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집권 초기의 이명박 정부를 뒤흔든 촛불집회, 촛불은 여고생들의 청계광장을 넘어 서울시청을, 광화문을 넘어 청와대 부근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리고 청계광장에서 밝혀진 촛불이 긴 거리를 걸어가며 찾아갔던 또 한 곳이 바로 KBS였다.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에서 KBS는 MBC와 YTN 등과 함께 취재거부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2008년 KBS보다 큰 환호를 받았던 언론사는 없었다. 불과 3년 사이에 KBS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지난 2009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인 ‘정연주의 증언’에는 이 3년의 일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정연주의 증언 – 나는 왜 KBS에서 해임 되었나>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은 이후 벌어질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었다. 단지 KBS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송을 내보낸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는 감사원, 국회, 노조를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했으며 이사회 구성을 뒤 흔들고 정연주 전 사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을 끌어내릴 때 덮어씌웠던 주요 혐의(배임)는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이 났고 앞서 정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판결에서도 법원은 정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당시는 정연주 전 사장이 제대로 임기를 수행했을 경우 임기가 불과 11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책에는 급박하게 돌아갔던 정연주 ‘해임 작전’과 이후 벌어진 KBS ‘점령 작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KBS 이사란 이유로 대학교수에서 해임된 뒤 대학교수에서 해임되었다는 이유로 KBS 이사에서 해임된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 감사원의 졸속, 왜곡 감사 행태, 검찰의 기소와 법정싸움 그리고 정 전 사장의 승소에 이르기 까지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인 김인규 KBS 사장의 출범 이후 KBS가 민심을 잃어버린 과정,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젊은 PD와 기자들의 문제의식과 그들의 목소리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담겼다.

눈에 띄는 것은 정 전 사장의 언론관이 녹아있는 ‘에필로그 – 언론과 권력’이다. 정 전 사장은 언론은 “사실보도”와 “모든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 언론은 사회의 소통을 위한 건강한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한국의 언론지형은 비정상적이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 보도 기능조차도 정치·자본·사회·문화·종교 등 여러 권력과 상업적 선정주의, 경직된 이념 등의 요인에 의해 억압되거나 왜곡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언론이 ‘권력의 대리인’이 아닌 권력 그 자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 전 사장도 최근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행사되어온 언론권력의 지형도 많이 바뀌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수구언론이 지금과 같은 가치와 편집 방향을 가지고 신문을 제작한다면 그들의 판매시장과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는 핵심 수구세력 37%의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급격한 신문시장 쇠퇴의 물결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신문이라는 업종의 운명이다.

여기에다 신문을 살리겠다며 이명박 정권이 온갖 무리를 다 하면서 허가해 준 종합편성 채널은 ‘죽음의 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방송시장 조건이 KBS, MBC, SBS 등 3개의 지상파 방송과 4개의 케이블 종합편성 채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 시장도 그렇고 광고시장도 그렇다.”(본문 383p)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