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이 마이크를 잡자 30여명의 국민일보 노조원들이 우르르 퇴장했다. 사측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민제 사장은 동요 없이 연설을 이어갔지만 노조원들이 빠져나간 한쪽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9일 오전 CCMM빌딩에서 열린 국민일보 창립 23주년 기념식에서 벌어진 일이다. 노조는 기념식 시작 직전에 노조원들에게 행동지침을 내렸으며 조 사장이 입을 열자마자 일괄적으로 퇴장했다. 이에 사측은 부랴부랴 비어진 자리를 채웠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노조로서는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퇴장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대표이사 사장이 개인비리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것은 그동안 사원들의 경우보다 몇 십배, 몇 백배 더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동안 비리혐의 사원들에 대해 해고해오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앞서 국민일보 대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의 이사회가 열리자 노조원 50여명이 조민제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민문화재단 이사회는 조민제 사장에 대해 “법률적 판단이 나와야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사실상 조 사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민문화재단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송인근 국민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국민문화재단 이사회가 열렸지만 재단 예산 등 재단 내부 상황에 대해서만 논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참석자에게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조민제 사장 거취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들었으며 사실상 재신임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1일 이사회 뒤 손인웅 이사장은 조 사장 거취에 대해 ‘검찰의 수사결과(기소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으나, 기소 이후 첫 재판까지 받은 조 사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조 사장은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6개월 넘게 출근하지도 않고 검찰 소환에도 응하지 않는 등 스스로 CEO의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라며 “따라서 재단 이사회는 즉각 조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 마땅했으나 이번에도 조 사장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 오는 11일 박종화 이사장이 당회장을 맡고 있는 경동교회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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