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대표인 감독회장 선거의 선거권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목사와 장로들이다. 교단정치 참여자가 목사와 장로들이니 고상하게 말씀해가며 이견에도 ‘허허’ 웃으며 서로 양보할 것이란 건 잘못된 선입견이다. 왜곡과 도를 넘은 행동이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다. 

기독교타임즈 기자들 집단 부당해고가 있던 2018년, 사측의 목사는 한 기자의 자택과 부모님이 사는 본가도 부족해 전 직장에도 해당 기자의 문제점을 적어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은 왜곡투성이였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감리회본부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세종대로에서 바라보면 동화면세점 간판이 걸려있어 유명한 광화문빌딩에 있다. 다른 교단보다 중앙집권적인 광화문 감리회 본부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감리회 본부.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감리회 본부. 사진=장슬기 기자

타 교단 최고책임자의 임기는 보통 1년이다. 감리회 감독회장의 임기는 무려 4년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4년 임기의 폐해는 심각하다. 전국에 선거조직을 만들어 불법·탈법의 경계를 오가며 선거에 뛰어드는 이유다. 감독회장이 되면 유지재단·은급재단·사회복지재단 태화·도서출판 KMC 등의 이사장, 기독교타임즈 발행인까지 겸한다. 감리회 전반을 손아귀에 넣는 셈이다.

낙선한 쪽에선 선거에 불복하고 사안을 법원에 끌고 가는 일을 반복한다. 2004년 이후 임기를 채운 감독회장은 1명뿐이고 그간 진행한 소송은 100건이 넘는다. 두명의 감독회장이 각각 취임식을 진행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감독회장 선거 이후 이철 현 감독회장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이 두건이나 법원에 접수됐다. 선거과정에선 이철 목사가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다가 법원 가처분을 인정받아 극적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2016년 감독회장 선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금권선거 의혹으로 전명구 감독회장에 대한 선거무효·당선무효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은 가처분 결과 전 감독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직무대행이 자리를 대신하는데도 기독교타임즈 이사들은 전명구 목사를 교단지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결재라인이 어딘지 불분명한 사태가 이어졌다.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결정대로 기자들은 직무대행에게 복직통보를 받았지만 감리회는 이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다. 

복직 공문이 붙은 사무실에서 신문을 만드는 기독교타임즈 기자들은 미디어오늘에 ‘복직처리가 되지 않아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누구라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사태의 책임자가 누군지 알 길이 없으니 누구를 취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규정상 감독회장에게 막강한 권한이 있지만 현실에선 책임자가 없는 역설이었다.

기독교타임즈는 보통의 신문사와 지배구조가 달랐다. 주식회사인 신문사들은 보통 주주들이 있고 사장이 발행인을 맡지만 대주주나 사장은 편집권을 행사하진 않고, 편집권은 편집국장에게 있다. 기독교타임즈는 주식회사가 아니다. 감리회 본부의 수많은 부서 중 하나다. 인사권과 재정권의 상당부분을 감리회 목사들이 행사하는 구조다. 다만 독립채산제이므로 구독과 광고 등으로 자체 수익을 올려야 한다. 

기독교타임즈에는 사장없이 편집국장만 있었다. 기독교타임즈의 법률상 사용자가 감리회 본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사장’자리를 만들었고, 두 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사장’은 별로 경영에 신경쓰지 않았다. 금권선거 기사 이후 ‘사장’은 감독회장과 함께 기사논조를 지적했고 기자들은 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기자들의 트집거리를 찾으려 했다. 본부의 여러 목사들은 기사에 대해 한마디씩 훈수 두며 기자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편집권침해 논란, 해고와 복직, 임금체불 등이 3년간 이어지면서 사태를 설명하는 기독교타임즈 기자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임금체불 사실이나 해고 등의 사건은 한번 기사화할 수 있지만 경제난과 마음의 상처, 신앙인으로서 목회자에 대한 배신감 등은 온전히 그들의 몫으로 일상을 잡아먹었다. 그들 곁에 와준 목사는 거의 없었다. 

‘교단지는 해당 교단이 만든 언론이니 비판기사를 쓰기 어렵다’는 속 편한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권력에 언론사가 휘둘리는 게 당연하다’는 말처럼 무용하다. 감리회를 비롯해 교회 조직은 상당한 사람과 이권이 오가는 공간으로 마땅히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 교단지가 비판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겠냐는 비현실적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감리회 선교국 자료를 보면 2019년 10월 기준 감리회는 130만 넘는 성도와 7000개에 달하는 교회가 있다. 교회들이 올린 결산자료 기준으로 총수익 1조3000만원에 달한다. 각 교회가 누락한 금액은 추정조차 불가능해 총수익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수백억원이 본부 예산으로 책정되고, 감리회 소속 교회들은 재산권 행사시 감독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감리회 유지재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감리회를 과연 누가 감시할까. 전명구 전 감독회장은 2018년 3월 기독교타임즈 이사회에서 “기도해달라. 내가 무너지면 감리교회에 큰일이 온다”고 말했다. 중세시대 ‘짐이 곧 국가다’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2019년 5월초 감리회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기자들 해고 사유로 “제일 중요한 이유는 지휘계통에 대한 불복종”이라고 했다. 책임자들은 무책임했지만 권한없는 이들에겐 엄격한 책임감을 요구했다. 

▲ 지난 2017년 6월17일자 기독교타임즈 1면. 1987년 6월 항쟁 당시 감리교인의 역할을 담은 1면 기사를 실었지만 전명구 당시 감독회장은 호국, 애국 관련 기사가 1면에 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 지난 2017년 6월17일자 기독교타임즈 1면. 1987년 6월 항쟁 당시 감리교인의 역할을 담은 1면 기사를 실었지만 전명구 당시 감독회장은 호국, 애국 관련 기사가 1면에 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감리회는 한국 역사와 함께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스크랜튼의 시병원, 아펜젤러의 배재학당, 하워드의 보구녀관(여성병원) 등 감리회 선교사들이 한국에 근대의료와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독립협회와 한국 최초의 신문인 독립신문, 교회언론의 뿌리인 조선그리스도회보 창간도 감리회 교인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9년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 9명, 유관순·이준·이회영 등 독립운동가도 감리교인이었다. 김구 선생과 그의 암살 배후로 지목받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 모두 감리교인이다. 김활란·윤치호 등 친일활동을 펼친 이도 있다. 이기붕 전 부통령, 전태일 열사, 성완종 전 의원, 이희호 여사 등 현대사 주요인물도 감리교인이다. 독재정권에 맞섰던 종교교회, 세습으로 논란된 광림·금란·임마누엘 등 대형교회도 이 교단 소속이다. 

교계 내에서 영향력도 크다. 교계언론인 기독교방송 CBS의 이사를 구성할 때 12개 기독교 교단이 이사를 파견한다. 보통 1명씩 이사를 파견하는데 입김이 센 교단인 감리회는 총 3명(예장통합 4명, 기장 2명)을 보낼 정도다. 놀라운 건 감리회는 ‘진보’적 활동을 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초기 핵심 구성원이란 사실이다.

권위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교계에선 노조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다. 교계엔 ‘노조필패’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소속 16개 언론사 중 종합언론사인 CBS와 국민일보를 제외하면 노조가 있는 곳은 기독교타임즈 뿐이었다. 노조를 ‘빨갱이’로 비난하는 군부시절 폐습을 생생하게 유지하는 공간이다. 

CTS기독교TV는 1997년 노조를 설립했지만 대량해고 등 사태를 겪고 2002년 이후 와해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교단지 한국기독공보는 교단지 최초로 2002년 5월 노조를 설립했지만 4년만에 해산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은 2003년 3월 노조를 만들었지만 2009년 3월 사라졌다. 감리회 교단지 기독교타임즈는 2011년 노조를 설립했지만 지난해 말 감리회가 기독교타임즈 폐업을 결정했다. 

기독교타임즈 취재과정에서 의문을 품었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왜 같은 일을 하는 취재기자 중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인지였다. 비정규직 기자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을 준 이들은 없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계약직으로 하다 나중엔 정규직이 되기도 하니까” 등의 대답이 전부였다. 최소한의 취재자율성도 없이 월급을 못 받아가며 해고당하는 판에 비정규직 사용 기준까지 요구하기엔 벅찼을 거란 짐작만 남았다.

다른 하나는 왜 신문사에서 목사가 비목사보다 월급이 많은가였다. 과거엔 부장 등 특정 직급은 목사만 가능했다는 규정도 있었다. “교계니까 목사 우대 분위기가 있다”, “목회자니까 교회를 더 잘 알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정도의 답을 들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지만 교인들 시선만으로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나 지적이 이뤄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미약하지만 교계에도 독립언론이 존재하고 일각에선 내부자정을 위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현실적 여건도 문제지만 교계 관점의 한계로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전광훈 목사 등 기독교정당을 만들고 현실정치에 뛰어든 극단적 성향의 목사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하며 반인권 발언을 일삼는 일부 목사들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사실 동성애 혐오 발언이나 허위정보 등은 다수의 목회자와 교계 전반에서 공유하고 있는 정서다. 실제 문재인 정권이 공산당 정권이며 공산당은 종교를 인정하지 않아 기독교 탄압세력이란 인식을 가진 ‘평범한’ 교인들은 적지 않다. 교회공동체 전반이 건강한 가운데 전 목사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란 지적이다. 

노조조차 인정하지 않는 반헌법의 모습, 여성에겐 목사·장로 자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교단의 성차별 등은 감리교에서 벌어진 각종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감리교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성역에 가까운 목사나 평신도 중 최고 직분인 장로를 향한 건강한 비판과 내부성찰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교계언론을 취재중 다수의 관계자들은 ‘봉고기자’의 존재를 말했다. 교계언론의 출입처는 보통 교단, 교회단체, 교회 등이다. 출입처에서 비판기능을 상실한 일부 기자들에게 촌지를 지급하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부류의 기자들이 함께 봉고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일명 ‘봉고기자’라고 부른다. 언론계에는 20여년전 논란이 됐고, 특히 김영란법 이후엔 사실상 사라진 악습이지만 교계엔 암암리에 존재한다는 증언들이었다. 

지난 2011년 3월 감리교계 언론 당당뉴스는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 설립 소식을 전하며 “언론노조가 기독교타임즈를 구하려나”라고 물었다. ‘언론노조도 기독교타임즈를 구하진 못했다’가 10년이 흐른 현재의 답이다. 

언론계에서도 기독교타임즈 사태는 주목받지 못했다. 언론사들은 대체로 타 언론사 문제에 소극적이다. 언론사에선 정치·경제·사회가 주요 관심사고 문화면에서도 종교문제는 우선순위가 밀린다. 노동문제로 접근하더라도 비정규직 등 기독교타임즈보다 더 열악해보이는 노동문제가 더 많다. 

체불사태 이후 조합비도 제대로 내지 못한 기독교타임즈 분회는 언론노조 내에서도 관심받는 투쟁사업장이 아니었다. 거칠게 말하면 1만5000여명 언론인들이 마지막 조합원 두명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언론노조 사무처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언론노조는 실업상태여도 상관없어서 기독교타임즈 기자 2명의 조합원 자격은 유지되고 있다”며 “다행히 제호는 가지고 왔으니 언론노조 새 집행부와 함께 미래를 구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감리회 교단지 기독교타임즈 25년만에 사라지나)

※ 참고자료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 2018년 4월1일자 노보
평화나무, 종교언론은 많은데 왜 개신교는 자기반성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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