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중국 불법조업 어선 선원의 우리 해경 특공대원 이청호 경장 살해사건을 두고 진보진영 공격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 <해경 살해 앞에 고개 처박고 벙어리 된 한국 좌파의 국적>에서 “한국좌파들이 중국 불법 조업 어선에 의한 해경살해에 침묵하고 있다”며 보수진영 단체들이 연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여는데 비해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왜 침묵하고 있느냐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중국의 불법과 오만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한국 좌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다”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철조망을 넘어 공사장에 난입하고 경찰을 위협하던 그 난폭한 기세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은 “미군의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를 고의적 살인사건으로 몰아가는 기민성을 발휘했다”며 “명백한 살인사건과 부주의에 따른 교통사고에는 대처 강도가 달라야 하지만, 좌파들에겐 이런 상식도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좌파들은 한미FTA에 담긴 ISD 조항이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며 지금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아직 주권침해가 일어나지도 않은 ISD엔 그 난리를 치면서도 눈앞에 벌어진 해경 살해라는 주권침해에는 입도 벙긋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정도면 한국 좌파의 국적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진보진영에 대해 비아냥대기도 했다. 조선은 그 근거로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여중생 사건으로 벌어진 촛불집회와 최근 한미FTA 반대 집회 때 적극 나선 데 비해 이번 사태 땐 왜 조용하냐는 점을 들었다. 한마디로 미국과 관련된 사항은 과도한 대응에 나서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진보진영이 이번 사고에 침묵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조선일보가 비교용으로 제시한 예도 전혀 맥락에도 맞지 않는 비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강기갑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14일 별도의 논평을 내어 “중국은 공식적인 사과는 커녕 유감표명조차 없다”며 “대한민국 경찰이 중국 어선의 불법을 단속하는 과정에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난 것인데도 중국 정부의 태도는 오만 불손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강 원내대표는 “중국 정부의 오만한 태도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보여 준 저자세·무능 외교의 참담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역시 이날 논평에서 “자국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법집행에 흉기로 대항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흉기 사용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있는 중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었다.

이남주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팩트와 다르다”며 “조선일보가 시민사회진영의 다른 정당한 활동을 훼손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도 이날 “미선이·효순이 사건의 경우 단순히 그 사고가 났다는 자체가 아니라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없었던 구조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스스로 사건의 정황을 정확히 조사해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이 났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부대표는 “한미FTA의 ISD도 사법주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인데 중국 불법 조업 어선과 대비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아직 주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비판할 수 없다는 논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부자증세를 비판하는 조선일보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을사조약이 다음 주에 체결된다고 당장은 반대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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