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논란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대응반을 만들기로 했다. 가짜뉴스 대응반에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비롯해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을 주장해온 원자력공학 교수가 참여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디어오늘에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4일 <정부정책에 대한 가짜뉴스 퇴치, 과학·미디어 전문가들도 함께 나선다> 보도자료를 내고 가짜뉴스 신속대응 자문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가짜뉴스와 선동적 괴담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TF 내부에 과학과 미디어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자문단에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양선희 서울대 객원교수 등이 참여한다.

▲ 위 사진은 2023년 2월2일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4일 발표한 보도자료 갈무리. ⓒ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 위 사진은 2023년 2월2일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4일 발표한 보도자료 갈무리. ⓒ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논란에 대해 ‘가짜뉴스’ 딱지를 붙였다. 문체부는 광우병·사드 논란을 언급하면서 “(자문단은)치명적인 사회적 혼란과 국민적 피해를 준 엉터리 정보, 선동적 괴담 생산과 진화·전파의 전반적 과정 및 원인을 추적·분석·조언하고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가짜뉴스 등 지금의 악성 정보의 생산·유통에 대해 전문가적 시각, 팩트체커적 관점, 국민 소통의 측면에서 다각적인 대처방안과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자문단에 참여한 전문가가 평소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오염수 안전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정 의견을 가진 전문가만 자문단에 넣은 것이다. 정용훈 교수는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TF’ 위원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의원총회 강연에서 “민물에서 (방사능을) 섭취해왔고,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다. (오염수 방류 이후) 100년을 살아도 영향받을 일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범진 교수는 최근 보수성향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처리되지 않은 방사성 오염수를 하루 300톤씩 방류했지만 우리나라 해역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류량의 0.1% 이내로 극소량”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 위원장(제주 서귀포시)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지 않다는 정황적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그냥 괴담으로 뒤집어씌우려는 것 아닌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위 위원장은 문체부 자문단 구성이 편향적이라면서 “최소한의 객관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대책위 소속인 주철현 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시갑)은 미디어오늘에 “오염수가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지 과학적인 검증을 해보자는 것인데, 이런 주장들을 가짜로 규정하면 안 된다”며 “정부는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에 나서야지, 이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책위는 문체부 검증단 내용을 살펴본 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 2021년 4월13일, 후쿠시마 제 1원전 부지 안에 보관된 오염수 탱크. ⓒ 연합뉴스
▲ 2021년 4월13일, 후쿠시마 제 1원전 부지 안에 보관된 오염수 탱크. ⓒ 연합뉴스

문체부 관계자는 자신들이 가짜뉴스 검증에 나서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고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이를 과학·언론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어떻게 설명할지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국무조정실에서 여러 과학자·각 부처와 함께 검토해 설명하고 있다. (문체부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설명할 것인지 고민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가짜뉴스의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뭐가 가짜뉴스인지 전화로 말하기는 어렵다. (가짜뉴스 기준은) 국무조정실에서 여러 전문가와 함께 작업하는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다. 문체부는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논의 보다는 정확한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지난 4월20일 <‘악성 정보 전염병’ 가짜뉴스 퇴치 전면 강화> 보도자료를 내고 가짜뉴스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언론진흥재단 내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는 등 조치는 있었지만 문체부가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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