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물론 시사프로그램도 조중동을 그대로 닮았다. 1일 나란히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짙은 정치색을 띄고 있으며 출연진들도 보수진영 인사 일색이다. 출범 기념으로 종편 4사가 나란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초청해 ‘형광등 100개’ 운운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특히 TV조선이 눈에 띈다. 창사특집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 ‘공짜의 역습’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의 기원을 ‘복지’로 단정 지었으며,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현재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입체적 분석은 없고 단편적으로 복지재정으로 인해 유럽의 경제 근간이 흔들렸다는 식이다.

‘형광등 100개’ 논란을 일으켰던 TV조선의 ‘시사토크 판’에서는 이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의원, 강용석 무소속 의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을 연이어 출연시켰다. 이중 6일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과 주소공개, 개그맨 최효종씨 고소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용석 의원의 경우 출연 자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강 의원의 존재감만 높여주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용도 사회자가 물으면 강 의원이 대답하고, 이를 사회자가 수긍하는 식의 형태였다. 사회자가 “왜 이렇게 악명이 높아지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강 의원이 “내 이미지가 짤막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대답하자 다른 사회자가 “그렇죠, 단편적(이미지)이죠”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최효종씨 고소 논란과 아나운서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질문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강 의원의 설명을 대체로 반영해주는 형태였다.

특히 진행자인 최희준 TV조선 취재에디터는 강용석 의원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공격에 대해 “사회적 흐름으로 보면 여권인사에 대한 공격은 아주 잘 먹히고 야권 인사에 대한 공격은 거의 안 먹히고 튕겨져 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종편 공동모니터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중석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조선종편의 ‘시사토크 판’의 경우 논란이 많은 강용석 의원을 초청해놓고 무비판적으로 방송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밖에 채널A의 ‘대담한 인터뷰’에서도 1회 출연자로 보수진영 싱크탱크로 불리는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 재단 이사장을 초청한데 이어 2회에는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출연시켰다.

채널A는 프로그램 소개에서 박세일 이사장에 대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만남”이라고 소개했고 김문수 지사에 대해서는 “70, 80년대 노동운동의 산증인이자 민주화운동의 투사”로 소개했다.

한편 정치색 짙은 시사와 함께 교양프로그램의 경우 이렇다 할 자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TV조선이 EBS의 세계테마기행과 다큐프라임을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이 ‘콘텐츠 부족’을 뒷받침한다는 비판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민언련 대표)는 “강용석 의원의 출연의 경우 설령 사회자들이 강 의원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했더라도 그가 출연했다는 자체가 강 의원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꼴”이라며 “노이즈 마케팅 수준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원장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런 방송에 등장하게 되면서 더욱 비중 있는 인물이 저격수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부각시켜 주는 듯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양 프로그램으로 기업 창업주 스토리를 일부 종편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 건설한 것이 재벌과 권위주의 정치인이란 것을 부각시키는게 종편의 역할로 시선을 의식해 약간 조심이야 하겠지만 ‘공짜의 역습’ 식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보수적 생각과 논리를 받아들이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