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19일 알려지자 한국 언론은 일제히 관련보도를 대량 쏟아냈다. 김 위원장의 죽음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보면 이를 호들갑이라 할 수 없지만 이날 보도는 주로 팩트의 반복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비슷한 분석, 김 위원장 가족관계 등 주변잡기에 그쳤다.
정일용 연합뉴스 기사심의실 심의위원은 한민족뉴스팀장과 국제에디터 등을 지낸 대북통이다. 그는 2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해 모르는 일을 추정해서 기사를 쓰기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 김정일 사망 이후 언론의 보도를 어떻게 보았는가?

“17년 전(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 보다는 나아졌다. 다만 우리가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만큼, 짐작이나 추정해서 (북한 기사를)쓰는 것 보다 우리가 잘 아는 남쪽 일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북쪽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지만 남쪽 하기에 따라 한반도 평화가 안정에서 불안정으로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될 수 있다.
물론 북쪽 내부 사정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평화와 화해이기에 언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남쪽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생각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

- 죽음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보니 김정일 위원장 가족관계 등 부차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 모두 사실 가족관계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것들은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 그 부부가 정말 부부인지, 공식적으로 결혼식을 올렸는지 사실 확인도 안 되는 것 아닌가? 결국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추정이다. 이를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것은 쓰는 기자도 부담 될 것이다.”

- 세습 체제에 대한 각종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북쪽을 잘 모른단 느낌을 많이 받는다. 과거 김일성 사망 당시 언론들은 북한의 대들보가 쓰러졌으니 몇 개월 안에 체제가 붕괴한다는 얘기를 했지만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아직 북한은 건재하다. 북 체제의 내구력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었다는 말이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5~6년 동안 북한에 가뭄과 홍수가 연달아 닥쳤다. ‘고난의 행군’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사자가 발생해도 북한은 버티고 나갔다. 그런 점에서 지금 김정은은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이어 받은 당시보다 나은 형편이다. 북쪽에서는 내년에 강성대국으로 진입한다고 할 정도로 나름의 경제적 성과들도 있다.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김정은 체제가)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언론들을 보면 단편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20년간 후계자 수업 받은 반면 김정은은 1년 밖에 안 되었다는 이유로 뭐라고 하는데, 94년 경험을 비춰보면 제일 정확한 이야기는 ‘두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예측은 반론을 부를 수 있다.”

- 김정은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3대 세습은 그쪽의 문제다."

- 현실 정치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내 생각은 그렇다.”

(정일용 위원은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3대 세습'은 남쪽 일부에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내린 평가일 뿐"이라며 "'3대 세습 비판론'을 제기하려면 그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에 하는 것이 적절하다. '세습'도 안된 상태에서 '세습 비판론'을 제기하는 것은 경박하고 성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위원은 "남쪽의 시각으로 재단하고 판단해서는 북쪽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없다"면서 "같이 함께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김정은 체제를 무작정 부정할 게 아니라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 대부분 언론이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에 대해 비판했다.

“사실 그게 현실이다. 첩보위성 띄워 손금 들여다보듯 샅샅이 볼 수 있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일이지 건물 안이나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남쪽이 미국이나 일본의 정보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 조문문제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정상회담까지 했던 상대방이 사망을 했다면 조문을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이를 반대하는 쪽은 심지어 (김정일 사망을)환영해야 할 일이란 말까지 하는데 이는 인륜에 비춰보면 공개적으로 하기 힘든 말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어가려고 하느냐는 방향에 따라 조문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남북 간 평화공존의 의지가 있다면 그렇게 (조문)하면 되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전반적으로 여론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외부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두고 말이 많은데 94년도 그렇게 했다. 외부 조문단 받고 싶으면 받는 것이고 아니면 안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걸 커다랗게 부풀려 이상하다. 어떻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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