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국정감사에서, 방문진 이사장이 “MBC의 불행한 과거”, “언론인이 비판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이며 MBC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구다.

이날 국감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한 공세가 계속되고, MBC의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됐다. 또한 MBC에서 2017년 시위에 불참한 이들이 보직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지적됐다.

특히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MBC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을 위주로 인사가 나고 언론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월 1심 법원은 2017년 최승호 전 사장 시절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MBC 기자 6명에게 MBC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화해 권고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관련 기사: 법원, MBC 기자 인사 발령 놓고 위자료 지급 권고]

▲13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MBC의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왼쪽)
▲13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MBC의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왼쪽)

박성중 의원은 이러한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권태선 이사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이사회에서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고 이야기하고 이날 국감 내내 “권태선 이사장은 위증을 했기에 고발을 해달라”고 건의하거나 “이사장이 나이도 드시고, 공정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박성제 사장과 한통속”, “(이사장) 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등의 공격적 발언을 했다.

국정감사 말미에 권태선 이사장은 “요즘 한국 사회에는 갈등이 너무 심하고 MBC 내부에서도 갈등이 심하다. 모든 문제를 다 정파적으로 바라보는 문제도 너무 심한 것 같다”며 “MBC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저의 간절한 소망이다. MBC 이사를 지망할 때도 우리 언론사에서 제발 더 이상 이러한 불행한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어서 지원했다”며 흐느꼈다.

권 이사장은 눈물을 보이면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더 나은 방안으로 나은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저는 언론인으로 살면서 언론인이 이렇게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13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MBC의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왼쪽)
▲13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MBC의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왼쪽)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이러한 문제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며 “MBC뿐 아니라 KBS 수신료 문제도 정권이 바뀌면 또 입장이 바뀌고 그러면서 20년째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을 구성하는 이사 구조가 달라지고 사장이 되는 측이 생긴다. 그렇지 않은 측은 이제 편파방송이라고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또 서로 입장이 바뀌어 공수 교대다. 서글픈 현실을 생각해서 권 이사장이 눈물을 보인 것 같다. 심정을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충분히 다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그러나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여러 의원님들이 지적하신 것들 고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13일 과방위 방문진 국정감사.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모습. (가운데) 사진=정민경 기자. 
▲13일 과방위 방문진 국정감사.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모습. (가운데)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국정감사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태선 이사장에게 “21세기에 언론탄압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소회가 있느냐”는 질의를 던졌다.

권 이사장은 “저는 1978년에 언론사에 입사해 1980년에 해직됐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였고 이후에 지금의 수준에 이르는 언론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노력했다는 것을 안다”며 “그때 일어난 방송 민주화 운동을 통해 방문진이라는 법인도 생겨났다. 요즈음 K컬쳐 등 많은 ‘K’ 수식어가 붙는 분야들이 많은데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도 온 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길 역사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또한 이러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근저에는 언론의 역할도 있었다”며 “물론 언론이 잘못하는 것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주의에 언론이 기여한 것은 맞고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더 발전하려면 언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