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아사히신문 기사는 그래서 ‘가짜뉴스’에 해당합니까?”

정부 : “글쎄. 그 부분을 딱 잘라 말씀드리긴 어렵다.(중략) 정부가 A다, B다 라고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기자 : “아사히신문 보도는 우리 정부·여당이 일본에 (오염수) 방류를 서둘러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게 만약 가짜뉴스고 문제가 있다면, 우리 정부는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

정부 : “(기사에) 주어가 더 구체적이고 정부 쪽이라고 더 직접적이었다면, 추가 고민을 해보겠지만 명확하지 않다.(중략) 앞서 정부와 (아사히보도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고, 여당에서도 의사 표명을 했기 때문에 그 정도 대응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 정권과 여당이 내년 총선을 염려해 일본에 후쿠시마 오염수 조기 방류를 요청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를 놓고 우리 정부와 기자들이 설전을 벌였다. 정부는 ‘아사히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정정보도 요청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지난 16일 <한·일 관계의 개선을 가속할 생각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라는 기사에서 “윤석열 정권과 여당 내에서는 당면한 현안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 방출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총선에 악영향이 적을 조기 방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 의향은 일본 측에도 비공식적으로 전해지고 있어 일본 정부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내년 총선이 본격화하기 전에 방류 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윤석열 정부·여당이 일본에 요청했다는 취지다. 이 기사는 아사히 서울지국장을 지낸 하코다 테츠야 논설위원이 작성한 것으로 한국 측 누가, 언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사히신문 기사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일본판 총풍(銃風) 사건’(정의당 대변인 브리핑)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오염수 방류를 내년 총선 전에 시작해달라고 일본 측에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모든 판단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22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사히 보도는) 가짜뉴스다. 당에서나 정부 내에서 관련한 얘기가 나온 적 없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도 지난 21일 정부 브리핑에서 “(정부 입장과 여당 입장) 두 가지를 종합하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박 차장은 지난 17일과 18일 브리핑에서도 “추측성 내지 해석이 많이 가미된 기사로 정부가 언급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조기 방류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은 아사히 보도가 허위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정보도 요청과 같은 후속 조치에는 미온적이다. 박 차장은 21일 ‘아사히신문 기사는 가짜뉴스에 해당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 부분을 딱 잘라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이 정도 기사에 이 이상 추가적으로 언급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A다, B다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히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 정부는 문제 제기를 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도 박 차장은 “만일 주어나 쿼터(인용) 부분이 좀더 구체적이고 정부 쪽이라고 더 직접적이었다면 추가 고민을 해보겠지만 팩트 자체도 명확하지 않다”며 “내가 두 번에 걸쳐 정부와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라는 걸 말씀드렸다. 여당도 의사 표명을 했기 때문에 우선 그 정도 대응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내버려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거듭된 질의에 박 차장은 “아사히신문 건 관련해 정부 측에서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은 그 정도”라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일본 정부 측에 외교적으로 사실관계를 문의하는 수준의 조치는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각료회의에서 “기상, 해상 조건 등에 차질이 없다면 24일 (오염수 해안 방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할 일을 논의하고 비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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