한·미와 북한이 서로 자극하는 군사행동과 무력시위를 벌일 때, 남한에서는 북한은 주적이라는 관점에서 현 한반도 군사 상황을 설명하고 전망해야 한다. 북한 궤멸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면 곤란하다. 그뿐 아니다. 한반도 분단 상황과 군사적 대치 등에 대한 글과 말을 하려면 보안법 2조 1항 반국가단체 조항, 7조 1항 이적행위 조항, 7조 5항 이적표현물 조항을 의식해야 한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보법 때문에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도 집단지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법에 따라 위기 해결의 방향은 북한 궤멸로 정해져 있고 다른 견해는 국론분열, 이적행위, 종북, 자중지란 등으로 규탄받기 마련이다.

이 법이 수십 년 동안 지속하면서 북한에 대해 상한선 없는 증오를 퍼붓는 것이 정상이라는 주장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져있다. 전체 국민은 침묵 속에 지켜보는 상황에서 군만이 전쟁을 막고 유사시 적을 궤멸시킬 전략 수립과 훈련에 분주하고, 정치권이나 언론은 마치 전쟁 게임처럼 중계 방송할 뿐이다.

국보법은 북한 지역 주민 전체를 접촉, 통신 불가 대상으로 강제하면서 친인척간의 최소한의 관계조차 불법 시 하고 있다. 이법은 동시에 국민 누구나 북한을 접하고 생각하면 즉각 비이성적인 존재로 전락가능하다는 심각한 국민 모욕적 내용을 담았고 있다.

국민주권의 시대로 대통령도 국민이 뽑고 탄핵하는데 북한에 대해서만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국보법이 버티고 있다. 이는 국민을 북한과 관련해서는 비이성적 존재로 격하시키고 있다. 수도권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는 중국 CCTV는 한국전쟁 종전 70년 특집으로 전쟁 당시 한반도엣 혁혁한 무공을 세운 중공군 영웅을 방영하고 있다. 국보법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전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거가 냉전시대의 사상과 이념 차이가 아니라면 이 법은 더 이상 존속할 근거가 없다.

남북한은 1991년 9월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고 국내적으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후  2018년까지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또한 남북한간에 정치·경제·군사·사회 분야에서 각종 남북총리급회담, 남북고위회담 등을 통해 선언이나 각종 합의 사항을 발표해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는 국보법과 상충하는 논리적 모순이 상존해 국내외적 혼란이 적지 않다.

남한 내부에 반북을 전제하는 국보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존재함으로써,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개의 법 가치․체계가 병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은 ‘반국가단체’,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인 이중적․모순적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상태로 그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사상이나 이념이라는 것이 역사를 통해 보면 한시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이른바 친북세력과 접촉하거나 교류협력 하는 것을 엄금하거나 최고형으로 처벌한 것은 민족사에서 영원히 지탄받아야 할 죄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민족이 분단이전에 1천 수 백년간을 통일국가를 이루며 살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국보법은 북한을 해치기보다 한국 사회내부의 정상적인 소통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만들고 막힌 사회, 정상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게 만든 원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국회가 이 법의 개폐에 대한 논의를 21대 국회 회기 말까지 미뤄둔 것은 국민의 정치 머슴인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분단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만이 한반도와 한민족의 평화와 안정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국보법은 시급히 법전에서 사라지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신냉전이 도래하는 불길한 조짐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볼 때 국민주권에 걸 맞는 정치와 통일노력이 시급하다. 미중간 대치가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특성으로 보아 자주국의 역량을 발휘해야 동북아 평화와 안전이 뿌리내리도록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보법은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악법으로 지탄받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벌써 없어져야 했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 수준인데도 국보법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대통령만이 통치권 차원에서 접촉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십 년 전 동서 이념 대결이 종식된 상황에서 거대 여야가 21대 국회 회기말까지 국보법 논의를 중단키로 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작태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한미상호방위조약 가(假)조인식을 지켜보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뒷줄 가운데)과 가조인식에 서명하는 변영태 한국 외무부 장관(왼쪽),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 사진=나무위키
▲ 한미상호방위조약 가(假)조인식을 지켜보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뒷줄 가운데)과 가조인식에 서명하는 변영태 한국 외무부 장관(왼쪽),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 사진=나무위키

한미동맹의 실체, 불평등한 내용 심각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정전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미국과 체결한 조약으로 평화협정 추진을 직간접적으로 가로막았다. 이 조약 조문 몇 가지가 유엔회원국의 위상에 맞지 않는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제 4조다.

제 4조는 미국이 자국 군사력을  한국 어느 곳에나 배치하는 권리(right)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미국이 누리고 있는 군사적 특권을 보장하는 이 조약의 파생물이 1966년에 만든 주한미군지위협정인 SOFA이다.

SOFA는 제 4조의 부속협정으로 미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지. 시설 제공을 규정한 것이다. 이러니 SOFA에 의해 제공되는 주한미군기지는 치외법권 지대의 특권을 누리고 미군의 한국내 군사적 행동 등에 대한 규정이 전무해서 주한미군은 훈련 계획 등을 한국에 통보할 의무조차 없다.

제 4조의 국제법적 의미는 결국 주한미군 주둔 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토록 하는 방위비특별분담금협정(SMA)이 나오게 만들었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가 SOFA규정 5조 2항을 근거로 1992년 뒤늦게 만든 것이다. 한미가 매년 SMA 협상을 하고 트럼프가 몇 년 전 그 액수를 다섯 배 올려야 한다고 한 것도 제 4조의 ‘권리’에 주목한 미국의 법치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제 4조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의 근거가 되었고 최근 수시로 한반도에 출현하는 미국 전략자산의 진출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대북 선제공격과 참수작전, 북한 점령을 내용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 등이 가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제 2조는 ‘무력 침공 위협’에 대한 판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미국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한을 선제 타격할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미 군사동맹에서 누가 갑, 을인 것인가 하는 것이 명백해지는 조항이 4조, 2조인 것이고 이 때문에 북한이 남한 정부를 군사문제에서 협상 대상으로 배제하는 이유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 2조 등에 입각해 미국은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의 모자를 쓰게 만들었다. 미군 장성이 3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인데 이는 유엔사가 전쟁 방지에 주력한다면 주한미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쟁 승리가 목적이다. 그 정체성이 상호 충돌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반도에서 한 손에 전쟁, 다른 한 손에 평화라는 수단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유엔사, 대북 수복작전과 참수작전 등에 모르쇠 직무유기

한미연합사가 북한 선제타격이나 수복 작전 참수작전을 수행해도 유엔사는 모르쇠하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을 뿐이다. 유엔사는 육상을 통한 남북한 교류협력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한반도 유사시 북한 지역 통치를 담당할 주체라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동시에 서로 충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순이 한미 두 정부의 묵인 하에 지속되는 한 남북한의 자주적 평화통일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구조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함께 한반도 분단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공산주의에 대한 무한 공포를 앞세운 것으로 유명한데 정전협정 협상 당시 한국군이 60만 명 가까웠지만 정전협정을 맺으면 남한이 공산화된다면서 미국의 전쟁 자동개입을 가능케 하고 싶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조약 3조를 보면 미국은 한반도 군사개입을 할 경우 자국의 헌법절차에 따르겠다고 되어 있어 이승만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다.

박정희는 제 4조가 미국에 의해 전횡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1960년대 중반 차지철을 앞세워 국회와 언론을 통해 그 문제점을 부각시킨 적이 있다. 박정희가 미국으로부터 월남전 참전 대가를 더 받아내기 위한 정치공작이었다. 박정희는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계획이 발표되자 핵무기 자체 제조를 앞세워 미국을 압박하다가 한미연합군체제를 발족시켜 전시와 평시 작전권을 미군이 행사토록 만들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상호독립 체제를 유지하는 동맹관계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는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협정이 △미군은 필리핀 군부대 안에서 해당 지역 동의를 받을 때만 한시적 주둔을 할 수 있고 △필리핀 국내법의 적용을 받으며 영구기지는 만들지 못하며 △미군이 투자한 자체 시설은 추후 필리핀에 양도하게 되어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기지나 법적 지위문제를 거론할 때 이 조약의 하위법인 SOFA만을 주목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이 조약은 한미가 개정 등을 할 수 없고 제 6조에 의해 폐기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이 조약 페기를 미국에 통고하는 식으로 조약 정상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연대나 연합을 강화하면서 중국과는 외교, 경제 수장이 만나 소통하는 대국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즉 전쟁 일보직전까지의 안보위기 속에서도 국가이익이나 정권 이익을 추구해 집권의 기반을 굳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국민에게 밝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강경 태도와 한미일 군사협력 관계 추진 문제점

윤석열 대통령은 이승만과 안보 분야에서 외세에 집착하고 올인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남북이 언젠가 통일을 이룰 한민족의 반쪽이라는 점을 전혀 인정치 않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후과정에서 대북선제타격. 자체 핵무기 개발 필요성,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집권 1년여 동안 그것을 실천해왔다. 그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수 없다며 북한에 대해 과거 정권의 교류협력 노력을 ‘적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식’이라고 비판하면서 무력강화가 평화를 보장해준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 결과 한미일 군사관계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듯 한미동맹 강화와 예찬을 부각시키면서 미국 정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도 문제없다며 덮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강제징용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의 저자세 외교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전쟁범죄나 강제 징용사실을 부인하고 독도영유권을 교과서에 포함시켜 일본의 미래세대가 반한 감정 또는 미래의 한일 갈등을 구조화시키는 문제에 미온적 대응을 하고 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을 저지 또는 폐기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그것은 미국이 앞장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쿼드(Quad, 4개국안보회담) 등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안보기구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 한미가 상대에게 핵공격을 공언하면서 단군개국 이래 최악의 민족간 대립수치가 높아진 상황인데도 전쟁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는 것 같지 않아 유감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등 외세와의 연합체제가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내놓고 있지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등이 한반도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 등을 경시하는 모습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북한과 소통을 시도했던 역사적 사실, 평화통일에 대한 헌법규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현 정부는 국민 앞에 밝혀야 할 책무를 이행치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정부는 북한과의 전쟁 불사를 외치지만 핵무기도 포함될지 모를 전쟁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기이한 태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 경제문제 등으로 충돌 직전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지만 두 나라 국방책임자들이 핫라인 등을 유지하면서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전쟁은 정치의 일부이고 전쟁 발생이전의 상황은 최대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군 통수권자는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이 전멸할지 모를 위기 상황 방관하는 모순 청산돼야

오늘날 한반도 위기는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한미와 북한 모두 핵사용을 전제로 한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핵무기의 파괴력은 히로시마의 경우 등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전멸’,‘산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생지옥’에 다름 아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이 자칫 3차 대전으로 비화해 인류가 전멸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치권, 언론, 학계, 시민사회 단체 등은 조용하다. 모두 알아서 각자 도생하는 식의 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다. 

① 북한 핵 무기 때문에 전쟁범죄도 부인하는 일본에게 굴욕외교를 하면서까지 동맹체제로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②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대행하는 미국이 앞장선 초강경 대북 전략에 한국은 그냥 따라만 가면 되는 것인지, ③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남북화해협력을 통한 전쟁 방지 노력은 완전 헛발질이었는지, ④ 전쟁이 과연 유일한 미래인지, ⑤ 전쟁이 나면 수도권 주민 등의 안전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⑥ 만약 핵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⑦ 전쟁으로 통일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기도 죽고 주변은 물론 자손도 다 피해를 입거나 자칫 제 3차 대전으로 비화될지 모를 한반도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공론화를 통한 묘수 찾기를 하지 않고 있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지만 국민의 생사를 결판낼 상황에 대한 국민 주권은 국보법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 오직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만이 군을 진두지휘 하면서 군은 ‘수십 배로 응징할 것이다’라며 만반의 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전쟁 같으면 국지전 또는 재래식 무기에 의한 피해에 그쳤다. 그러나 핵무기는 다르다. 이 달라진 상황에서 수십 년 묵은 국보법이 여전히 모두위에 군림해 있다. 수십 년 전 동서 이념 대결이 종식되고 21세기 들어 K-POP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과 같은 야만적인 법인 존재하고 거대 여야가 21대 국회 회기 말까지 논의를 중단키로 한 것이다.

오늘날 안방에서 중국 CCTV를 시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식 사회주의에 감염될 것을 염려하는 국보법이 존재하고, 전쟁 위기에 처한 현실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전망이 불허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1천만 이산가족의 특수성 등이 포함된 남북한 주민이 전멸할지 모를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 민족모두가 죽을지 모르는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거나 한미혈맹만이 지고지선하다는 태도가 강요되는 비극은 이제 청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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