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서 육식보다 채식을 먹어야 할까? 고기보다 생선이 더 좋은가? 정답은 ‘땡’이다. 명제가 잘못 성립되었다. 현대의 영양학은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놓고 건강의 척도를 삼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건강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자란 동물을 고기로 먹느냐’의 문제다. 다시 말해 “부적합한 식물성 먹이를 먹은 동물성 제품을 먹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의미다. 그 ‘부적합한 식물성 먹이’는 바로 옥수수다. 그렇다. 문제는 바로 옥수수였다.

지난해 SBS 스페셜이 방송한 옥수수의 습격은 누구나 알고 있던 영양학적 명제를 단숨에 무너뜨려 버렸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육식이 죄악이 된 세상, 그럼에도 맛있다는 이유로 육식소비는 멈추지 않고 있는 세상에 갇힌 모든 육식인들의 족쇄를 풀었다.

바로 그 옥수수의 습격이 유진규 PD에 의해 책으로 나왔다. 동명의 책 <옥수수의 습격>이 그것이다. 이 책은 동물이 아닌 동물이 먹는 식물에 주목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소, 돼지, 닭 등이 먹고 자라는 옥수수는 재배에서 수확까지 전 과정을 기계화 할 수 있을 만큼 간편하고 기호성도 좋아 대부분의 동물들이 잘 먹는다.

옥수수는 또한 동물의 성장속도를 늘렸다. 이전 4~5년이 되어야 소의 도축이 가능했지만 이제 16~20개월 정도면 도축이 가능할 만큼 옥수수의 힘은 대단하다. 때문에 많은 농장들이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고 또 이를 위해 옥수수를 대량으로 재배한다.

   
 
 

하지만 옥수수에는 오메가-6가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오메가-6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건강한 삶을 위해 오메가-3와 오메가-6가 균형 잡혀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옥수수 재배와 이를 사료로 먹고 자란 소와 닭 등은 오메가-3에 비해 오메가-6가 월등히 많다.

이 균형이 무너지고 오메가-6가 우리의 몸을 지배할 경우 살이 찌고, 몸의 균형이 부서진다. 암세포가 오메가-6를 먹고 자란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심근경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때문에 풀을 먹지 않고 옥수수만 먹은 소들의 건강도 좋을 리가 없다. 옥수수를 먹인 소는 풀만 먹는 소에 비해 포화지방산이 10배에 달한다. 소위 ‘마블링’이라는 것이 옥수수를 먹인 소에 나타나는 특징인데 우리는 마치 이것이 고급지방이 되는 양 선호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육식이 아닌 육식을 위해 제공된 옥수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는 ‘풀을 먹고 자란 소’를 먹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 옥수수 원료가 아닌 순수한 동물성 기름이나 버터를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은, 드넓은 목초지에 옥수수를 잔뜩 심어놓고 정작 뛰어 다녀야 할 동물들을 작은 울타리 안에 가둔 채 옥수수만 먹이며 대량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현재의 육류 생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데 있다. 자본의 탐욕은 동물들은 물론 그 칼끝을 사람에게도 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를 먹고 있다.

“동물들은 자신들이 뭘 먹어야 하는지 안다. 소들은 다양한 종류의 풀과 콩과식물을 먹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를 가둬 놓고 옥수수 같은 특정 사료만 먹이면 필요한 것을 먹는 본능이 사라지고 결국 아픈 소, 병든 소가 되고 만다. 병든 소는 우리에게 저질 고기와 저질 우유를 줄 수밖에 없다”(탐 코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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