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일이다. 

영화 ‘아거니 앤 엑스터시(고뇌와 환희)’에는 화가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창세기의 아홉 장면을 그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5년의 작업 끝에 미켈란젤로가 천장벽화를 완성하자 감탄한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말했다. “신의 뜻이 실천되는 과정은 참 이상도 하지. 우리가 그의 도구가 된 것을 자랑으로 여기세” 함께 천장화를 보던 미켈란젤로가 답했다. “저건 그저 색칠한 천장입니다, 교황님” 교황은 다시 말한다. “아냐, 그 이상이지” 

영화에는 미켈란젤로가 직업인으로서 교황에게 돈을 더 받아내는 협상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미켈란젤로에게 천장벽화는 돈 받은 대가로 그린 작품일 뿐이지만 교황은 그림에서 신의 뜻을 찾는다. 이처럼 종교는 비이성적인 면이 있다. 

▲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벽화 중 하나인 '천지창조'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 명을 받고 예배당 천장에 창세기의 아홉장면을 그렸다.
▲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벽화 중 하나인 '천지창조'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 명을 받고 예배당 천장에 창세기의 아홉장면을 그렸다.

 

나무로 된 십자가가 있다고 하자. 땔감으로 쓰기엔 소박한 열십자 모양의 나무토막에 불과하지만 성직자란 그것만으로 전지전능한 신과 신의 아들인 예수, 예수의 가르침을 함께 보는 사람이다. 십자가 앞에 두손 모은 교인들에게 하나님은 희망이자 욕망이다. 

목사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도사·목사고시 등을 거쳐 얻는 자격증에 불과하지만 교인들은 목사에게서 신의 모습을 함께 본다. 신이 강력한 이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어서다. 

절대권력의 아우라를 가진 존재를 비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절대자를 인정하는 공동체는 수평보단 수직질서에 익숙해지고, 다수가 합의한 기준도 절대자의 말한마디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합리적 토론이 어렵고, 교계 내에서 사회적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배경이다.

감리회의 문제적 인물
목사를 비판하는 교단지를 꿈꿨다

이질적인 존재로 생각해오던 ‘목사’란 존재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8년 4월이었다. 따뜻한 봄날 오후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었다. ‘감리교’라고 부르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교단지 기독교타임즈에서 해고당한 신동명 기자였다. 그의 첫인상에선 고정관념 속 ‘목사님’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날티나는 쪽에 가까웠다.

“기자로서 취재 고민만 하고 싶다”(2018년 9월14일)던 그의 말이나 2017년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에서 상을 받은 교단내 금권선거 비판기사 등을 보면 ‘기자가 맞구나’ 싶었다. 그가 신문구독과 광고까지 챙겨야 했던 모습을 보면 편집국장과 광고부서 직원이기도 했다. 대출받아 신문을 만들며 야근을 밥먹듯 할땐 교회에 흔히 있을법한 자원봉사자 같았다. 억대의 임금체불 탓에 밤새 육체노동 현장에 뛰어다닌 이야기를 들을 땐 다섯식구를 책임지는 아버지의 무게감도 전달됐다. 

감리회나 교계언론에서 그는 문제적 인물이다. 기독교타임즈 구성원들은 지난 2008년말부터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교단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감리회 내부분열에 이어 기독교타임즈 내부 횡령의혹 등 이른바 ‘감리회사태’가 이어지던 2011년 기독교타임즈는 교계에선 이례적으로 노조를 만들고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에 가입했다. 이때 신 기자는 노조위원장(기독교타임즈분회장)을 맡았다. 교권과 금권에 휘둘리다 무너진 공공성을 노조가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 신동명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장(오른쪽).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 신동명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장(오른쪽).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신 기자는 교계 소식만이 아닌 교계 안팎의 소식을 다루고 싶어했다. 감신(감리교신학대학)·목원·협성 등 출신 신학교로 파벌지어 싸우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며 비목회자를 기자로 채용하고자 했다. 감리회 교회법 ‘교리와장정’에는 교단지의 목적을 ‘홍보’와 ‘창조적·예언자적 사명수행’ 등으로 규정했다. 후자에 방점을 두고 교단지도 교계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발행인을 비판할 수 있다는 마인드는 교계에서 찾을 수 없었던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윗선의 목사들은 ‘홍보’역할만을 요구했다. 신 기자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를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2011년 노조 만들 때 함께했던 기자들이 다 떠난 걸 그가 동료를 무섭게 대한 증거라고 했다. 한 기자는 “신 기자의 저널리즘 열정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기자에 대한 압박은 굉장하다”며 “자신이 불리할 땐 노조탄압·언론탄압을 주장하고 또 필요할 땐 관리자 입장에 선다”고 비판했다. 감리회에 날을 세운 것에 대한 원망도 섞여 있었다. 

원칙이 무너진 교계질서
감시자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교단정치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신 기자는 감리회 내부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기사를 보면 감리회의 최고책임자인 감독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온 목사가 각 지방 소집책에게 돈(인당 30만~100만원)을 뿌렸다. 문제는 전명구 당시 감독회장이 법원에서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는 등 목사로서 부적절한 모습이 드러났는데도 일부 목사·장로가 이를 자기정치에 활용하고 감리회 구성원 다수가 이에 침묵했다는데 있다. 

금권선거 보도와 함께 교단 비판기사가 더 있었다. 결국 신 기자 등은 2018년 4월과 2019년 2월 두차례 해고됐다. 두번 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임을 인정받아 구제받았다. 혼돈 속에서 기자들은 신 기자 쪽(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과 장현구 전 편집국장 쪽 기자들(기독교타임즈노조)로 양분됐고, 한때 이들이 같은 제호로 각각 신문을 내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서로는 서로의 신문을 ‘불법신문’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선거로 취임한 전명구 감독회장이 법원 결정으로 직무정지되면서 직무대행체제가 이어졌다. 기독교타임즈노조 쪽 기자들은 전 감독회장, 신 기자 쪽 기자들은 직무대행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 편집권 침해 논란 당시를 제외하고 기독교타임즈에선 비판기사를 거의 찾기 어렵다. 나중엔 신 기자 포함 두명이 신문지면을 채워내는 것도 벅찬 수준이었다.  

▲ 감리회 교단지 기독교타임즈. 사진=기독교타임즈
▲ 감리회 교단지 기독교타임즈. 사진=기독교타임즈

 

법원에선 지난해 11월 전명구 감독회장의 당선과 선거자체를 무효(애초 없었던 일)로 판단했고, 직무대행을 역임했던 이철 목사가 지난해 10월 새 감독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철 감독회장 취임 두달 만에 감리회는 적자 등을 이유로 기독교타임즈를 폐업(폐간)했다. 2021년 새해 시작과 함께 두 노조의 기자들은 각각 수천만원에서 억대(기자들 주장)의 임금체불 상태로 일자리를 잃었다. 감리회는 임금체불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3년째 해결을 미루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기자들이 진짜 감리회 지도부와 결탁하는 등 생존논리로 내부정치를 했다면 지금처럼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한 기자의 표현대로 “하나님 이름을 거들먹거리며 대통령보다 더 대단한 권세를 부리려는 목사들”, “대기업 회장님 버금가는 목사들과 뼈대 있는 집안의 금수저 목사들”, “다수를 점유한 유서 깊은 신학교 출신자들” 틈에서 비판언론의 설 자리가 있었을까. 그 기자는 “차라리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탐사보도”하는 게 나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전원이 해고 등 징계를 받은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 소속 기자 6명이 2018년 4월 첫 노보를 펴냈다. 노보에서 변상욱 전 CBS 기자는 “나는 부끄러워하고 자기 몸에 새겨지는 상처를 견뎌야 했던 노조원들 편에 서고자 한다”며 기자들을 지지했고, 이진성 당시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노보 발행에 대해 “교계 언론운동에 새 지평이 열렸다”고 환영했다. 이들의 바람과 달리 40쪽짜리 첫 노보는 유물이 됐다. 

폐업 이후 신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좀 타협하고 적당히 했으면 힘든 일을 안 겪었을까”라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데,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신 기자가 강조했던 것처럼 ‘기독교타임즈의 주인이 감독회장일 수 없다’는 말은 시기상조였을까. 

이철 감독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단지 재창간 계획’에 대해 “조금 상황을 보고 연구 중에 있는데 재창간을 하더라도 교단과는 독립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선 “옛날에 생긴 문제”라며 “정리하는 과정이 있다”고 답했다. 

3년 가까이 기독교타임즈와 감리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교단 내부의 진흙탕 싸움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엇갈리는 주장과 인신공격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더듬어 가는 과정은 소모적이었다. 크게는 감독회장파와 반감독회장파, 깊이 들어가면 더 복잡한 세력 갈등이 기자들의 생사여탈권과 무관치 않아서다.

다음 기사에선 교단지가 어떤 현실에 발딛고 서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2018년 5월부터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기사와 관련 기고. 

기독교타임즈는 왜 편집국 기자 전원을 징계했나
기독교타임즈 해고사태로 본 교단지 개혁
예수는 ‘갑’의 횡포에 무섭게 저항했다
감리회 감사보고서 “기독교타임즈 휴간 후 대책수립해야”
감리회 특별감사, 기독교타임즈 사장의 ‘기자 탄압’ 지적
기독교타임즈 해직기자 2명 복직
기독교타임즈 기자 전원복직…언론노조 “부당인사 철회 환영”
기독교타임즈 이사회 “기자 복직 절차상 하자” 논란
기독교타임즈 기자 “취재 고민만 하고 싶다”
기독교타임즈 기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독교타임즈 기자 6개월 만에 다시 해고
기독교 교단지 유일 노조의 ‘보이지 않는 길’
나를 두 번 해고한 사이비 목사들
노동청 때문에 1년치 임금이 날아갔다
노동청 미온대처, 청산해야 할 적폐다
기독교타임즈 기자들 두 번째 해고도 부당해고 판단
체불임금 10명 중 해직기자 3명만 외면한 서울노동청
기독교타임즈 기자들 두 번째 “부당해고”, 복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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