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둘로 갈라지고 음성이 안 나오거나 엉뚱한 자막이 흘러 나온다.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방송이 나오지 않는가 하면 ‘본방사수’를 위해 기다렸더니 재방송이 나오는 황당한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1일 TV조선의 화면분할 방송사고로 출범했지만 방송 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MBN 드라마 ‘왓츠업’이 본방송 시간에 재방송을 내보내는 초유의 방송 사고를 냈다. JTBC 역시 5일 드라마 ‘인수대비’가 예정 방송시간인 9시를 넘겨 15분 이상 방송되지 않았다. 12일에도 중앙일보 종편인 JTBC 뉴스10에서 화면과 자막이 맞지 않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잦은 방송사고의 원인으로는 전문가들 모두 ‘준비 부족’을 꼽는다. 종편들은 황금 번호대를 차지하기 위해 개국 직전까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과 협상을 벌이느라 시험방송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방송 시작과 함께 사고가 속출하자 예견된 사고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민언련 대표)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방송을 하니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신문이야 복잡하지 않으니까 실수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방송은 매커니즘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충남대 신방과 교수도 “종편들이 연내에 출범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충분한 준비가 안 됐다”며 “신생 방송사니 만큼 어느 정도 방송 사고를 낼 수 있다고 감안하더라도 기초적인 부분에서도 방송사고가 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화질도 80년대로 간 것 같고, 톤이나 조명에 새로움이 없으며 전반적으로 구성 자체가 무엇인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려는 욕심에서 인력과 시스템을 쥐어짜는 형태로 가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넉넉한 인력이 충분히 훈련되고, 본방 전에 한두 번 테스트 해보는 과정이 있었다면 그런 식의 실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PP(개별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새로 런칭한 뒤 본방 시간에 재방을 트는 실수를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방송 사고와 관련한 문제는 점점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방송 훈련하려고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면 본방송 전에 충분히 문제가 체크되고 방송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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